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상태바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5.17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석준의 시사영어 - 29

뭔가를 사고 싶을 땐 어쩔 수 없이 또 엄마를 찾아 부엌으로 달려갔다. 돈 이야기가 나오면 버럭 화를 내시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런 분이 일 년 농사를 끝내시고 현물세로 달구지에 벼를 싣고 가셨다가, 돌아오실 때에는 공판이 잘되어 아주 시원하게 금년 세를 다 내셨다고 기뻐하셨다.

나라에 세금은 꼬박꼬박 잘 내시면서, 자식들의 요구는 부담스러워 하시는 모습과 국가는 왜 피땀 흘려 얻은 재물을 세금의 명목으로 거두어가는지는 청년이 돼서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영국은 북미동부의 개척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영국의사당으로 오는 것은 금지됐다. 이에 반발하여 일부 급진적 우파들이 보스턴 항에 정박되어있던 영국 화물선에 실렸던 ‘홍차’ 상자들을 모두 바다에 던져버렸다. (The Boston Tea Party was a political protest by the Sons of Liberty in Boston, on December 16, 1773.)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의 세금정책’이 결국 ‘미국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때 그들이 내건 슬로건이 “대표자 없이는 세금을 낼 수 없다.”였다.  

가끔 경제칼럼 등에 소개되면서 부러움을 사는 제목 하나가 서구사회 재벌들의 ‘기부, donation’이다. 미국의 부호들은 이를 문화로 받아들여 엄청난 액수의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기부문화, culture of giving”가 정착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소개된다. 요지는 간단하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기부금’은 모두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면서 납세에 대한 자유가 있는 반면에 우리는 오히려 “비과세, tax exemption”를 노리고 “탈세, tax evasion”의 빌미로 기부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부도 사회에 정착되지 못하고, 과세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엄청난 액수의 사회기부를 하고도 감당할 수 없는 세금폭탄으로 법원에 쌍방 간의 치열한 법정 투쟁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보궐대선이 끝나고 새 정권이 들어서서 자고 깨면 장밋빛 꿈같은 정책들이 선포되고 있다. 그러나 그 엄청난 공약들의 재정충당은 거의 재벌 같은 부자들에게 증세함으로 해결을 한다는 흐름이다. 세상에 세금내기를 좋아하는 나라나 국민은 없다. 부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엄격히 탈세의 방도를 차단해 낼 수 있다면 재물의 사회 환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해결도 될 수 있음직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