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의 나이에 들리는 소리 (How can I hear your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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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의 나이에 들리는 소리 (How can I hear your voice!)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10.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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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41

빽빽한 일정에 영국을 여행하는 것을 몇 번 망설였다. 그러나 프린스턴, 하버드, MIT공대 등 미국의 명문 대학들의 기억은 결국 영국행 기차에 오르게 했다.
단연 ‘옥스퍼드대학교’가 있어서이다. 영국을 대표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수상을 배출했다는 표면적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나라를 지키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영국 지성인들의 사고력을 엿보고 싶은 욕망이 이유였다.

1096년부터 교육을 시작했다니 천년세월이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는 것이 무색하지 않다.(It has no known date of foundation, but there is evidence of teaching as far back as 1096. making it the oldest university in the English-speaking world.) 수백 년을 이어온 역사와 전통도 영국의 정신이 무르익고 계승 발전된 증거이다.

그 운영체계도 사뭇 다른 대학들과 다르다. 독립된 38개의 단과대학과 6개의 ‘permanent private hall’로 이루어짐은 마치 미국의 연방제도와 흡사하다. 여기서 대학 전체를 나타내는 university가 단과대학(college)이나 hall들의 연합체라는 방대한 구성임을 알게 한다.

거대한 도시(city university)로 표현되는 캠퍼스를 돌다, 일행들의 편의점 사용, 특히 화장실 안내를 해주려 여러 명의 학생들을 만났지만, 그 어느 누구도 얼굴 한번 찡그림 없이 나의 영어를 받아주었다. 언어소통은 되도, 건물위치나 거리이름을 몰라 당황스러워 할 땐 차라리 동행해 주길 망설이지 않았다.

그 대학출신은 아니지만 졸업식 강단에 서서 나지막하게 “You! never give up!”을 두 번 강조하고 연설을 마친 수상이 생각났다. 평생에 자신을 공격하는 어떤 정적을 만나도 유머로 받아내고, 국민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유머의 리더십’을 발휘했던 ‘처칠’이다. 

“자리도 잡히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볼 수 있다”는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면 바로 60세를 뜻하는 한자어 ‘이순’을 만난다. ‘논어’에서 나온 말이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귀가 순해진다”이다.

“인생에 연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도 잘 받아들이는 나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이를 먹고 보니 귀는 점점 더 둔하며 예민해진다. 듣기 싫은 소리, 나와 견해를 달리 하는 소리, 더군다나 나를 무시하고 욕하는 소리엔 매우 날카롭게 반응한다. 삶의 비극이 귀로 시작이 된다. 타락한 인생은 백 살을 먹어도 순한 귀를 갖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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