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사농공상인가! (The traditional four classes of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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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농공상인가! (The traditional four classes of society)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11.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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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42

배에 오르면서 깜짝 놀랐다. 선장을 제외하고 우리 부부만 승선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두 개의 옵션이 있다. ‘수상택시’를 타고 나오든지 아니면 들어갔던 그대로 다시 그 배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다. 오랜 동반여행의 경험 때문에 아내는 순순히 돌아오는 유람선을 선택했다. 덕분에, 일행들이 모두 수상택시를 타는 동안 우린 여유롭게 뱃머리에 앉아 도시외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항구로 돌아왔다.

‘베네치아(venetia)’는 영어로 ‘베니스(venice)’, 독일어로는 ‘베네디히(venedig)’로 불리는 이탈리아에 있는 세계적인 관광 수상도시이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베네치아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is a 16th-century play by William Shakespeare)’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물론 그 때문에 이 대본 속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유태인 ‘샤일록(Jewish moneylender)’은 아주 인정머리 없고 돈만 아는 악한 자의 대명사가 됐다. 1590년경 이 소설이 집필될 당시 이미 이곳의 부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럽인들에겐 ‘황금빛 꿈의 항구도시’였고,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글로벌한 도시였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평소에도 그렇게 싫어하고 증오 했던 사람에게 주인공 ‘안토니오’는 돈을 빌리러갔다. 당시 런던 시민이 가지고 있었던 ‘반 유대감정’이 여러 가지 편법적 수단을 통해 그를 악한 자로 처단하면서 쾌감을 느꼈겠지만, 이 상상 불가의 상업도시를 탄생하게 한 유대인들을 무척 부러워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과거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소위 ‘약탈경제’로 부를 축적한 것에 비하면 ‘샤일록’은 ‘정당한 거래’가 무엇인가를 오히려 세계 최고의 작가에 의해 보여주게 된 아이러니를 갖는다. ‘정’에 호소한다든지, 아니면 ‘무력’을 행사하고, ‘초법적’ 행위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견줄만한 서로의 가치를 담보로 하여 정당하게 거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만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산물일 뿐이다.

‘주자학’에서 비롯된 ‘사농공상(the scholarly, agricultural, industrial, and mercantile classes)’의 사회계층에 길들여진 우리는 ‘명분과 권력’을 우선으로 하는 ‘선비’계급을 사모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은 다만 ‘장사치’로 내몰린다. 진정한 현실적 공정과 정의가 어디에서 발현되는가에 대한 철학은 이 사회가 급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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