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이 곧 목회성공?…본말 전도된 것”
상태바
“교회건축이 곧 목회성공?…본말 전도된 것”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0.15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35) 교회건축의 미래(하)
▲ 환경문제가 심각한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녹색교회·생태교회 등 친환경 교회건축의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사회는 왜곡된 성장주의에 물들어 무리한 건축을 감행, 재정난 혹은 파산에 이르는 교회들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면서 ‘교회건축’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교회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모임이란 기치 하에 이제는 건물 없는 교회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 교회의 문화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는 그릇으로써 ‘건축’이 꼭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교회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창의력을 십분 발휘해 각자의 예배 문화나 정체성을 건축에 구현해낼 자유와 권리가 있다.

성전 또는 예배당으로 대변되는 교회건축물은 여러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우선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과 영적인 관계를 맺고 신앙훈련을 받는 공동체로서 세상에 기독교의 본질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지닌다. 또한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인 사역도구이자 선교거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교회가 그 존재 목적과 방법에 있어 합당한 공간을 창출하고 시대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미래 한국교회가 정립해야 할 바람직한 건축 상과 실천과제는 무엇일까?

공공성 담아내는 ‘공유교회’
바야흐로 공유경제 시대 ‘공공성’을 회복하는 길은 한국교회 건축이 나아갈 첫걸음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는 물건·공간·재능 등 유휴자원을 나눠 쓰는 공유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관련 정책이 쏟아지는 등 진행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그동안 크리스천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교회건물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공유교회로 발돋움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교회건축은 주민들을 환영하는 느낌을 줘야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미 몇몇 교회들은 평일에 잠자는 교회 공간을 공공편의시설로 내어주고 있다. 가령 주차장이나 예배당을 공연장·결혼식장 등으로 무료 혹은 적은 비용에 빌려주는 것인데 이 경우 주차난 같은 지역문제를 해소하고 주민들이 한데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 역할로 손색없다. 뿐만 아니라 교회학교의 유아부실이나 노년부실은 탁아시설이나 노인시설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구와 손잡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개원해 운영까지 맡음으로써 보육난에 숨통을 틔워주는 교회들도 있다.

공간 나눔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주님의숲교회 이재윤 목사는 “기독교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때 교회 스스로도 일주일 내내 문을 닫아 놓고 폐쇄적으로 존재한다면 어떻게 복음이 전해지겠느냐”며 “교회는 목사가 개척했다고 목회자의 것도, 성도들의 헌금으로 만들었다고 성도들의 것도 아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공유재로서 지역을 살리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개척단계 혹은 재건축 시점부터 기독교단체들이나 지역사회와 함께 건물을 공유할 방안을 기획해야 한다. 치밀한 설계와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선교’라는 교회의 소명을 기억한다면 필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회가 시설을 개방한다고 해서 마을주민들이 반드시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건축은 개방성과 동시에 ‘친밀성’을 수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문객이 교회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는데 닫힌 문들로 폐쇄적인 홀을 만나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능한 밝고 넓게 보이는 홀에 안내책자들이 비치돼있고 걸터앉을 만한 의자가 놓여 있다면 방문객이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교회건물이 위화감 없이 주변 건물과 잘 조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주건축연구소 정시춘 소장은 “교회 외관이 지나치게 허름하거나 반대로 호화롭고 압도적이면 주민들이 적개심을 갖는다”면서 “공간들의 기능적 적정성보다도, 지역주민들이 그곳에 들어가 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사유재산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곳이 되려면 웅장하고 권위적인 모습 대신 담장과 대문을 제거하는 등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연 속 친환경 생태교회
그런가 하면 최근 대기오염, 에너지 고갈, 쓰레기 재활용 등 환경문제가 심각한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녹색교회·생태교회 등 친환경 교회건축의 당위성도 높아지고 있다. 환경파괴의 부작용이 인류를 위협하면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미래사회가 해결해야 할 절실한 숙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사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보존하는 일은 청지기로서 그리스도인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사역 도구의 일환인 예배당을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 속에 건축하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사명이다.

근래 생태건축을 실험하는 건축가들은 건물 자체를 자연의 일부로 만들어내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생태건축가 에밀리오 암바즈는 미국 텍사스에 컴퓨터 연구소를 지으면서 건물 위에 흙을 덮어 주변의 아름다운 녹색공원 경관에 흡수되도록 했다. 이는 에너지 절감에도 큰 효과를 거두며 호평을 받았다. 물론 대지면적도, 비용도 한계가 있는 한국교회 건축에서 이 같은 시도를 당장 적용하기란 어려운 현실이지만 의지만 있다면 보다 작은 방법들로도 얼마든지 친환경 교회건축에 뛰어들 수 있다.

이를테면 교회건축 시 흙이나 목재, 돌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자연과 조화를 꾀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이는 수명을 다한 건축물을 폐기할 시 재료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재사용 되도록 돕는다. 에너지 고갈을 대비하고 매연을 줄이기 위해 석유 대신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옥상 등 교회 곳곳에 정원을 가꾸는 것도 좋다. 수목에 의해 풍요롭게 변한 교회당은 사역의 촉매제가 되고 자연회복에 작게나마 일조할 것이다. 교단이나 환경단체들이 주도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친환경 교회건축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의 성숙한 의식 변화가 급선무다. 자칫 단순한 환경운동 강연에서 끝나지 않도록 철저히 복음에 기초한 친환경적 설교가 필요함은 물론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등 실제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은 “생태교회란 건물을 친환경으로 짓는 것뿐만 아니라 크리스천들의 의식 전환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라며 “처음부터 생태교회를 짓는 것은 힘들지만 사소한 노력부터 쌓아간다면 어느덧 녹색교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건축의 본질은 ‘영성’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건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건강한 문화를 형성하는 ‘ 내적 쇄신’을 같이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명 잘 설계된 교회건축은 훌륭한 목회환경이 된다. 그러나 교회당이라는 그릇만 키우면 하나님이 채워주실 것이라 믿는 시절은 지났다. 정시춘 소장은 “일부 교회들이 건축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교회건축이 곧 목회성공’이라는 착각 때문”이라며 “건축은 교회 성장의 보조적 역할일 뿐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지역 교회들과의 경쟁 속에서 기성 교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감당하기 힘든 빚까지 져가면서 건축헌금을 강요하는 행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회건축이 시대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유행에 과도하게 민감해 ‘영성’을 잃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멀티플렉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상업적 인상을 주고 대중성에 치우치거나, 혹은 마치 고가 장비의 전시장인 듯 교회 안 비싼 음향시설과 영상기기가 즐비하고 수많은 조명장치가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기술적으로 다룰 전문 인력이 부족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는 사례 등이 적지 않다.

정시춘 소장은 “건축주인 교회가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가에게 자신의 신학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고, 건축가들 역시 교회에 대한 상식 수준의 정보만을 갖고 디자인하게 된다”며 “이렇게 설계된 교회당은 목회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교회공간연구소 이성원 목사도 “예배공간의 본질은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함과 경건함에 있다”면서 “물론 그 거룩함을 담아내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교회의 형편과 지향하는 신학 등을 충분히 고민한 뒤에 건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