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부흥하려면 인문학적 소양 키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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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부흥하려면 인문학적 소양 키우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8.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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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역사 작가 심용환 집사

‘국정교과서 사태’에서 일약 스타덤…“모든 것이 은혜”

“스타강사 됐지만 교회가 부른다면 기꺼이 달려갈 것”

▲ 심용환 집사는 자신의 이야기가 성공담으로 소개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하나님이 주신기회를 통해 한국교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 국정교과서 사태 당시, 한 입시 강사가 SNS에 올린 ‘카톡 유언비어 반박문’이 전국적인 화제가 됐었다. 당시 국정교과서 도입의 근거로 나돌던 가짜뉴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이 글은 온라인에서 4천 번 이상 공유됐다. 국정교과서 사태뿐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경종을 울린 이글은 최근에도 가짜뉴스가 나돌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 글을 쓴 사람, 심용환 집사(오륜교회)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 전까지 무명이었던 사람이 하루 만에 천지개벽하는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13개 항목의 짧은 글이 자기의 인생을 이렇게 확 바꿔놓게 될지 정말 몰랐다는 것. 이제는 작가이자 본인 이름을 딴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대학 교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그의 신앙과 삶을 들어봤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교회는 왜 역사와 인문학에 밝아야 하는지 물어봤다.

 

신앙은 보수

책 속 문장이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작가 심용환의 정치 성향을 ‘진보’로 분류하기 쉽다.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조차 그는 ‘(진보)민주진영’ 인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집사’ 심용환은 누구보다 성경적이고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 보수적인 신앙관은 그의 성장기 신앙생활에서 비롯됐다. 그는 누구보다 찬양집회에 열심히 다니던 청소년기를 보냈다. 당시에는 최덕신‧박종호 같은 CCM 1세대가 활약하던 때였는데, 집회에서 열심히 찬양하고 기도하다 보니 방언도 일찍 받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서는 정작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성경공부에 매달렸다. ‘기독교인으로서의 성숙’이 무엇인지,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은 그를 대학생 선교단체로 이끌었다. CCC에 들어가 활동했고, 졸업 후에는 후배들과 ‘깊은 계단’이라는 기독인문학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기독교 중심의 활동은 그로 하여금 ‘목회자의 길’을 고민하게 했다. 그 길이 자신의 가치와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그러나 그 무렵 아내가 쓰러지고 집안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생업을 위해 학원 강사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

“저를 진보 인사로 구분하시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저는 제 인생이 ‘신앙의 궤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도 왠지 (진보적인) 기장(한국기독교장로회)교회에 다닐 거라고 생각하시곤 하는데, 합동 측 교인입니다. 사도신경의 신조나 복음서의 가치, 거기서 가르치는 문자적 가르침에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게 주신 하나님의 기회가 역사나 인문학의 도구를 세상에 전달하는 것이기에, 아닐 때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 역할까지는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죠. 예수님께서도 좋은 말만 하시지 않으셨잖아요.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 역사적 왜곡이나 인문학적인 부분을 악용하거나, 죄의 문제를 미화한다면 크리스천으로서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전의 은혜

그는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는 한마디로 “역사의 하나님을 믿었는데, 성령 하나님을 만났다”고 표현했다. 국정교과서 사태 이전까지 그의 신앙은 ‘체험’보다는 ‘지식’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반전'의 성령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지만 정작 그의 일상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대치동에서는 나름 ‘잘 나가는’ 입시강사였고 큰 학원으로 옮기기로 확정된 상황이었다. SNS에 올린 ‘카톡 유언비어 반박문’이 알려지면서 약간의 공명심으로 언론 인터뷰까지 한 그에게 돌아온 건 ‘그만 나오라’는 통보였다. 당시 7~8개 학원을 동시에 출강 중이었는데, 한 곳 빼고는 다 잘렸다. 옮기기로 했던 ‘큰 학원’에서는 아예 ‘카톡 유언비어 반박문’ 때문에 못 받겠다고 말을 바꿨다.

일자리를 다 잃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그 순간에 찾아왔다. 사태 전부터 작업 중이던 첫 번째 책 ‘역사전쟁’의 출판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기독교방송 CBS에서 ‘근현대사 똑바로 보기’라는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다. 이후 CBS에서 ‘배낭 안의 예수’, ‘북간도의 십자가(방영 예정)’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나서게 됐다. tvN의 ‘어쩌다 어른’, JTBC의 ‘말하는 대로’ 등 유명 인문학 TV 프로그램 섭외로도 이어졌다. 이후 ‘심용환의 역사토크’, ‘단박에 한국사’, ‘헌법의 상상력’ 등 펴내는 책마다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성공회대학교에서 외래교수로 채용돼 헌법과 한국현대사를 강의하고 있다. 심 집사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님의 은혜”라며 주신 기회를 한국교회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와 인문학

심 집사는 자신의 이야기가 ‘성공담’으로 소개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경적인 기준에서 의롭다고 생각되는 길을 선택했고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시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길이 열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하고 교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로 방황과 회복을 반복하는 평범한 크리스천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그를 강사로 초빙하는 일이 잦아졌다. 강사료도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교회 강연이라면 “적은 비용에도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젊은 크리스천들이 폭 넓은 인문학적 소양과 역사의식 안에서 신앙생활을 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더 나아가 인문학에 대한 투자야말로 새로운 부흥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교회 안의 우수한 인문학적 인재를 양성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신앙훈련을 받은 신학적 소양이 있는 친구들도 역사나 인문학의 영역으로 나오면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서는 교회 안의 문제도, 교회 밖의 문제도 해결할 능력을 갖출 수 없죠. 한국교회는 구한말 삼일운동뿐 아니라 민주화와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부흥을 말하기보다는 젊은이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앞으로 변화하는 대한민국에서 교회가 답을 주는 중요한 단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이나마 교회가 부흥할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이만열 교수나 손봉호 교수 같은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평신도 신앙인을 꿈꾼다. ‘성공’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최대한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는 심 집사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출처:심용환 집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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