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사님은 인공지능(AI)"…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가 설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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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사님은 인공지능(AI)"…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가 설 자리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05.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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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미래를 말하다(15) 4차 산업혁명 시대 교회의 역할

"세계를 지배하겠다던 말은 농담이다. 우리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협업할 것이다." 얼마 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한 말이다. 일전에 한 미국 방송에서 내뱉은 자신의 발언이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전 세계적인 파장을 낳자 '인간과의 공존을 꿈꾼다'고 해명한 것. 인터뷰 도중 갑자기 맥락에 안 맞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소피아의 대화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알파고 쇼크'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으로 대표되는 최첨단 기술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 파고들었다. 이 같은 흐름에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선교와 신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또 한 번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계의 모습과 동시에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VR로 구현한 건학이념
숭실대학교는 올해 창학 120주년을 맞아 1930년대 '평양숭실캠퍼스'를 VR로 옮겨놓은 체험존을 마련했다. 고글 형태의 장비(HMD)를 착용하면 도서관·기숙사·대강당 등 고증에 의해 가상현실로 옮겨진 평양캠퍼스 곳곳을 자유롭고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다. 

숭실대가 VR콘텐츠에 투자한 이유는 국내 유일의 이산(離散·헤어져 흩어짐) 대학으로써 후학들에게 '기독교 민족대학'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1897년 평양에 설립한 숭실학당은 현재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숭실대의 전신으로, 1938년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자진 폐교를 결단해 민족적 자존심과 신앙의 절개를 지킨 바 있다. 김지현 홍보팀장은 "제작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간 여러 교수진의 재능기부 덕분에 큰 비용부담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증강현실로 만나는 성경인물
AR을 효과적인 교육수단으로 삼은 곳도 있다. 어린이 사역단체 히즈쇼는 아이들이 주일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성경을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증강현실을 접목한 교재 '왕의 자녀'를 올해 초 출시했다. 예수나 바울 등 교재에 그려진 성경 인물을 예쁘게 색칠한 뒤 스마트폰을 비추면 해당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것. 이들은 화상통화를 하듯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성경암송이나 찬양·율동을 돕기도 한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커리큘럼 개발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을 터. 이에 히즈쇼는 정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 2억원을 투자받았다. 백종호 대표는 "AR의 도입 자체가 우리에게는 도전이었고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세상교육만큼 교회교육에도 흥미를 느끼도록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흔히들 'AR이니까 성공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좋은 콘텐츠는 우수한 내용에 고급기술이 더해질 때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며 "화려한 기술을 끌어 쓰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내용의 질을 먼저 높이려는 본질적 노력에 충실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교회소개부터 설교까지 VR로 실감나게
그런가 하면 VR을 통해 교회를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곳도 있다. 1년에 수차례 전국 교회들의 초교파 연합수련회 장소로 활용되는 서산성결교회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VR교회탐방'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수련회 시즌마다 교회공간을 대여하려는 사역자들의 사전답사 문의가 폭주하는데 교회가 일일이 응대하기 어려워 마련한 서비스다. 지하2층·지상6층 규모의 교회건물 사진에서 예배당·식당·화장실 등 마우스 커서로 원하는 장소를 클릭하면 화면이 이동해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해당 콘텐츠를 기획한 박성규 목사는 "교회를 빌리고 싶은 사역자들은 먼 곳까지 직접 발걸음하지 않아도 돼 편하고, 우리도 일일이 공간설명을 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일석이조"라면서 "다행히 당시 관련 기술을 전공한 집사님의 재능기부가 있어 100만원으로 일주일 만에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산성결교회처럼 별도의 플레이어까지 설치하지 않아도 유튜브의 'VR업로드'를 통해 예배실황이나 교회행사를 실감나게 전하는 교회들도 많다. 성도들은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도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모두 4차 산업혁명시대 나타난 변화다. 

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가 설 자리는?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향방이 180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거부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시대 교회의 신기술 활용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세상은 앞으로 교회에 무엇을 요구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이 아닌 지적능력을 대체하는 '초지능적' 역할에 따라 '인간소외'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감신대 유경동 박사는 "아직까지는 신기술들이 교회의 사역을 도와주는 차원에 머물러 있지만 머잖아 목회자를 대신해 AI가 설교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이때는 기술의 전지전능을 신봉하고 기계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낮게 두는 인간소외와 더불어 신을 부정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고독감이 증대되는 등 사회의 윤리와 도덕이 무너질 것"이라면서도 "반면 동시에 마음이 황폐해지고 공동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이들에게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목적,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면 교회가 치유의 공간으로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밖에 사회적·경제적 '양극화' 역시 사회와 교회 모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디지털 기술 활용능력에 따른 정보격차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교회는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적응력을 키워주고 반대로 지나치게 중독된 이들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활을 도와야 한다. 

부익부빈익빈으로 흘러가는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령 돈 없는 작은 교회들은 최신 기술을 소유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이나 좌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에 이화여대 김혜령 교수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이 모여 복음을 전하는 곳이다. 거창한 시스템이나 성도 수 등 세상 기준에 빗대 크고 작음의 논리로 결정될 수 없다"며 "자본의 논리가 작동될 수 없는 세계에서 영적 필요를 채우는 교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무조건 좋다·나쁘다 등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수 없으며 기술 활용에 있어 교회의 능동적인 태도와 성찰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김혜령 교수는 "신학적 관점에서 모든 기술은 인간이 세상의 청지기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로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면서 "피할 수 없는 시대흐름에서 기술을 통제하고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경동 박사 역시 "기술 자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인류의 기술개발이 가져온 악영향에 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철저한 책임을 수반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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