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옥상 햇빛발전소, 환경·수익·교육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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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옥상 햇빛발전소, 환경·수익·교육 ‘일석삼조’”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6.0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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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 17 - 미래는 신재생 에너지 시대, 교회의 역할은?

교회가 과감하게 창조세계 파괴하는 악습 끊어야

완벽 요구하면 부담…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환경은 곧 미래다. 대부분 환경운동의 초점은 우리 세대에 맞춰져 있지 않다. 사실 길어야 수십 년인 우리의 남은 생에만 오롯이 시선을 둔다면 환경을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가 상당수 사라져버린다. 환경 운동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다음세대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다.

크리스천에게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세계를 가꾸고 돌볼 책임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환경운동에 나서는 이유가 개인의 윤리 의식과 다음세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라면, 크리스천에게는 신앙인으로서의 양심과 청지기로서의 사명까지 뒤따른다.

하지만 하나님이 보시기 좋았다고 말씀하신 창조세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교회가 오히려 사회보다 더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본지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며 교회가 왜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또 실천할 수 있는 노력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짚어봤다.

창조세계 보전은 크리스천의 사명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지구의 지표면 온도가 1도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혁명 이후 온도변화가 2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극의 빙하와 만년설은 녹아내리고 기후 난민은 이미 수천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기후 변화 사진들을 접하고는 정말 심각하다며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우리 피부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극지방과 아프리카는 가늠하기도 힘든 먼 곳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맞이하게 될 디스토피아적 미래도 크게 감흥이 없다. 그곳은 내가 존재하지 않는, 나와 상관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환경 운동가들은 개인의 양심과 윤리의식에 기대어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다르다. ‘내가 죽기 전까지만 멀쩡하면 된다’고 무책임하게 말할 수 없다. 크리스천은 이 땅의 삶에서 우리의 여정이 끝나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이다. 지구와 온 우주의 주인이 우리가 아닌 하나님이심을 믿는 이들이다. 그런 크리스천에게 환경을 살리는 일은 도덕적 실천을 넘어서 의무이자 사명이다.

환경 파괴로 생기는 혜택과 피해의 불균형도 크리스천이라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환경을 파괴하는 대부분의 원인들은 선진국의 개발로 발생하는 반면 그에 대한 피해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더 크게 받는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의 31%를 소비하는 수도권은 아이러니하게도 원전폭발의 위험에서 자유롭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줬던 문명의 이기가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송진순 교수(이화여대)는 환경에 대한 크리스천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예수님의 구원과 정의는 개인적 차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와 전 지구 생태계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이 예언자적으로 시대의 불의를 비판하셨듯 지금의 교회도 창조세계를 파괴하는 불의를 과감히 끊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교회 옥상에 설치된 햇빛 발전소에서 포즈를 취한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담임목사(왼쪽)과 신연식 부목사.

햇빛발전소로 에너지 전환 앞장선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가 “이제 기후 변화가 아닌 기후 붕괴라고 불러야 한다”고 경고할 정도로 기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기후 문제의 원인에는 에너지 생산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탄소 배출, 방사능 위협, 미세먼지까지 고려한다면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독일은 체계적으로 원전을 감축해 2020년이면 더 이상 원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 세계 130여 기업들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100% 신재생 에너지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도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시행하며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회도 이에 동참할 수 있다. 교회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서울제일교회(담임:정원진 목사)가 좋은 사례다. 서울제일교회는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에 뜻을 같이해 올해 2월 20kw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완공했다. 그런 노력들을 인정받아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부터 올해 녹색교회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서울제일교회가 탈핵에 관심을 가진 건 후쿠시마 지역을 방문한 이후부터다. 일본 자매결연 교회와 함께 방문한 쓰나미 피해 현장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방사능에 대한 걱정으로 아직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일본 방문 이후 교인들을 중심으로 ‘탈핵 실천 모임’이 만들어졌다. 교인들은 교회 창문에 방풍작업을 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햇빛발전소 연구에까지 나섰다. 반 년 정도의 연구 끝에 얻은 결실이 지금의 햇빛발전소다.

20kw 규모의 햇빛발전소는 순수 설치비용만 3천6백만 원을 넘는다. 출석 성도 70여 명 규모의 서울제일교회로서는 큰 결심이 필요한 금액이다. 하지만 성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이 있었기에 어려움 없이 설치가 가능했다.

단순히 희생만 하는 사업은 아니다. 서울제일교회는 햇빛발전소를 통해 탄소배출권 판매, 전력 판매, 서울시 지원금 등으로 매월 7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얻는다. 원래 목적이었던 환경 보호에 교회의 다음세대들에게 보여지는 교육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원진 담임목사는 “기독교인들은 그동안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말씀을 오해해서 환경을 마음대로 훼손해왔다. 기독교인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책임 있는 실천이 교회에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에너지 전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환경 운동을 막는 가장 큰 적 중 하나는 바로 ‘막연함’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환경 문제가 당장 피부로 와 닿지 않을뿐더러 ‘탈핵’, ‘기후 변화’ 등의 주제는 한 개인이 참여하기엔 너무 거대한 이슈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유미호 센터장은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교회와 성도들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먼저는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절감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여름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빼놓아야 한다. 멀티탭을 활용하면 교회와 가정 내 전자제품 전원을 한 번에 관리하기 좋다.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습관이다.

다가오는 미래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 역시 각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캠페인 역시 교회에게 맡겨진 숙제다. 지역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이유진 공동대표는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 전환’은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를 바 없는 주장”이라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에 교회가 적극 나서주기를 소망한다”고 주문했다.

가재울녹색교회를 담임하며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는 “복음전파의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가 창조세계 보전에 적극 나섬으로써 새로운 선교의 길을 열고 미래를 준비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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