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운명을 사랑하라” (“Amor fati; lit, Love your f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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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운명을 사랑하라” (“Amor fati; lit, Love your fate.”)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11.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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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43

누나들과 방이 다를 뿐, 우리 남자형제들은 정말 한 이불에서 자랐다. 흥부네 집 아이들이 그렇듯 요 두 장을 깔고 그 위에 큰 이불을 덮으면 쪼르르 맨몸으로 미끄러지며 들어가 서로 낄낄대며 잠을 자고 자랐다. 커서 공무원이 되고, 화가가 되고, 선생이 되고, 목사가 되어 나올 줄은 부모님도 몰랐다. 가난한 농사군은 아버지로서 끝내려 하셨지만 공무원을 은퇴한 형님이 운명처럼 지금 농사를 짓고 있다. 

운명 또는 숙명을 영어로 ‘fate, destiny’이라 한다. ‘fate’는 라틴어 ‘fatum’에서 나왔다. 이 단어는 ‘fari, 말하다.’에서 유래됐다, 희랍인들이 생각하는 운명이란 결국 “신들이 말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어릴 적 거짓말을 늘어놓으면, ‘후라이 친다.’ 라고 했는데, 어떻게 변천되어 사용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비행기를 탈 때 마다 꼭 써야하는 입국심사서 여행목적지가 ‘destination’이다. ‘그곳은 내가 가야할 운명’이란 뜻이다. 또 다른 명사형이 파생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그의 비상하고 위험한 철학세계 때문에 학계, 그리고 여러 사회단체에서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했던 ‘니체’는 숙명처럼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철학을 했다. 정말 인간적이면서, 온 마음으로 그런 인간적인 삶을 추구했던 그는 그 주제를 이렇게 말했다. “Amor fati, 네 운명을 받아드리고, 그러한 운명마저 사랑하는 자가 되라.”(This is a Latin phrase that may be translated as “love of fate” or “love of one’s fate”.) 

“한국의 기적은 서울서 24마일 북쪽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기적은 거기서 멈춘다. 거기서 다 끝난다...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교도국가가 시작된다.(The Korean miracle, Twenty-five miles to the north, there it stops... The flourishing ends and the prison state of North Korea, sadly, begins.)”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한 한 대목이다. 그는 한국의 번영의 모습을 ‘miracle’이란 단어로, 북한을 ‘교도국가(prison state)’라고 칭했다. 우리 현실에 대한 그의 해박한 표현이다. 

나라에도 ‘운명’이 있다. 부정을 하든, 긍정을 하든, ‘트럼프가 역설한 한국 근대사의 모습이 우리의 실존이고, 또 우리가 풀어내야할 숙제로서의 운명이다. 한국은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아니라고 우기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억지를 부릴 때가 아니다. 차라리 그 운명을 끌어안고 몸부림치며 사랑할 때에 답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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