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이해하고 사람을 섬기려면 인문학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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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이해하고 사람을 섬기려면 인문학은 필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8.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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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자가 기독교 인문학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의빛교회를 시무하는 이종필 목사는 최근 다리를 다쳐 한 달이 넘게 병원을 입원해야 했다. 누워서 책을 읽기 어려웠던 이 목사는 우연치 않게 병실에서 서양고전과 관련된 인문학 강좌를 듣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신화로만 알고 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는 설교할 때 적용할 만한 이야기 전개방식들이 있었습니다. 기원전 8세기에 지어졌지만, 지금도 명작으로 평가되는 것은 스토리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사방식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기독교계에서도 인문학적 활동들이 많아지고 있다. 종교개혁을 이끈 루터와 칼빈 역시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알았던 인문학자였기 때문일까? 목회자들의 참여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 기독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목회자들의 인문학 참여가 늘고 있다. 기독교인문학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목회자들이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기독인문학연구원

인문학 열풍과 기독교 인문학
중고등학생들은 종교개혁은 인본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인문주의와 르네상스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는 ‘인본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교회에서 언급되는 인본주의는 하나님을 떠나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일컫지만, 자칫 인문학 자체에 대한 경시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

기독인문학연구원 고재백 원장(국민대 교수)은 “인본주의를 반종교적이거나 반기독교적인 것으로 오해하면서 표현하는 것 같다. 인문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학문으로, 특히 기독교 인문학은 하나님께서 역사를 어떻게 이끄셨는지, 사람과 창조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독교적 해답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역사작가 심용환 씨도 “젊은 크리스천들이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과 역사의식 안에서 신앙생활을 했으면 한다”며 나아가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한국교회가 새롭게 부양하는 토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까지 이야기한 바 있다. 

세속적 인문학 열풍 속에 기독교인들이 갖는 지적 욕구도 커지고 있다. 교인들은 목회자가 강단에서 전하는 확인되지 않는 지식이나 풍문에 근거를 둔 내용을 설교를 들을 때마다 당혹스러워 한다.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만난 한 목회자는 “교인들 가운데 주석을 보면서 성경을 공부하는 분들도 있어서 더욱 철저하게 설교 준비를 하게 된다”며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강단에서 전한다면 교인들 앞에서 부끄러운 목회자가 될 수 있어 더욱 긴장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교인들은 목회자들이 지금 공부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성서는 최고의 인문학 교재, 루터·칼빈도 인문학자”
 신학과 인문학 간 균형 중요…철저한 준비로 시작

“목회자라면 더욱 인문학 공부해야”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신앙인에게 성경은 말 그대로 바이블이다. 성경 안에 모든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더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2009년부터 목회자 인문학 강좌를 꾸준히 운영해온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이근복 목사는 지금도 지역별 목회자 인문학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과 인천, 부산, 대전, 삼척에서 목회자들이 모여 ‘기독교 고전읽기’ 등 인문학 공부에 함께하고 있다. 

이 목사는 “목회자들은 교회 안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 소통을 위해서도 인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고, 신학과 다른 학문과의 융합적 사고 역시 중요하다”면서 성서가 최고의 인문학 교재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지역 안에서 다양한 교파의 목회자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는 것은 또 다른 유익이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독교인문학연구소 이사장 고시영 목사는 일선 목회에서 은퇴한 후 교회들을 순회하며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을 같이 읽고, 성경적 관점에서 비판·적용하며 소통하는 시간 속에서 만족도가 높다.

고시영 목사는 “기독교와 인문학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인문학의 요체는 기독교 인문학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특히 목회자는 사람을 알아야 교인들과 세상 사람들을 더 잘 섬길 수 있고, 개성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더욱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백석대 기독교인문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이경직 교수는 “기독교 인문학은 성서의 언어를 번역하는 것으로, 문화와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선명하게 알 수 있고, 교회 안에서 지적으로 갈급한 분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우리의 신앙을 교회 밖에서 잘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갖도록 돕는다”고 유익을 설명했다.  

성급한 시작보다 분야별 전문가부터
전국 5만 교회에서 기독교 인문학에 도전하는 교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기독교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회들이 새롭게 주목받는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회가 직접 기독교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교인들의 참여도 높을 것이다. 

기독인문학연구원이 100주년기념교회(담임:이재철 목사)와 같이 ‘영화로 읽는 기독교 역사’를 개설했을 때 매주 15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기독교 역사와 정체성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교인들이 예상 밖으로 많았다. 

매일 아침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새벽밥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 노량진의 강남교회(담임:고문산 목사)는 매년 봄과 가을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며 마음에 피폐해진 청춘들과 교인들에게 정신적 양식도 주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 열풍이라고 해서 무작정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재백 원장은 “책을 같이 정해서 읽는 것이 자발적이며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면 분야별 좋은 강사를 초청해 교회 안에서 듣는 것도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목회자는 책과 강사를 선정할 때에는 신앙적으로 유익한 것인지, 신앙적으로 문제가 없는 인물인지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인문학자라 하더라도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담임목회자의 인격과 신앙이 훌륭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구 없이 인문학 강좌를 직접 맡을 경우 아전인수 해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역량 있는 전문가를 초청한다면 목회자 본인도 배우고 기회가 된다. 

반면 신학적 기반이 없는 기독교 인문학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경직 교수는 “기독교 인문학자이지만 상대적으로 신학적 기반이 약해 엉뚱하게 성서를 연결하거나 지나친 지성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인문학 강좌에 참여하거나 전문가 추천이 필요한 경우 기독인문학연구원(02-6925-1526 ), 한국기독교철학회(02-520-6272) 크리스챤아카데미(02-747-6179) 등 전문기관에 문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문학 (人文學, humanities)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파생된 용어이다. 객관적인 자연현상에 대한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간에 대한 광범위한 가치탐구를 다루는 학문영역이다.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주 대상으로 하며, 문화와 역사, 철학, 고고학, 언어학, 예술을 비롯해 최근에는 심리학 등도 인문학 분야에서 접근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열풍이 불고 있다. 인문학 강좌들뿐 아니라 TV 프로그램에서도 여행, ‘정치와 미술 등 인문학 강연들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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