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 엄마들의 작은 사치 “이렇게 행복한 여행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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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아 엄마들의 작은 사치 “이렇게 행복한 여행은 처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6.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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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통의 현장을 찾아서 ⑭ 장애우 부모와 소통하는 성만교회 사랑부 ‘핸썸 프로젝트’

“어떤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하나님이 이 아이를 우리에게 보내실 때 너라면 이 아이를 맡아줄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요. 옆에서 보면 감당하지 못할 길을 걷는 것 같은데 엄마들은 이겨내십니다. 우리 교회와 성도들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단 하루라도 편안하길 바랐습니다.”

지난달 26일 제주시 애월읍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레이스 하우스에서 가진 기도회에서 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을 이렇게 위로했다. 어쩌면 끝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살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살고 죽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결코 빈 말이 아니다. 기도회에서 엄마들은 울었다. 

지난달 26~27일 이틀 간 엄마들은 제주도 땅을 마음껏 누볐다. 발달장애 교인들을 위해 사랑부를 운영하고 있는 성만교회가 엄마들에게 진정한 쉼을 느낄 수 있도록 ‘행복한 섬김, 핸썸’ 프로젝트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동행취재하며 장애가족의 현실과 교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봤다. 

▲ 성만교회 사랑부 학생과 부모를 위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교사와 학생들이 여행하는 동안 엄마들은 자신만을 위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도 누빈 사랑부 엄마들의 소녀감성
김포공항에 도착해서부터 비행기 안에서, 제주공항에 내릴 때까지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머물다 이동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말투와 행동을 하는 사랑부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도 같다. 여행하는 내내 마주치는 낯선 눈빛들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평생을 느껴야 할 그 시선들이다.

성만교회 사랑부에는 현재 장애인 50여명이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 나이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진지한 신앙 즐거운 생활’은 같이 하고 있다. 성만교회는 지난해 처음 핸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강원도 설악산과 속초 일대를 다녀왔다. 

엄마들은 온종일 매달려야 있어야 하는 자녀들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는 얻는 것만으로 힐링이 됐다. 자녀가 아닌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만인지 모른다. 여행이 가능한 것은 사랑부 교사들이 동행해 자녀들을 돌봐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1박 2일이지만 교사들은 휴가를 내고 참여했다. 담임목사뿐 아니라 중직자들도 어머니들과 같이 여행하며 마음껏 먹고 좋은 곳에 다닐 수 있도록 도왔다. 

제주공항까지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여행했다. 공항 내에서 교사들이 자녀들을 인계받으면서 엄마들의 여행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경우 평소 관계와 친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자칫 예민해질 경우 불안해하거나 거친 반응을 보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여행에는 평소 교회에서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관계가 형성된 교사들의 동행은 필수이다. 그만큼 엄마들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부모들을 위해서는 대형버스 대신 미니버스 3대를 편성했다. 큰틀의 일정표는 있지만, 찾아가고 싶은 곳이나 맛집에 대한 것은 조별로 알아서 진행했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엄마들이다. 

여행기간 제주도 하늘은 구름 한점 찾기 어려울 정도로 파랗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은 피부마저 설레게 한다. 제주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버스기사는 일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날씨라고 호들갑이다. 호응을 하는 것처럼 엄마들은 가는 곳마다 소녀 감성을 드러냈다. 지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표정에서 감추지 못했다. 감출 필요도 없다.

최근 수년간 자녀가 밤낮없이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부부가 큰 고통을 겪었다는 어느 엄마는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에 오면서 비행기를 타보고 21년만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와 본다”고 말하자 모두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다른 엄마도 10년만에 제주도를 왔다고 하고, 또 어느 엄마는 갱년기까지 겹쳐 더 어려움을 겪었는데 스스로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섭지코지와 같은 유명관광지, 드라마 촬영장소, 해변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이 대단하다. 

여행하면 식도락. 이찬용 목사는 별도로 차를 렌트해 3개 조가 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며 엄마들과 이야기하고 기꺼이 밥을 산다. 각 조에 편성된 교회 중직자들과 봉사자들이 또 섬긴다. 

조장으로 동행한 허성구 장로는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랑부 엄마들을 섬길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마음껏 즐기시면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니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마음을 전한다. 

▲ 사랑부 엄마들은 모처럼 자녀들과 떨어져 편안한 여행을 누렸다.

“엄마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같은 시각 사랑부 학생들은 교사들과 제주도 여행을 이어갔다. 제주도 해변과 제주공항이 보이는 도두봉오름에 오르고, 애월한담공원 둘레길 해변을 따라 걸었다. 정말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풍경 속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손을 꼬옥 잡았다. 교감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몇몇 사랑부 친구들이 보호자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듯 손바닥을 슬며시 갖다 댄다.

곽지해수욕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핫도그 하나씩 간식으로 먹고, 모래사장을 힘껏 내달린다. 사랑부 학생들도 모처럼 탁 트인 곳에 머물러서인지 더 활동적이고 안정적이다. 

마상무예 공연장, 제주 숲을 자연공원화 한 에코랜드를 돌아보면서 교사들은 학생들과 추억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교사들이 더 낙천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또 뭘까. 찍은 사진들은 엄마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전송했다. 

사실 사랑부 학생들을 일대일, 일대이로 맡아 관광지를 다닌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으로 섬기니 모든 것이 은혜일 뿐이다. 

사랑부 교사 총무 김진명 집사는 “여행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했지만 부족한 부분들도 보인다. 그래도 어머니들과 교사들, 우리 학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 좋다. 다음에는 더 잘 섬겨야겠다”고 이야기한다. 

김민자 집사는 “이렇게 행복한 여행은 처음이다. 밥 먹을 때 잠깐 아들을 생각할 정도로 교사들이 잘 섬겨주었다”면서 “자랑할 게 없지만 우리 아들을 키우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연봉 1,600만원을 받는 직장인 6년차가 됐다. 다른 엄마들도 힘을 내고 교회 안에서 우리 자녀들이 더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일본 여행에 도전!”
사랑부 엄마들은 자녀들과 만나 숙소에서 함께 잠을 잤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하고 제주공항에서 만났다. 그렇게 만날 때마다 자녀의 손을 넘겨주는 교사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냐고 계속 위로한다. 

물론 교사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일단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는 잠깐이지만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까 자연스레 생각된다. 본인들은 평생 이렇게 살아왔으면서 위로라니…

이찬용 담임목사는 내년에는 사랑부 엄마들을 위해 일본여행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교인들이 장애인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자원한 교인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도 검토하고 있다. 교회가 나서지 않으면 어쩌면 평생 여행할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교회가 장애우 부모를 섬길 수 있는 것은 성만교회 전체가 보여준 관심 덕분이다. 이번 핸썸 프로젝트를 위해서도 교회 각 부서에서, 또 개개인들이 엄청나게 후원을 해 주었다. 교사들은 여행경비를 다 부담하면서도 가족들의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관심이 있으면 지갑이 열린다. 재정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핸썸’ 프로젝트이다. 마음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일본 ‘핸썸’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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