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나님은 누구입니까? (Dollar, It’s my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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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나님은 누구입니까? (Dollar, It’s my god!)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12.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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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45

1990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안내를 해주던 가이드가 차안에서 한 말은 참 충격적이었다. 내가 목사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의 하나님은 미국의 돈 ‘달러’입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순간 긴장했으나, 결국 얼마나 낯선 곳에서의 외로운 생활이 힘들었을까 하는 짠한 마음으로 그를 이해했다.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겠는가마는, 제일 부자이면서, 미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방계한 여러 기념관 및 사적지들을 자랑하는 나라임에도, 정말 ‘달러’ 없으면 죽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 앞에 고급 승용차가 서 있었다. 근처 마을에 당시 제법 규모가 있는 연탄공장이 있었다. 그 회사 사장님이 타고 온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분이 한 푼이라도 건져보겠다고 아버지를 찾은 것이다. 있는 것을 다 모아 투자하면 힘들게 농사 안지어도 상당한 이자수입으로 잘살 수 있으리란 제안을 아버지는 한마디로 거절하셨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생활 철학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연탄공장은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비트코인’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이는 ‘달러(dollar)’와 같은 지폐 및 동전과 같은 현금을 ‘현물화폐’라고 하는 것에 비해, 온라인과 같이 가상세계에서 돈처럼 이용되는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의 한 종류인데, 화폐처럼 사용되면서도 물리적으로 만질 수 없다는 점에서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고 한다. 게다가 접하는 기술 방식의 묘한 특징 때문에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라고 불린다. 

‘돈’을 영어로는 ‘money’라고 하는데, ‘경고’라는 뜻의 라틴어 ‘Monere’에서 나왔다. 스페인어의 ‘모네다(moneda)’, 독일어의 ‘마르크(mark)’ ‘문제(munze)’들이 모두 이 어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로마를 구했다는 이 ‘여신’의 경고가 돈을 만능으로 아는 현대인들에게 또다시 ‘준엄한 경종’으로 들려지는 일이다. 

이제 21세기의 ‘금융’은 ‘신’이란 이름으로 또다시 등장했다. 전문가에 의하면 정부가 은행을 통해 보증을 하지도 않는 절대 투기목적의 이런 가상화폐는 결국 전쟁보다 위험하다고 했다. 이제 미국 선물거래 시장에서 출발한, 아무도 그 출처도 모르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이 암호화 화폐들의, 제도권 내 진출이 현실화 됐다. 금융에 취약한 나라들일수록 국가의 존망이 순간에 달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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