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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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이십니까?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8.02.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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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49

수수께끼를 내고 사람 희롱하는 것을 즐기던 괴물, ‘스핑크스’를 처치하러 길을 떠난 자가 있었다. ‘오이디프스(Oedipus)’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점심에는 두 발로 걸으며,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 지금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너무 쉬운 질문이다. 그런데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사람이다” 라고 어렵게 정답을 맞춘다. 어찌됐든 문제가 풀렸다는 사실에 너무도 자존심이 상한 ‘스핑크스(Sphinx)’는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을 했다고 한다.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스(IIias) 오디세이아(Odysseia)”에도 비슷한 스토리가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야기다. ‘아킬레우스(Achileus)’의 전설 같은 용맹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군은 후퇴한다, 그리고 ‘난공불락’의 성으로 인정하며 거대한 ‘목마’를 축하선물로 남긴다. 트로이는 그 목마를 성안에 들이고, 그 안에 숨어있던 그리스군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전설 속에 떠돌아다니던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다. 지금은 고고학자들에 의해 유적이 발굴 되면서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기도 한다.

‘오이디프스’나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나 ‘스핑크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만큼 황당하고 웃기는 ‘모순’의 이야기들이다. 지금 그런 이야기에 답을 못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전쟁에서 이겼다고, 거대한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이고 잔치를 벌이다가 망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낼 사람도 없다. 그런데 여전히 21세기에도 너무 흥에 겨워 이런 수수께끼의 마술에 걸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두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의 핵심은 오직 한가지다. “너는 누구며(Who are you),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Where are you from and where are you going?)”이다. 해답이 모두 ‘사람’이라는 데서 찾아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데 우리는 그 답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애써 감추고 기만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오늘날의 현실이 그렇다는 것에서 답답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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