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덩어리' 취급 '난민'…교회는 어떻게 봐야 할까
상태바
'골치덩어리' 취급 '난민'…교회는 어떻게 봐야 할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22 20: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곡된 정보 넘쳐… '교회다움' 요구 거세다
"'혐오' 딱지 떼고 '같은 사람'으로 봐줬으면"

#1

가정주부인 이 모 집사(59세, 여)는 최근 교인들과 함께 사용하는 ‘단톡방’에서 한 메시지를 받았다. “제주도에 무슬림들이 단체로 들어왔는데, 이들을 받아주면 당신의 아들을 죽이고 딸과 며느리를 강간할 것이다. 이들을 절대로 난민으로 받아줘선 안 된다. 이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기도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무서운 마음이 들어” 가족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고 메시지에 적혀있는 대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참여했다. 지금도 뉴스에서 ‘제주도 예멘 난민’ 내용이 나오면 “혹시라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한국에 들어올지 몰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

대전에서 목회를 하는 전 모 목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온라인에 떠도는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른바 ‘팩트 체크’의 성격으로 쓰였는데 △예멘 난민에 대해 1인당 138만원 지원은 가짜뉴스 △난민 심사 과정에서 철저한 심사를 통해 테러 위험성을 가진 인물이나 불순한 의도로 신청한 사람들을 걸러냄 △한국 내 난민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것은 사실 무근임 △한국의 난민 인정 건수는 급증하고 있지 않음 등의 내용이다. 전 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딱 20분 정도만 발품을 팔면 얻을 수 있는 정보다. 기독교인들도 정확한 분별을 위해 제발 이 정도 수고만이라도 해주기를 바란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부터 난민법을 시행해 왔다. 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난데없이 ‘난민’ 이야기가 화제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은 물론, 신문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제주도에 온 549명의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 친구나 동료,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난민’은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처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난민 신청자들이 도망쳐 나온 예멘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을 갖는 내전이 발발, 2,800만 인구의 4분의 3이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2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이번에 그 가운데 549명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에 들어온 것이다.

 

갈등과 대립 양상으로 번진 ‘난민 이슈’

지난 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난민 지위 취득을 반대하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대통령이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무려 34만여 명(22일 기준)의 지지를 받은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 외에도 해당 게시판에는 비슷한 취지의 청원이 시시각각 올라오는 중이다. “난민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테러를 일으킬 것”이라거나 “과도한 세금이 지출되고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난민을 받아들인 뒤 어려움에 처한 유럽의 사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 가운데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격한 표현들도 적지 않다. “난민을 받아주려면 (찬성을 주장하는) 당신이 데려다가 먹여 살리라”거나 “당신 자식들이 난민에게 성범죄 당하기를 바란다”는 식의 비아냥도 있다.

찬반 양측의 대립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은 지난 20일에도 계속됐다. 당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출판 관계자의 글은 수백여 건의 ‘공감’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대의)이유가 한심무인지경이라 별로 고려할 가치도 못 느끼지만, 서명자가 20만 명(당시)이라는 데는 약간 전율을 느낀다. 우리들이 그나마 안전하게 작은 복지라도 누리고 사는 건 뜻하지 않게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일 뿐 뭐가 잘나서라고…손에 쥔 알량한 행복이랍시고 조금도 나누지 않으려는 이기심에 기가 찬다”며 “옆 마을에 지진 산불이 나서 사람들이 대거 피신했는데, 너는 마누라 때린 놈, 너는 지난번에 다른 마을 사람에게 행패부린 놈, 너는 남묘호렌게교 믿는 놈, 너는 태극기부대, 이러면서 하나씩 골라내겠다고?”

1996년 재중탈북난민 구출사업을 시작으로 22년간 한국에서 난민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도 같은 날 ‘제주 예멘 난민들을 위한 호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제주도에 입국한 549명의 예멘난민들은 베트남 보트피플 이래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대량 난민 사태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에는 이와 같은 6,560만의 난민들이 타국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 난민들은 전쟁과 박해의 위험 때문에 일시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람들일 뿐 두려워할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제주 예멘난민을 둘러싸고 표출된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난민에 대한 혐오나 반감이 아닌 난민제도의 운영에 대한 걱정과 발전에 대한 채찍이라고 겸손히 듣겠다”며 “인권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나라, 난민에 대한 높은 이해와 수용이 우리 사회 전반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과 보호의 수준이 되는 나라, 생사를 넘다 한국에 온 난민들을 배척함으로 갈등하기보다 따뜻한 손 내밀어 평화로운 나라, 공정한 난민제도를 세워 악용을 방지하되 보호받을 난민들에게는 너그럽고 친절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49.1%로 집계됐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9.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9%였다.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는 없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난민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각종 가짜뉴스가 기독교인들의 ‘단체 채팅방’에 떠돌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혹자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보수 기독교계를 지목하기도 한다. 아무리 사회적인 분위기와 여론이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인들까지 반대 일색이라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예수께서는 믿는 자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델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과거 이슬람 문화권에서 11년간 사역한 익명의 한 선교사는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예멘 난민들에 대한 반감의 근원을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배경에서 찾으면서 “우리가 이슬람의 교리에 대해서는 분명한 영적 분별력이 필요하겠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진정한 ‘에클레시아(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성도의 모임)’를 추구하는 기독교인답게 지혜롭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선교사는 또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은 일반인이나 국가정책을 다루는 사람이 바라보는 관점과는 조금은 달라야 할 것”이라며 “가톨릭에서는 취업하지 못한 150여 명의 예멘 사람들에게 처소도 제공하고 취업도 알선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 역시 이때 올바른 목소리를 내서 나그네들을 돕고 교회다움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열린 난민포럼에 참석해 발제를 하기도 했던 백석대 장훈태 교수(선교학)는 “사후문제를 고려해야하기에 천천히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받는 것도 받지 않는 것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또 "예멘 난민 중에는 위장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성경적‧선교학적 측면에서 볼 때 온 인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다. 나의 것을 포기하고 예수의 사랑으로 도와주는 것이 선교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 보수기독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엄기호 대표회장 역시 “이미 들어온 생명인데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목소리를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연합기관이 분열되어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예멘 난민 돕는 제주 기독인들

현재 제주에는 난민 신청자들을 돕는 다양한 단체가 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와 전국난민네트워크, 천주교이주사목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자 의식주를 포함한 초기 긴급구호에 나섰으며 현재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민간 단위의 구호창구를 일원화 하는 과정에 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신강협 소장은 “낯설고 건장한 남성들이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본 제주도민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혼란이 오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이들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부정적인 인식을 증폭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그동안 제주는 평화와 인권의 섬을 표방해왔다”며 “무사증 제도를 도입해놓고 정작 이에 걸맞은 국제적 인식을 함께 갖추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제주 기독인들 역시 난민 돕기에 팔을 걷어붙치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주도 기독 청년들을 중심으로 도 내 외국인들을 돕기 위해 출범한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는 지난해 11월 예멘 난민 신청자가 처음 들어온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와 취업 알선 등 다각도의 지원을 펼쳐 왔다.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산하 제주이주민센터의 한용길 사무국장은 “이번 예멘 난민사태 이전에도 이미 제주에는 2만 3천여 명의 합법체류 외국인과 1만2천여 명의 미등록체류자가 거주해왔다”고 소개하며 “성경의 모든 말씀을 다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자’는 이 한 말씀만이라도 지키자는 취지로 제주 기독청년들이 단체를 설립하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 사무국장은 2012년에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시행한 뒤 5년이 흘렀지만 “한국은 아직 제대로 된 난민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난민에 대한 연구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태를 “한국 난민 지원 시스템의 열악하고 미흡한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실례"라고 평가하면서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와 악성 댓글로 난민뿐 아니라 그들을 돕는 단체 및 자원활동가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각종 혐오의 딱지를 떼고 그냥 제주에 체류하는 외국인,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혜연 2018-07-01 17:10:21
극우개신교도들 정말 보기역겹다~!!!! 말세야~!!!! 왠만한 극좌개신교도들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