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년, 그 땀흘림이 아름답습니다”
상태바
“일하는 노년, 그 땀흘림이 아름답습니다”
  • 승인 2001.05.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노인인구의 증가로 우리 사회가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유엔이 분류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10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내놓은 ‘한국의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 현재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는 3백37만1천 명으로 총인구(4천7백27만 명)의 7.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인구 노령화가 갈수록 빨라져 오는 2022년에는 노령인구가 전체의 14.3%를 기록하면서 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급격한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지만 정작 노인복지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적인 가족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실직자 양산 등으로 인해 자녀들의 사적 부양능력도 축소되면서 우리나라 노인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노후를 매우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노인을 모시고 있는 가구 가운데 9.3%가 최저 생계비 이하의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고, 특히 노인끼리만 사는 경우에는 31%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자녀들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도 전체 노인 가운데 각종 공적제도로 소득보장을 받고 있는 비율은 23.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또 한가지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은 우리나라 노인 중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8.2%가 자녀 및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책임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대를 경험한 노인의 42.7%는 거의 매일 학대를 당하고 있었고 2~3개월 1회(24.7%), 월 1~2회(11.2%)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해자가 노부모를 학대하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39.5%)가 가장 높았고, 성격차이(22.1%), 가해자의 오해(7%), 상호이해 부족(5.8%) 등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대 유형으로는 언어 및 심리적 학대가 7.7%로 최다였고, 방임 2.5%, 경제적 착취 2.1% 등이었으며, 신체적 학대 및 폭력이 0.3%였습니다. 특히 학대 피해 노인 중 76.6%는 정신이상 증세를, 8.5%는 신체적 이상을 경험하는 등 후유증도 심각했습니다.

노부모가 자녀와 떨어져 살면서 자주 접촉하며 돌보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령인구의 40% 이상이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고, 60% 이상이 석달에 한 번조차도 자녀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녀와 떨어져 살고 있는 노인은 전체의 41.0%로 혼자 사는 경우가 11.9%, 부부 노인은 29.1%라고 합니다. 자녀와 동거하기를 바라는 노인은 47.2%에 불과, 자녀 의존적 경향이 현저하게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지요.

- 그렇다면 노인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앞에서도 고령화 시대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여기에 덧붙여 대다수 노인들에게 이렇다할 노후대책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노인문제 대응책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노후대책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주택소유(44.8%), 저축(16.2%), 건강유지 증진노력(20.6%), 보험·연금가입(7.6%) 등을 들었으나 실제로 이중 한가지도 준비하지 못한 노인이 절반 가까운 45.7%나 됐습니다. 노인 중 85.7%는 3개월 이상의 관절통·요통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질병 중 치매(95.7%)가 일상생활에 가장 큰 지장을 주는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노인들의 문제가 단순히 이러한 질병이나 학대 등의 문제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평균 수명이 연장됨으로써 일상생활 패턴에 어떤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노인문제의 대응방안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인생 60’에 맞춰 디자인돼 있는 사회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개개인들 역시 자기 삶의 디자인을 다시 짜야 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인생 80’ 혹은 그 이상의 시대에 걸맞게 지속적인 재교육·평생교육 체계를 열어야 하겠지요.

어떤 분은 고령화 사회에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를 이렇게 조언하기도 합니다. 첫째, 시간 쓰는 법을 새로 배울 것. 둘째, 일과 여가를 조화롭게 배치할 것. 셋째, 한 우물만 파지 말고 할 수만 있다면 여러 우물을 팔 것. 넷째, 끊임없이 새로운 친구를 만들 것. 다섯째, 항상 자신이 서있는 지점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긍정할 것. 여섯째, 인생이란 점점 확대되는 것이지 결코 축소되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 것 등입니다.

-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거론되는 것은 ‘효’의 문제입니다. 효를 행해야 할 자녀의 도리와 어르신으로서 지켜야 할 자세에 대해 장로님은 ‘효도십계명’과 ‘어르신(노인)십계명’을 발표하셨는데 그 내용은 무엇입니까?
효도십계명의 첫째는 부모님에게 신앙을 갖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둘째는 대답을 잘 하고 말씀을 잘 들어드린다. 셋째, 표정을 밝게 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 넷째, 궁금증을 풀어드린다. 다섯째,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용돈을 드린다. 여섯째, 향토적인 음식을 해드린다. 일곱째, 외모를 아름답게 꾸며드린다. 여덟째, 일거리를 찾아드린다. 아홉째, 친구를 자주 만나게 해드린다. 열 번째, 등을 긁어드리고 손·발톱을 깎아드린다 입니다.

어르신십계명은 첫째,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평화로운 마음을 갖자. 둘째, 과거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긍정하며 감사한 생활을 하자. 셋째, 자식과 젊은이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도와주며 살자. 넷째, 자기 능력을 개발하며 세상을 넓게·높게·깊게 살자. 다섯째, 건전한 취미생활과 독서와 운동을 생활화하여 치매를 예방하자. 여섯째,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사회봉사를 열심히 하여 보람있게 살자. 일곱째, 술과 담배·노름과 잡기를 금하여 건강을 지키고 낭비를 말자. 여덟째, 목욕을 자주하고 외모를 단정히 하여 젊은이들이 좋아하도록 하자. 아홉째, 자녀들에게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 생활에 도움을 주자. 열번째, 부부간에 서로 위해 주며 사랑하며 의지하고 살자 등입니다.

- 가나안효도학교를 만들어 ‘어르신학교’를 시작하셨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지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주로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윗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물론 부모나 윗어른에 대한 효도와 공경은 자녀들에게 있어서, 혹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런데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부모의 도리, 윗어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가 바로 그것이지요.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부모 노릇을 바로 해야 자녀들로부터 효도를 받고, 어른다워야 아랫사람들에게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가나안농군학교에서는 가나안효도학교를 만들고 지난해 12월부터 ‘어르신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한 회에 1백명씩 지금까지 5회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존경받는 부모’,‘대접받는 어르신’ 등이 교과목이고 물질은 무엇에 필요한가, 인간은 어디에 필요한가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하철에서 노약자 보호석에 앉았다가 노인의 꾸지람을 들은 중학생이 노인을 계단에서 떠밀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젊은이나 노인세대 모두가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노약자가 있는데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경우는 분명히 젊은이가 도덕적으로 잘못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건과는 관계없이 기성세대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젊은이에 대한 훈계문제입니다. 꾸지람이 다소 지나치거나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 자식을 꾸짖는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남의 자식을 꾸짖는 경우라면 설득과 대화로 스스로 잘못을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 교회에도 노인들이 상당수 출석하고 있는데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인대책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회는 자체 교회 내의 노인은 물론 지역사회의 노인을 위해서도 프로그램 마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지역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 노인들의 욕구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해당 교회에서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겠지요.

교회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노인들로 하여금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노인들의 자존심을 높여주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노인들에게 적합한 역할을 주어 교회 일의 일부를 담당케 하거나 교회시설을 이용, 노인 회원들의 주도하에 각종 프로그램도 전개할 수 있겠지요. 그밖에 젊은 교인들로 하여금 해당지역의 노인이나 교회에 나오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프로그램도 전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 급식 프로그램을 비롯해 소풍, 관광여행, 일거리 제공, 노인 단독세대에 대한 가사조력, 극빈노인 돕기, 노인 교양강좌 등도 전개할 수 있습니다.

활동이 가능한 노인들로 하여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당도 쓸고, 종이도 줍고, 청소년 우범지역 순찰과 선도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겠지요. 사실 일거리가 없는 자가 가장 불쌍한 자가 아닙니까?

대담자 : 최명국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