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유산 배우고~ 여행의 즐거움 만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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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유산 배우고~ 여행의 즐거움 만끽하고~”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8.06.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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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는 기독교 유적 답사 떠나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각 가정마다 휴가를 앞두고 어느 곳으로 떠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시간이다. 올해는 가족들이 휴양과 함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보통 기독교 유적순례를 이야기하면 이스라엘과 같은 해외를 생각하지만, 국내에도 신앙 선배들이 남긴 믿음의 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유적 답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항 주변 한국교회 초기 숨결
복잡한 여행길보다는 여유롭게 도시 안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산과 바다보다 극장이나 놀이시설에서 여름을 보내며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도 다닐 수 있는 인천도 꽤 괜찮은 코스인 것 같다.

130여년 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는 인천항으로 들어와 서울에 안착해 복음을 전했다. 당시 두 선교사들의 흔적을 따라 경인지역을 잇는 여행도 흥미로울 듯하다.

선교사들이 처음 들어온 인천항과 중구청 일대에는 근대 유산 또한 많다. 인천에는 최초의 감리교회 인천내리교회, 최초의 성공회교회 내동교회, 국제성서박물관, 한국선교역사기념관 등 기독교 유적지도 마련돼 있어 둘러볼 수 있다.

유적답사를 하다가 가족들은 월미도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한잔 마시거나, 차이나타운에서 중화요리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재미를 누릴 수도 있다. 혹시 여유가 있다면 뱃길로 4시간 거리인 백령도로 떠나볼 것도 추천한다. 백령도는 남한 최초의 자생교회 중화동교회가 있고 대부분 백년 이상 된 교회이다. 비교적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천혜의 자연경과과 깨끗한 해안가가 있어 휴양지로도 꽤 매력적이다.

서울의 기독교 교육역사를 따라서
서울에서는 자녀들과 함께 한국교회가 설립한 대학을 따라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교회 근대 기독교 교육의 출발점이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연세대학교, 최초의 근대 여성교육기관으로 선교사들이 세운 이화여대를 다니면서 숨겨져 있는 유적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고개 하나를 넘어 서대문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한 후 서울시내 기독교 유적지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정동 일대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코스이다. 정동에는 덕수궁 돌담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과 정동제일교회, 구세군중앙회관, 새문안교회,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등 곳곳이 선교 역사이다. 가까운 거리에 역사 흔적이 모여있다는 장점과 함께 언제든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많다는 점도 좋다.

다만 기독교 유적을 단순히 보겠다고 방문하면 볼거리 자체가 많지 않아 실망할 수 있다. 미리 역사와 정보를 섭렵해오거나 안내책자를 보면서 다닌다면 충분히 알찬 순례가 될 수 있다.

1박 2일, 2박 3일 코스 어때요?
지방으로 떠나고 싶다면 조금은 숨 가쁠 수 있지만, 여행 코스를 직접 짜볼 것을 추천해 본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며 일정을 자유롭게 구성하면서 기독교 유적지와 휴가 명소를 함께 방문할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발안IC 인근 화성시 제암리 3.1운동 순교유적지는 자녀들에게 순교신앙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서산 해미읍유적, 서천 아펜젤러순직기념관 등을 찾아가고 인근 지역에서 관광과 먹거리 탐방을 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깊숙하게는 일제 수탈의 흔적이 남아있는 강경도 추천할 만하다. 강경은 최초의 침례교회, 신사참배 거부운동으로 유명한 강경성결교회 등이 소재해 있다. 뿐만 아니라 식민지 시대 은행건물과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흔적도 남아 있다. 유명한 강경의 젓갈을 사는 기회도 가능하다.

충청권에서 일 박을 한 이후에는 김제 금산교회는 이동해 꼭 들려봐야 한다. 한국교회 초기 ‘ㄱ’자 예배당. 양반 조덕삼 장로, 머슴 이자익 목사의 아름다운 신앙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김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더 내려가면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전남 영광에 당도한다. 절절했던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큰 돌덩이처럼 가슴에 내려앉는 것 같은 무게감을 경험하게 된다. 신안지역 복음전파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를 발견하고 싶다면 증도를 찾아가 보자.

부산 선교역사 집중탐구
동해안과 영남권 곳곳에서도 선교 유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중 부산의 기독교 유적을 집중 탐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인천항으로 입항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부산이었다.

1876년 조선에서 처음 개항해 꾸준히 선교사들이 들어왔던 부산항이다. 지금 부산항 바로 인근에는 세관박물관과 근대역사관이 설립돼 있어 당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산을 비롯해 영남지역 복음화를 위해 노력한 곳은 호주장로교회였다. 바닷가가 내려다 보이는 복병산은 외국인 묘역 터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호주장로교회가 설립한 부산의 모교회 초량교회와 부산진교회를 방문하면 옛날 교적부와 회의록, 선교자료 등이 전시돼 있어 관람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여성들을 위해 멕킨지 선교사와 두 딸이 설립한 일신병원도 소중한 선교유산이다.

흥미로운 점은 1950~1953년 피난민 시절에 설립된 교회들이 부산에 많다는 점이다. 동래중앙교회에 마련된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을 찾아가면 4천여점의 유물과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항일정신이 깃든 부산진일신여학교 기념관, 더나눔센터 장기려 기념관, 광복로 입구 초기 선교사 입국기념 표지석도 들러볼 만하다.

한국고등신학연구원 김재현 원장은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현장에서 역사에 말을 걸면서 신앙을 성찰할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본질적인 신앙의 가치를 고민하면서 미래를 계획하는 하프타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유적 답사 여행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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