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문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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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문은 열렸다
  • 정성진 목사
  • 승인 2018.06.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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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6월 12일 역사에 기록될 장면이 싱가포르에서 일어났다. 이날은 전쟁과 분단의 시대를 마감하고, 공존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문이 열린 날이다. 센토사섬에 위치한 카펠라호텔 현관 양쪽 회랑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으로 걸어 나와 약 13초간 나눈 악수는 7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적대감과 지난 수년간 임계점에 다다랐던 전쟁위기가 극적으로 풀리는 순간이었다. 분단과 전쟁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4월 27일에 한반도의 평화를 여는 상징이 되었던 것처럼, 한때 ‘죽음 앞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해적과 폭력,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지니고 있던 센토사섬은 평화의 섬으로 새 단장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싸여온 불신과 냉소의 기류였을까? 너무나 큰 기대감이 역으로 작용한 것일까? 70년의 적대관계를 뒤로하고 평화를 향해 협력하겠다는 공동성명문에 두 정상이 서명을 했음에도 하루, 아니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채 성과에 대한 평가절하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 평가가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공개된 공동성명문의 내용도 평가절하 받을 이유가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정상 간의 공동성명은 디테일보다는 원칙과 약속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비판하기 어렵다. 요즘 영화가 개봉되기 전, 영화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여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홍보효과로 ‘티저영상’을 사용한다. 공동성명문은 개봉 전 소개한 ‘티저영상’격이다. 앞으로 있을 실무진의 협상테이블과 수차례 정상 회담을 통해 본 영화는 관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물론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과욕일 수 있고, 성명문에는 담기지 않은 합의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협상 내용에는 ‘CVID’에서 ‘V(Verifiable), I(Irreversible)’가 빠졌다. 미국과 한국의 일부언론에서는 ‘V와 I’가 빠졌다고 비핵화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실현가능한 수준에서의 CVID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완전한 비핵화를 명기한 것은 현실적 최대치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판문점선언보다 더 강한 표현인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명시한 점은 진일보한 것이다.

이제는 무엇보다 자구(自救)에 매달리지 말고,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보다는 역진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를 선포하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감사한 것은 이번 북미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의 역할이 부쩍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단 극복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선도해온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모든 일을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주님께서 한국교회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주셨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해줄 것을 바라보며, 조국을 위해 눈물로 기도한 느헤미야의 심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리는 힘써 기도해야 한다.

“주님, 종의 간구를 들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을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주님의 종들의 간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느 1:11, 새번역)”

그렇다.

평화의 문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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