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Between Humility and bluf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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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Between Humility and bluffing.)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8.01.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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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46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는 도망 길에 오른다. ‘공명’은 그의 도주로를 이미 간파하고, 형주방향에는 ‘조자룡’을, ‘남이능길’에서는 ‘장비’를 매복시킨다. 그리고 ‘화룡도’에는 ‘관우’를 보낸다.

그러나 이런 계략을 알지 못하는 조조는 처음 형주 입구에서부터 허풍을 떨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바탕 웃고 나니 조자룡이 들이닥쳤다. 수십 기의 패잔병만 거느리고 목숨을 부지한 그가 ‘남이능길’에 도착하자 그는 또 한 번 크게 웃는다. 이런 곳에 매복을 시키지 못한 ‘주유’와 ‘공명’을 비웃음이다.

그러자 곁에 있던 ‘모사’들이 일제히 기겁을 한다. “승상, 웃지 마십시오, 승상이 웃으실 때에 먼저는 조자룡이 나타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번에 또 웃으시다가 누가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벽력같은 소리와 함께 장비가 나타났다. 공명의 예견대로 ‘화룡도’에서 관우가 그를 살려 보내지 않았다면 그 유명한 삼국지도 거기서 끝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생물학에서 ‘현생인류’를 가리킬 때 ‘Homo sapiens’ 라고 한다. 그 뜻은 “우주를 이해하는 유인원”이란 뜻이다. 그런데 바로 이 말에서 허영으로 가득 찬 인간의 자화자찬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성경은 차라리 imago dei(하나님의 형상)라고 했으니, 결국 인류의 역사는 이를 잘못 해석한 인간의 교만과 허세가 만들어낸 것임을 부인할 길이 없다. 

어려서 읽었던 책들 중에 ‘삼국지’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책들이다. 하나는 거짓과 속임수로 일관하며 소위 난세의 위인을 자처하는 자들의 허영과 허세가 만들어 낸 가짜 영웅담이 가득한 책이고, 후자는 아무리 좋게 이해 하려해도 낯이 뜨거운 연애 삼류소설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럽을 여행하며 만나는 소위 ‘대작’들도 대부분 성적 유혹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미녀들의 초상화일 뿐이다. 성화에 나타난 여주인공의 대부분은 거의 반라의 육감적인 여체를 그리고 있다.

적어도 우주를 이해할 줄 아는 것이 인간이라면, 그리고 본래 인간창조의 본모습이 ‘하나님의 형상’이었다면, 그 실상은 ‘겸손’에서 나타나야 한다.

‘죄’를 의미하는 라틴어 ‘하마르티아 (hamartia)’라는 말은 ‘도덕적 윤리적 범주 외에도 “인간이 자기 본분을 잊어버리고 허영에 눈을 떠서 제자리를 이탈하는 것”이란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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