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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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신드롬!
  • 이수일 목사
  • 승인 2017.12.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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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목사/음성흰돌교회

올 한해, 주목받은 사람 중 1위는 다름 아닌 의사 ‘이국종’일 것이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총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은 당시 자신을 수술한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에 대해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환자에게만 매달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름하여 ‘이국종신드롬’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요즘 각종 언론은 온통 그의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이국종 교수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고 성경이 가르치고 있고, 나 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줄기차게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고 가르치곤 했다. 이국종교수는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은 아니다. 너무 경직된 느낌, 지나칠 만큼 감정이 없어 보이는 말투와 매서워 보이는 눈빛 등은 내가 선호하는 이상형은 정말 아니다. 어쩌면 모든 일반인들이 좋아하는 호감형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나는 의사 이국종 팬이 되고 말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국종을 내 삶의 롤 모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비호감 형인 의사 ‘이국종’이 내 삶의 모델이 되기까지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직 한 길만 바라보는 그의 소명의식이다. 의사 이국종은 수술만 하면 병원의 손해를 끼치는 신비한(?) 사람이다. 그 스스로 밝히길 “환자마다 쌓여 가는 진료비 삭감 규모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이르렀다. 결국,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병원의 원흉이 됐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는 의사로서 병원에 기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병원 어느 누구도 그를 환영할 일은 만무하다. 잘 나가는 대형병원의 유명의사들은 해당병원에 최고의 수익을 올려주고 그 댓가로 최고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국종 교수와 중증외상센터의 종사자들은 대우는 고사하고 동료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찬밥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묵묵히 오직 한 길만을 바라보며 걸어갈 뿐이다.

둘째, 그는 주변의사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는 사람이다. 외면 정도가 아니라 심한 조롱과 박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어찌보면 불쌍한(?) 의사다.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선장을 살릴 때도 주변 의사들은 별것 아닌 걸 가지고 지나치게 쇼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북한군 귀순병사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오해와 비난을 받으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을 가리켜 “나는 안에서도 쓰레기, 밖에서도 쓰레기 신세”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비난에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한 밤중에 응급환자만 발생하면 소리 없이 일어나 목숨을 걸고 헬기를 타면서 전국 어디든 나선다. 그게 의사 이국종의 정체성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야말로 헌신적인 의사다. “난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느라, 쇼맨십을 할 여유도 없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중증외상환자들의 수술을 담당하는 이 교수는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한다. 36시간 연속으로 밤새워 일하고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시 일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언론에 한 번 나올 때마다 5000명의 적이 생긴다는 이국종은 닥터헬리를 1년에 200번 타고 다니며 환자 살리기에 목숨을 건다. 목회자로 산 33년의 긴 세월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의사 이국종은 나를 일깨워 준 살아있는 모델이다.

이 한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딜 향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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