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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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다"
  • 강석찬 목사
  • 승인 2017.10.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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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10월 마지막 주일은 종교개혁 500주년 주일이다. 그날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루터와 칼뱅 등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가톨릭교회를 향하여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외쳤다.

이때 외친 Sola(오직)는 그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잘못된 절대화된 사람 중심, 절대 권력으로 군림했던 제도화된 교권 중심의 적폐(積弊)에 대한 저항이었고, 바른 신앙의 회복을 위한 외침이었다.

단순히 성직 매매와 족벌주의, 면죄부 판매의 부정 등을 행사했던 절대권력 교황과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 항의 질의서를 내걸어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독일 변방의 한 수도사가 대결한 신학적 논쟁이 아니었다. 1500년대의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거대한 세력 간의 대결이었다.

결국 그날 루터가 부싯돌이 되어 일으킨 종교개혁은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킨 커다란 불이 되었다. 그러므로 500주년의 날을 맞이하며, 종교개혁의 외침인 ‘오직’이 교회 안에서 입 안에서만 우물거리는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 맞이하며 내 건 교단들의 총회주제들을 살펴보았다. ‘다시 거룩한 교회로!’ ‘종교개혁 500주년,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 등등 모두들 자기 교단의 갱신을 촉구하자는 슬로건이다. 주제 안에 고통 받고 있는 세계, 이웃이 보이질 않는다.

교세가 급속히 쇠약해지고, 교인수가 급감하고,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는 등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교회의 현실이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뿐만 아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다고 얼마나 많은 행사가 있었는가!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말, 말, 말들은 어떤 것이었나? “한국교회는 개혁되어야 한다”였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런데 개혁되어야 한다고 목젖을 울리는 그들이 누구인가? 개혁을 외치는 그 사람이 바로 개혁의 대상이라는데 한국교회의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행사는 멋들어지게, 그럴 듯한 수식어로 채워 넣고는 그만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행사와 소리는 역시 예측대로 행사뿐이다. 슬로건만이 난무했다. 구호를 외치는 소리만 높다. 열매는 없다.

회개도 없다. “오직 행사로만! 오직 말로만! 오직 남에게 보이기만! 오직 개혁은 나는 빼고, 너희들만! 오직 내 교회의 부흥과 성장만! 오직 돈만! 오직 표어로만!” 새로운 ‘Sola’(오직)만 생산된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고 말 것이다.

500주년 주일이 지나면, 도로 제자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한국교회를 보시는 하나님께서 하실 말씀은 “내 그럴 줄 알았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종교개혁 당시의 ‘Sola’는 발견되지 않고 ‘신 Sola’만 넘친다.

독일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표어를 정했는데, “하나님이 나를 보신다”(Du siehst mich)이다. 창세기 16장 13절에서 따온 것이다. 임신한 하갈이 사라의 시기와 질투를 이기지 못해 도망쳤을 때, 여호와의 사자가 하갈에게 나타나 “아들을 낳으리니 이스마엘(하나님께서 들으심)이라 하라.

하나님이 네 고통을 들으셨다”했고, 하갈은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부른 사건이다. 왜 독일교회는 하필 하갈의 하나님 이름을 종교개혁 500주년의 표어로 정하여 부른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이스마엘의 후손들이 난민(難民)이 되어 고통당하고 있는 것을, 교회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라고 판단된다. 하갈의 고통을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행하는 교회가 개혁교회의 정신을 이어가는 교회라는 선언이다. 절묘한 고백이다. 지금은 종교개혁을 기념할 때가 아니라, 개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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