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선교해도, 한국선 머물 곳 없는 현실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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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선교해도, 한국선 머물 곳 없는 현실 안타깝죠”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9.17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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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선교관 공유 플랫폼 ‘갓 러브하우스’ 정진화 대표

억대연봉 내려놓고 ‘선교사 멤버케어’에 올인
‘플랫폼 선교’로 꿈꾸는 교회들의 ‘연합’

▲ '갓 러브하우스' 정진화 대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교회가 해외로 파송한 선교사 수는 170개국 2만7436명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선교사를 가장 많이 보낸 나라지만 선교사 복지, 즉 선교사 멤버케어에 있어선 ‘선교사 파송국가 2위’란 명성에 걸맞지 않은듯하다. 목숨 걸고 복음전파에 헌신한 선교사들이 선교대회나 안식년 등으로 한국에 왔을 때 정작 머물 곳조차 없어 난처해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전국 교회와 성도들로 하여금 선교사들에게 남는 주거공간을 내어주도록 돕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온라인 선교관 공유 플랫폼 ‘갓 러브하우스’를 운영하는 정진화 대표(47세·산본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및 공유경제 시대가 도래 하면서 조금씩 각광받기 시작했으나 실은 10년이란 오랜 세월을, 그것도 자비량으로 사역하면서 고군분투해온 그를 만나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한 사명과 신앙고백을 들어봤다. 
 

▲ '갓 러브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선교사와 선교관 잇는 ‘다리’
갓 러브하우스는 국내를 방문하는 선교사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자 비영리 선교지원단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개인·단체·교회가 공유 혹은 위탁한 주거지를 5천원~1만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홈페이지에 올리면 선교사들은 언제 어디서든 이를 보고 예약만 하면 된다.

파송된 선교사들에 비해 안식관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대개 선교관들이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전화로만 예약을 받을뿐더러 룸 상태 등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애를 먹어야 했던 선교사들의 불편을 없앤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방을 내놓는 운영자나 방을 구하는 선교사간의 ‘신뢰’다. 정 대표는 선교관 제공자들을 일일이 만나고 지인들을 통한 크로스체크까지 하는 등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았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선교사들도 파송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해 신분을 보장했다. 훌륭한 멤버케어가 훌륭한 선교를 만든다는 소신으로 정 대표가 2008년 5월 오픈한 갓 러브하우스에는 현재 교파를 초월한 전국 교회와 가정집 6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거쳐 간 선교사도 2700명이 넘으며 매월 200건 가량의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

“적잖은 선교사들이 추방·질병·자녀문제 등의 힘든 이유로 국내에 옵니다. 그런데 이들이 귀국한 목적에 맞춰 머무를 만한 선교관 수는 턱없이 부족해요. 더욱이 한국교회는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주는 경우가 많죠. 가령 선교사들이 물 좋고 공기 좋은 한적한 데서 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산속이나 시골에 선교관을 마련하는데 사실상 이들이 한국에서 그리 한가하진 못하거든요. 후원자도 발굴하고 병원도 오가려면 서울·수도권이 아닌 이상 그림의 떡인 셈이죠. 숙소가 먼저 해결돼야 다음 케어도 진행하는데 첫 단추부터 꿰어지질 않는 거예요. 이에 선교관 정보를 한데 모아 놓은 사이트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10년간 자비량 사역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정 대표는 이리 저리 발로 뛰며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 우선 제대로 된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무려 5년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게재된 교회 선교관 자료를 수집해 사라진 곳이나 바뀐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선교사들이 유령정보를 갖고 연결을 시도하는 이중고를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해당 선교관을 일일이 직접 방문해 위치와 주변 편의시설, 위생상태 등을 꼼꼼히 조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동시에 일반성도들이 내놓은 빈집들을 방문해 필요한 집기류를 전부 채워 넣었다. 비용절감을 위해 쓸 만한 물건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밤낮 가리지 않고 뛰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대표는 한 결 같이 지난 사역을 모두 자비량으로 소화했다. 선교사들도 사용료를 내야 당당하다는데 공감해 소정의 요금을 받지만 이마저도 선교관 운영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갓 러브하우스는 일체의 수수료도 받지 않고 오히려 관리비까지 내준다. 모태신앙도 아닌데다 한때 잘나가는 직장인으로 억대연봉까지 받던 그가 선교사 멤버케어에 뛰어들게 된 진짜 원동력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원래 저는 단기선교도 싫어하는, 그저 돈 많은 교회 집사에 불과했어요. 대신 베푸는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선교사 자녀들을 데리고 종종 서울 투어를 다녔는데 그때 복음을 위해 죽어라 수고하고도 비합리적인 대우를 받는 선교사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했어요. 그때 선교 돕는답시고 그저 돈으로만 떼우려던 제 모습이 ‘선교 갑질’처럼 느껴졌죠. 아무리
‘거룩’으로 포장해도 내 의와 내 기쁨으로 가득 찼던 겁니다. 생명까지 걸고 사명을 감당하는 선교사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위선적인 제 모습에 눈을 뜬 거죠.” 

▲ 정진화 대표가 추석을 맞아 ‘MK캠프’를 열고 선교사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나님 뜻에 하나 된 가족
하지만 막상 뛰어든 일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선교사도 목회자도 아닌 평신도에게 선뜻 주거공간을 허락해준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지인의 지인을 추천을 받는 식으로 선교관을 늘려갔다. 그는 이 과정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했다.

더욱이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가 겪었을 고충도 짐작할 만하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의 월급을 보태 가계를 꾸리면서 자녀들을 변변한 학원조차 보내지 못한 미안함에 밤마다 눈물로 지샌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적극적으로 그의 사역을 지지해준 가족들을, 정 대표는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버젓한 직장도 그만두고 지금까지 갓 러브하우스에 올인 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사랑하는 가족 덕분이에요. 아내와 아이들이 똘똘 뭉쳐 선교관을 청소하는 등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도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저는 하나님의 사역과 가정, 이 두 가지가 항상 건강해야 삶과 신앙이 수레바퀴처럼 굴러간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갓 러브하우스를 통해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지는 걸 보면서 ‘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구나. 이 일을 하나님도 기뻐하고 계시는구나!’를 느낍니다.”

물론 정 대표에게도 몇 번의 고비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절대 후회하진 않는다. “가끔씩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머릿속에 그려요. 인생에서 죽을 줄 알면서도 가는 자리가 있다는 건 축복이에요. 거기엔 놀라운 반전이 있거든요. 갓 러브하우스도 그랬습니다. 지금 내가 물러서면 한국교회 공공재 역할을 하는 인프라가 줄어드는데 그럴 순 없잖아요. 그래서 ‘죽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도리어 갈 곳 없는 선교사님들의 외로운 처지를 돕는데 아무 것도 아닌 저를 써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플랫폼 선교로 ‘복음의 지경’ 확장
한편 정 대표는 2013년부터 매년 추석마다 선교사 자녀들을 데리고 캠프를 열어주기도 한다. 부모님이 선교지에 나가 있어 딱히 지낼 곳 없는 청년들을 위해 기획한 작은 배려다. 이 자리에 모인 청년 40여명에게 정 대표는 맛있는 음식도 나눠주고 비전특강도 열어주며 자연스레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이른바 ‘행복한 명절나기’ 프로젝트다. 

그런가 하면 KWMA와 손잡고 선교사 복지카드를 발급해 부담 없는 비용에 선교사들과 전문 의료기관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또 바자회를 열어 후원금을 모금해주는 등 전 방위적 선교사 멤버케어를 실행한다.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에게 자립하라고 강조해놓고는 정작 그곳에서 생산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활로개척에는 무관심한 것 같아요. 이런 선교사들에게 유통채널이 돼주고 싶습니다.”

이런 정 대표에게 끝으로 비전을 묻자 ‘플랫폼 선교’란 대답이 돌아왔다. “유휴자원을 가진 이들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간 소통 및 거래를 가능케 하는 창구로서 플랫폼은 다음시대 하나님의 전략적 도구입니다. 예를 들면 어린이 성경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뿌려지는 문서선교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각 나라 선교지에 꼭 필요한 사람이 건너가 재능기부도 하길 바랍니다. 복음적 콘텐츠를 담은 플랫폼을 통해 국경을 망라하고 온 그리스도인들이 소통하고 나누는 것, 그래서 교회의 연합을 이루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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