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입시정책, 교육의 본질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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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입시정책, 교육의 본질은 산으로 간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8.13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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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대입 공론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022년도 대입개편 두고 '수능VS학종' 접전
교육의 본질 되새기고 '공정한 사회' 조성돼야
▲ 사진=아이클릭아트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제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시민 490명이 참여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간 논의 끝에 지난 7일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권고안이 '수능 상대평가 유지 및 정시전형 확대'를 골자로 한 사실상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입전형을 둘러싼 기존의 인식 대립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의 몫이 다시 교육부로 넘어간 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수능파 vs 학종파' 첨예한 대립
공론화위에서 다룬 대입개편 시나리오 4개 중 최대 지지를 받은 1안은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45% 이상 선발하자'였다. 반면 두 번째로 높은 선호도를 보인 2안은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대입전형에서 수능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소위 '수능파'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학종파'로 나뉜 것이 이번 공론화의 핵심 쟁점이었다. 

양측은 일찌감치 치열한 접전을 벌여왔다. 우선 수능파는 그동안 전국 수험생이 동일한 난이도로 시험을 치르는 수능만큼 공정한 전형이 없다며 '수능 선발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들은 내신이 좋지 않은 재학생이나 재수생,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만학도에게도 대입의 기회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학종을 두고는 깜깜이 전형이라고 지적한다. '떨어진 학생도 놀라고 붙은 학생도 놀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각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지 불투명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입을 위한 스펙을 쌓고자 부모의 재력을 빌어 고액의 입시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금수저 전형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반면 학종파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겨우 1점 차이로 합격을 좌우하는 성적위주의 한줄 세우기 교육을 탈피해 학생들 스스로가 진로를 설계하도록 돕고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지금 같은 단순 암기식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은 사교육 시장만 더욱 배불릴 뿐, 미래 협동·의사소통 능력 등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데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해온 좋은교사운동은 "학습 환경과 성장배경 및 재능이 다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점수 매기겠다는 것은 학교교육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교육이 퇴보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아이들이 과잉·무한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마음껏 실패해도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지금부터 수능에서 나아가 내신까지의 절대평가 도입을 단계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답 없는 권고안에 학부모들 '한숨'
이렇듯 팽팽한 공방 끝에 수능의 영향력을 높이는 1안과 수능의 절대평가를 도모하는 2안은 근소한 차이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공론화위 김영란 위원장은 "의제에 대한 지지도조사 결과 1안과 2안이 각각 52.5%와 48.1%를 차지했는데 이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파·학종파 양측은 모두 어정쩡한 결론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수능파는 정시 선발비율을 명시하지 않은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학종파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는 "수능 상대평가 시나리오는 3개인데 절대평가 시나리오는 1개에 그치는 등 공론화 진행과정이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정했다"며 "그럼에도 2안이 2위를 차지한 것은 시민들이 절대평가의 손을 들어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 역시 4가지 의제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지 않은 정부를 향해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개편을 1년이나 유예했는데도 또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데 실망했다"면서 "아직 자녀가 어려서 입시가 피부에 직접 와 닿지는 않지만 우리 아이가 진학할 때도 이렇게 교육정책이 갈팡질팡 할까봐 걱정된다. 대입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공정한 신뢰사회 구축해야
당초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 만큼 조만간 최종 발표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현행 제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론화위는 이번 권고안과는 별개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중장기 과제로 여기고 단점을 보완해 적용하는 방안을 과제로 남겼다. 

물론 대입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 학부모와 학생이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결론짓기란 어렵다. 그러나 '더 이상 교육이 대입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선 교육계와 학부모·학생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공동대표는 "입시에 전부를 내거는 것이 아닌, 각자가 재능을 살려 이웃을 섬기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좋은 그리스도인으로 자라나게 돕는 것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교육의 역할이자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이 같은 대전제를 바탕으로 '대입 안정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때 수능이든 학종이든 부작용은 생길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송인수 대표는 "대입 개편을 둘러싸고 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것은 한두 해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론 없는 결론'이야말로 불안을 먹고 크는 사교육 시장을 가장 키우는 일"이라면서 "점수에 목을 매는 수능에 반기를 들고 학종을 제안하더라도 교사들이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투명한 장치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입 안정을 위한 보다 큰 틀에서 '공정한 사회로의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인수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를 잘 믿지 못하는 저신뢰 사회다. 치열하고 경쟁적인 입시관행을 고치고 싶어도 학생들을 평가하는 교사나 입학사정관을 어떻게 믿느냐는 불신이 가득하다"면서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자녀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입시에서 학생부 조작을 막고 기업체 채용에서도 출신학교로 지원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고신뢰 사회로 나아갈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디세이 학교 정병오 교사도 "대입문제는 따지고 보면 신뢰와 공정성의 문제다. 불신사회가 어떻게 합리적 입시 제도를 만들 수 있겠는가" 반문했다. 그는 "교육의 공익성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는 법률들이 속속 마련되는 동시에 아이들을 경쟁에 내맡기는 정책들에 대해선 국민들이 건강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정부를 올바르게 견인해야 한다"며 "크리스천 부모들마저도 '무엇이 내 아이에게 유리할까'를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의 입시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란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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