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고난’ 아닌 돈·권력의 대물림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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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세습…‘고난’ 아닌 돈·권력의 대물림은 문제”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1.19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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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 ‘목회세습과 바른승계’ 주제로 영성포럼
▲ 기독교학술원이 지난 16일 ‘목회세습과 바른 승계’를 주제로 제31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기독교학술원(원장:김영한 박사)이 지난 16일 서울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목회세습과 바른 승계’를 주제로 제31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설교를 맡은 연세대 명예교수 김균진 박사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를 언급하면서 “자기 아들이라도 대신 들어가서 통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모세는 이 권리마저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는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지 않고 하나님의뜻에 따라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세가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깊은 존경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통치권을 자기 가문의 소유물로 삼지 않고 깨끗하게 하나님의 뜻에 맡겼다. 자기의 무덤마저 세우지 못하게 한 모세는 인간적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인들의 진실 된 자발적 동의하에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세울 경우, 스스로 자기희생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 우리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지만 돈과 권력이 집중된 대형교회 다르다”면서 “그것은 고난의 승계가 아니라 돈과 권력, 세상의 영광의 승계다. 교회가 한 가정의 소유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목회 승계에 있어 한국교회는 세상보다 높은 윤리적 잣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숭실대 명예교수 김영한 박사는 “교회 세습은 목회 승계와는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회 승계는 목회를 물려주는 것이지만 세습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라며 “소형교회 등 권력행사가 문제되지 않는 범위에서 목회 승계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형교회 세습은 권력과 재정권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사권 등 목회자의 권력 사용을 제한하고 교회재정 관여 자체를 엄격하게 차단하는 방법으로 교회법을 강화시킬 것 △교회와 사회를 향한 덕을 세우기 위해 대형교회 목회자 자신의 윤리적 결단 필요 등 대안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목회자의 윤리는 세상·정치·사회·경제·문화 지도자들의 윤리보다 높아야 한다. 또 힘이 아닌 섬김과 희생의 윤리”라면서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실천하신 십자가 윤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성경은 한국교회의 세습을 어떻게 말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한 이스라엘연구소 이일호 소장은 담임목사 세습 자체를 악으로 여기는 인식은 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세습은 유전·혈연으로 인한 전승·대물림·승계·계승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직분 등용의 방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다만 “인간의 타락은 하나님이 세우시고 작동하신 정상적 세습도 뒤틀리게 만들었다”며 “선한 목자는 삯군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 그러나 한국교회 담임목사 세습이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을 닮기 위해 힘쓰는 모습인가, 세례요한처럼 자신은 쇠 주님은 흥하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세습 문제에 대한 한 고찰’을 주제로 발제한 합신대 이승구 박사는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담임목사가 되는 경우를 예로 들며 “이를 비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리어 다른 방도가 없어 해산 될 위기에 처한 교회 공동체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신 데 대해 하나님께 감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우리들이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세습이라는 말은 그저 아버지를 이어 아들이 목사가 되는 것이나 심지어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고난의 길로 나아가려 한다면 이를 세습이라 비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박사는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일정한 특권이 혈연적으로 계승되는 세습임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혈연·지연·학연의 끈으로 유리함을 얻으려는 관행을 잘라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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