“부부갈등, 진정한 ‘연합’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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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 진정한 ‘연합’의 출발점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1.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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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 당신과 나, 어떤 관계입니까? ③남편과 아내

“저 사람이 내가 사랑한 사람 맞나? 아이고! 도끼로 내 발등을 찍었지.”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배우자에게 ‘속았다’고 느껴본 적이 있을 터다. 달달한 연애 때는 최상의 것만 보여주던 사람이 결혼 후에는 돌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혼 초반 ‘갈등’은 대개 작은 데서 불거진다. ‘치약을 중간부터 눌러 짜서’ 등 사소한 습관이나 기질적 요소가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툼의 주제는 고부사이·자녀양육·성(性)·경제적 문제 등으로 한층 무거워진다. 

결혼은 훌륭하고 완벽한 짝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서로 보완해주며 성숙해가는 여정이다. 따라서 오랜 세월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 되면서 겪는 갈등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안’ 싸우고 ‘못’ 싸우고 ‘막’ 싸우는 데 있다. 그렇다면 크리스천 부부에게 ‘잘’ 싸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건설적인 부부싸움의 해법을 살펴보자. 

‘다툼’도 부부 대화법 중 하나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이 배우자를 사랑하여 ‘한 몸’을 이루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셨다. 가정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최고의 축복이자 행복이다. 이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는 분명 인간의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남녀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창조섭리에 따라 남자와 여자는 가치와 존엄에서 동등하나 역할과 기능에서는 완전히 구별됨을 인식하는 것이다.  

크리스천연애대책연구소 이화섭 소장은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특히 독특한 개성을 지닌 남편과 아내가 연합해 나가는 결혼생활에서 잘 드러난다”며 “하나님이 우리와 깊은 소통을 원하시듯, 부부끼리도 성령 안에서 경청하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부갈등의 흔한 유형 중 하나는 어떤 이유로든 다툼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 가령 논쟁적인 주제는 피하고 침묵해버리는 단절, 또는 한쪽이 독단적이거나 폭력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한쪽이 약자가 돼 복종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겉으로는 갈등이 드러나지 않지만 부부관계는 친밀감과 진실성을 잃는다. 그 결과 배우자가 남처럼 느껴지는 ‘무늬만 부부’가 되거나, 상처가 곪아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금이 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화섭 소장은 “충분한 배려와 희생적인 사랑으로 다툼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부싸움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것도 오해”라며 “부부싸움도 부부간 대화 방법 중 하나로, 성령의 도우심으로 풀어가는 갈등은 부부가 진정한 하나 됨을 체험하는 출발점이다. 다만 ‘지혜로운 전략’으로 임할 때 부부관계는 돈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라는’ 배필 아닌 ‘돕는’ 배필
이쯤에서 부부가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궁금해진다. 우선 일반적으로 부부들은 별로 대단치 않은 이유에서 다투기 시작한다. 이후 정서적 긴장이 고조돼 극단적인 말을 주고받다보면 정작 본래 주제는 잊고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전형적인 부부싸움의 모습이다. 이에 흔히 △대화를 끊지 말고 경청하라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라 △과거 잘못을 소환하지 말라 △인신공격을 피하라 △남과 비교하지 말라 △감정이 격할 땐 잠시 쉬라 △폭력을 쓰지 말라 △먼저 사과하라 등의 처방이 내려진다. 

그러나 행복한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팁보다 더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그 첫째로 전문가들은 “부모로부터 영적으로 독립하라”고 입을 모은다. 결혼을 통해 새 가정을 꾸린 부부는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정서적으로도 홀로서야 한다. 그런데 완전히 떠나지 않았을 때 갈등이 생긴다. “우리 어머니는 안 그러던데 당신은 왜 그래?” “여보는 우리 아버지 따라 가려면 멀었어!”라고 얘기하는 게 그 예다. 부모를 공경하되, 자녀의 가정을 좌우할 만큼의 개입은 막아야 한다. 자신의 1순위는 남편·아내가 돼야 한다.

둘째로,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이 꿈꾸는 행복, 인생 레시피의 저자 이경채 작가는 결혼 전 데이트 때는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었는지를 어필한다. 반면 부부가 돼서는 도리어 남들에게는 절대로 하지 못할 이야기를 나눈다고 언급했다. 물론 여기에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용기’가 필요하다. 자라온 환경, 그로인한 상처를 공유하다보면 자연스레 배우자의 타고난 기질을 헤아리고 말과 행동을 수용하게 된다. 어느새 ‘다름’은 대화의 풍성한 소재가 되고 낯설음은 친밀함으로 바뀔 것이다.

이 밖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자신의 쓴 뿌리를 제거하라”는 것이다. 갈등의 기저에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이기주의가 깔려있다. 그러나 우리는 배우자가 바뀌길 원하기 이전에 스스로 우월감·열등감 등 내면의 못생긴 심리를 돌아보고 변화해야 한다. 한사랑기독상담실 박병은 실장은 “신앙의 깊이는 예수님을 따르는 ‘자기부인’에 달렸다”며 “상대가 내 욕구를 채워주기 ‘바라는’ 배필이 아닌, 이타적·헌신적 사랑으로 ‘돕는’ 배필이 돼야 한다. 부족한 나를 용서하신 하나님처럼 배우자를 품는 것”이라고 했다.

자녀에게 ‘화해 과정’을 보여라 
한편, 자녀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란 말이 있다. 자녀가 부모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배운다는 것이다. 제대로 치유되지 못하고 일그러진 부부관계는 자칫 미래 자녀들이 이끌 가정으로 대물림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정문화원 두상달 장로는 저서에서 “불화가 심한 부모 밑에서 큰 자녀들은 정서적 불안에 시달리다 사회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결혼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 부모가 자녀들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이가 있는 곳에선 다툼을 최대한 피하라고 한다. 또 부부싸움을 한 후에는 적어도 30분이 지나서 아이를 보라고 한다. 마음이 채 가라앉기 전 아이를 마주하면 화풀이를 할 수도 있어서다. 만약 부득이하게 아이가 싸움을 목격한다면, 즉시 아이를 달래줘야 한다. 무엇보다 부부가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좋다. 박병은 실장은 “부부가 연약함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사과한다면 자녀들도 상처를 거두고 충분히 이해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부관계가 끝내 진전될 기미가 없다면 전문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편이다. 가정문화원 두상달 장로는 저서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열린 자세로 부부문제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조언 받으려는 문화가 부족하다. 부부갈등을 남들 앞에서 들추는 것이 집안 망신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기껏 찾아가는 것이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지만 그들이 감정에 치우쳐 던지는 말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숨기지 않고 전문기관에 요청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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