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공유사회…교회도 '착한 공유'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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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공유사회…교회도 '착한 공유' 실천해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7.02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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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21) 공유경제를 넘어 공유시대 교회의 역할은?

직장인 A씨는 요즘 카 쉐어링(Car Shaing·차량공유)을 통해 출퇴근 한다. 덕분에 지하철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하고 자동차 구입·유지비에 주차 걱정까지 덜었다. 새내기 창업가인 그는 높은 임대료를 피해 사무실도 공유오피스(Shared Workspace)로 잡았다. 역세권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실부터 복사기·팩스 등 사무기기와 카페처럼 꾸며진 라운지까지 갖춰 6명의 팀원이 사용하기엔 안성맞춤이다. A씨는 올 여름 휴가지인 영국에서도 쉐어 하우스(Share House)를 통해 숙박을 해결할 예정이다.

공유경제를 넘어 공유사회로 
바야흐로 '공유'가 대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안으로 미국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 언급한 '공유경제'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서로 빌려 씀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 공유경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1인가구를 중심으로 IT기술이란 훈풍을 타고 전 세계 일상 전반에 확산했다. 재화의 종류는 다양해졌고 시간·기술·재능 등 무형자원까지 등장,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과 사업들도 쏟아졌다. 단순 경제체제를 넘어 이제 '공유사회'를 맞이한 것이다. 

공유가 일상화된 시대흐름에 교계에서도 '착한공유'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상에서 청지기적 사명을 맡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 다만 교회는 수익모델을 넘어 '공공성'을 담보로 하늘나라의 가치를 이뤄내는 착한공유를 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서울대 기독교윤리학과 문시영 교수는 "공유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기독교의 이웃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며 "교회는 차원이 다른 공유의 모범을 제시해 사회적 관심을 표현하고 교회다움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도 "교회가 '사회와 동떨어진 집단' 혹은 '개교회주의'로 흐른다는 지적을 받는 요즘 나눔·협업 등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선교정신"이라며 "때때로 자원 공유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은 한 교회의 생존과 연결될 수도 있는 만큼 옳다 그르다 판별할 수 없지만 언제나 하나님의 가치 실현을 최우선으로 지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착한공유'를 실현하는 방법 
그렇다면 교회는 공유사회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주일 외에 사용하지 않는 유휴공간을 지역사회에 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몇몇 교회들은 평일에 잠자는 주차장이나 예배당을 공연장·결혼식장 등으로 무료 혹은 적은 비용에 빌려주고 있다. 주차난 같은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이 한데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 역할로 손색없다. 

공간의 패러다임을 확장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공동의 이익을 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봉사자들로 운영하던 공정무역 카페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취약계층을 돕는 더불어숲동산교회의 '페어라이프 센터'가 그 예다. 이 교회는 제3세계 커피노동자를 착취하는 부당무역에 맞서 경기도 5개 도시가 공정무역 도시를 선포하는 데도 기여했다. 주민들의 소비패러다임마저 선하게 바꾼 것.

"교회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교회는 목사가 개척했다고 목회자의 것도, 성도들의 헌금으로 만들었다고 성도들의 것도 아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공유재로서 지역을 살리는 장소가 돼야 한다." 이도영 담임목사가 밝힌 목회철학은 공유시대 교회가 좇아야할 가치관을 잘 나타낸다. 그는 "교회가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가진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사회 일원으로 파송되는 것, 그래서 교회가 떠나지 못하게 마을이 붙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사회 '선교적 교회'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예배당을 짓고 누군가가 오길 기다리는 교회가 아닌, 먼저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능동적 교회가 되란 뜻이다.

이쯤에서 '그럼 작은 교회들은 착한공유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란 물음이 생긴다. 대형교회와 달리 충분한 인프라를 구비하지 못한 작은 교회들은 공유사회에 끼어들 틈조차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적 자원'에서 그 답을 찾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앞으로 공유의 범위는 유형적 재화를 넘어 경험·지식·시간 등 모든 분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 가운데, 작은 교회의 재능기부와 연합모임은 또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단 의미다. 남시영 교수는 "가령 성도들이 문화협동조합을 조직해 인문학 강좌를 열거나 작은 교회 박람회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 아동·노인을 위한 공공 돌봄 모두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공동체성이 강한 교회 안, 목회자와 교인들이 언제든 섬기고 봉사할 준비가 돼있단 사실은 작은 교회들이 인적 자원을 활용해야한다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백광훈 원장은 "어떤 교회는 주보에 지역의 필요사항을 공지해 성도들에게 도움을 요청, 이들의 재능이 교회 안 사역에만 갇히지 않고 필요할 때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준다"며 "작은 교회라도 '좋은 교회'로써 얼마든지 공유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작지만 강한 교회는 기독교의 대사회적 신뢰도를 높여 한 영혼이 돌아오는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교계 안 '공유'로 교회됨 회복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 사이에는 끝끝내 좁히기 어려운 현실적 갭이 존재할 수 있다. 작은 교회들이 언제까지나 인적 자원에만 의지해 공유를 실천하기엔 분명 한계도 있을 터.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상을 향해서뿐만 아니라 교계 안에서도, 작은 교회들을 향한 큰 교회들의 착한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탄탄한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교회들이 그렇지 못한 교회들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교계에서 착한공유가 이뤄질 때 주의할 점은 큰 교회들이 작은 교회들의 자존감을 다치게 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문시영 교수는 "큰 교회의 수양관이나 공연시설을 빌려 쓰는 소규모 교회들 입장에서는 불편과 부담이 적지 않다. 대놓고 표현은 안 해도 큰 교회가 작은 교회들에게 혜택을 주듯 생색을 내면서도 대관료 수익은 챙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관리비·운영비 때문이란 걸 감안해도 작은 교회들을 할인의 수혜자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영 목사 역시 "큰 교회가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서로가 더불어 사역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공유교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기독교연합회나 교단총회 차원에서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공모제로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공모전에서 뽑힌 작은 교회들은 재정 확보와 동시에 큰 교회들과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해나가면서 당당함 내지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 문시영 교수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고 조롱당하는 이유는 기독교가 공적인 성격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지향해야 할 착한 공유의 핵심은 반드시 신앙의 공공성을 구현하는, 복음적 정체성에 기초한 행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되면 시민사회가 교회를 본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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