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아기 예수 오신다면 맞이할 자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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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아기 예수 오신다면 맞이할 자 “바로 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12.1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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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기획-성탄의 밤을 지키는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충성’
크고 작은 일 구별 없이 모두가 ‘하나님 일’
요란스러운 세상 분위기와 구별…‘경건·거룩’

베들레헴 작은 마을에 메시아가 이 땅에 태어나던 밤, 모두가 깊은 잠에 들어있던 그 시각 들판에서는 목동들이 밤새 양을 지키고 있었다. 동이 틀 무렵 천사가 그들 앞에 나타났고 그들에게 구세주 탄생의 소식을 전했다.

오늘날 이 땅에 메시아가 다시 태어나신다면 우리 가운데 몇 사람이나 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2천 년 전 베들레헴 마을 사람들이 잠에 빠져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 오늘날 우리들은 흥청망청 연말을 만끽하느라 천사가 나타나도 알지 못할 것 같다. 

모두가 연말 분위기에 취해 들떠 있는 요즘, 남들보다 차분하게 밤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신앙인으로서 더욱 거룩한 성탄의 밤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성탄의 밤, 안전은 내가 지킨다

올해 3년차인 송파경찰서 김수현 순경(여의도순복음교회)은 얼마 전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보직을 옮겼다. 3교대로 일을 하는 그에게 야간근무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특히 연말을 맞아 음주운전 단속에 투입되는 일이 잦다.

김 순경은 “성탄절이 있는 연말은 교통경찰들이 예민해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인명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경찰서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된 이후에는 주일 성수를 하지 못하는 날도 적지 않다는 김 순경. 그러나 근무에 임할 때는 언제나 크리스천으로서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사실 해가 지날수록 점점 매너리즘이 오기도 합니다. 예전보다 더 불친절해지고, 민원인이 도움을 청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날씨가 춥다보니 야간에 일하기 싫은 마음도 불쑥불쑥 올라옵니다. 하지만 퇴근 뒤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기도를 할 때면 오늘 내가 하나님 앞에서 성실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더 친절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죠.”

사건 사고를 마주하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때마다 신앙은 큰 버팀목이 된다. 얼마 전에는 상황근무를 하던 중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술에 취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잠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았다. 

“새벽이 되면 자동차전용도로에 차들이 쌩쌩 달리고, 차도에 들어온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에 길에서 사람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대부분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그날도 신고를 받고 경찰관들이 5분 만에 도착했지만, 취객은 이미 차에 치여 사망에 이르렀죠. 이 소식을 유가족에게 직접 전해야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내가 살릴 수는 없었을까’하는 자책감과 무력감에 일주일 넘도록 시달렸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그는 사고 예방뿐 아니라 본인에게 닥치는 어려움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아울러 독자들을 향해 성탄절을 맞아 ‘술’보다는 경건하게 진정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보낼 것을 당부했다.

“기독교인들 가운데 성탄절에 과음하는 분은 안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경우 음주운전과 관련해서 안전 불감증이 심각합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 무엇보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시기인 만큼 ‘술’보다는 경건하고 따뜻하게 보내면 어떨까요?”

▲ 야간 근무 중인 김수현 순경.


야간에도 택시 전도는 계속된다

‘택시 운전하는 목사’로 잘 알려진 김정우 목사(대구열방교회)는 지난해 인천에서 대구로 이사했다. 대구에서도 여전히 택시는 그에게 최고의 사역도구다. 인천에서는 주로 이른 아침과 낮 시간에 운행을 했다면, 지금은 아예 야간시간에만 운행을 한다. 사납금을 맞추려면 할증이 있는 야간시간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주간에서 야간으로, 인천에서 대구로 사역 환경이 바뀌었지만 그의 전도열정은 그대로다. 

“대구에 불교신자가 많고 성당이 많아서 전도책자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겠다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인천에서는 한 달에 1,200명에게 전도를 했는데 대구에서는 한 달에 1,500명에게 복음을 전했어요. 오히려 늘어났죠.”

그동안 여러 기독교 매체에 소개되는 덕분에 김 목사의 전도에도 속도가 붙었다. 택시 전도와 관련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만 3개다. 그가 직접 한 특강도 2개나 된다. 젊은이들이 타면 영상을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가 담긴 명함을 주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젊은 친구들이 택시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열어보고는 ‘목사님 짱입니다’하면서 주일예배에 나오겠노라고 합니다. 최근 5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젊은이들에게서 교회에 가보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는 요즘 대구의 밤 분위기는 어떤지 물었더니 경기가 많이 침체돼서 연말 특수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전도가 목적이니까요. 주변에서는 야간에 운행하면 취객으로부터 봉변당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하셔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곤조곤 예수님 이야기를 하면 잘 들어주시는 승객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감사가 넘치죠. 밤새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와도 보람찬 이유입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성탄절이 흥청망청 유흥을 즐기는 날이 아닌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리의 죄를 없애주시려고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셨는데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오히려 죄를 먹고 마시는 일에 더 몰두합니다. 올해 성탄절은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김정우 목사가 최근 이전한 대구 열방교회 앞에서 전도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람데오’ 작은 일도 충성되게 

“어서오세요.” 서울시 성북구의 한 편의점. 늦은 시간임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포근한 인상의 이기자 권사(사랑교회)가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이 권사는 2년차 편의점 ‘알바생’이다. 

2년 전 아들이 편의점을 차렸는데, 사람 구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그 바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편의점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주야를 가리지 않고 불규칙하게 계속되는 업무 탓에 힘이 들었다. 주일까지 업무가 계속되는 날엔 교회에 나가기 어려웠다. 그럴 때면 “예배에 안 가고 이 시간에 담배나 팔고 있어야 하나”하며 우울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일 근무를 피할 수 있을 만큼 가게가 자리를 잡았다.

이 권사에게 편의점 근무는 찬양과 은혜로 가득한 시간이다. 보통 주간은 10시간, 야간은 8시간을 근무하는데, 계절의 구분 없이 야간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 이 권사는 이 시간에 설교영상을 찾아 듣는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그는 유튜브로 유기성 목사와 이찬수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손님 없는 시간을 은혜로 채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에게 야간 근무는 낮보다 좀 더 특별하다. 날이 어둡고 손님이 없을 때면 홀로 큰 소리로 찬양을 부른다. 그때 부르는 찬양이 얼마나 힘이 되고 은혜가 넘치는지 모른다고…

그렇다고 매번 일 안 하고 은혜만 찾는 것은 아니다. 발주하랴 청소하랴 할 일이 천지다. 특히 근무 교대시간이 다가오면 쓰레기통을 비우고 테이블을 깨끗하게 닦는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다음 근무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섬김이다.

그런 이 권사를 보며 아들은 “쉬엄쉬엄 하라”며 하지만 오히려 “다른 데서 근무했으면 더 열심히 했을거야”하고 답한다. 아들 또한 “어머니는 정말 그랬을 것”이라며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한다. 

그가 이토록 작은 일에 충성하는 데는 교회에서 관리집사로 근무했던 15년의 경험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교회 관리집사를 할 때도 담임 목사님이 어디 가시면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늘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이 코람데오, 하나님 앞에서의 삶이에요.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작은 일이라고 허투루 할 수 없죠. 어떤 일이든 하나님이 보내셨다는 것을 믿는 것이 성도의 삶 아닐까요?”

연말이 되고 세상은 분주하게 돌아가지만 편의점의 시계는 늘 똑같은 속도로 성실하게 돌아간다. 밤이든 낮이든 동일하게 24시간. 이 권사는 올해도 변함없이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과 가족 모두가 성탄절을 맞아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이기자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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