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역사 왜곡교과서가 지향하는 신제국주의 운동과 한국교회의 사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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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역사 왜곡교과서가 지향하는 신제국주의 운동과 한국교회의 사명(2)
  • 승인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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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역사 왜곡교과서의 조종실(操縱室)인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후임으로 총재에 출마한 후보 4명 전원은‘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목표하는 신제국주의 운동을 한 목소리로 재천명했다. 그들은 지난 4월17일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모여있는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고, “검정통과된 역사 왜곡교과서 수정은 있을 수 없으며, 다른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한결같이 단언했다.

51년 9월에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을 강화하여 99년에는 주변국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주변사태법’을 만든 우익의 헌법개정 운동은 “주한 미군이 공격받으면 자위대를 한국에 파견해야 한다”는 총재 후보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자민당 정조회장의 망언을 실례로, 현행 헌법 해석상 금지된‘집단적 자위권’을 헌법 해석을 변경하거나 개헌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은 지난 4월23일 총재 겸 사실상 차기 총리로 당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를 통해 공식 표명되었다.

‘새역모’는 이제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교사들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교과서 채택 제도의 수정청원서를 2백개 이상의 지방의회에 제출하여 상당수가 받아들여졌고, 도쿄 도지사도 이를 지지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국공립학교는 교육위원회 산하기관인 ‘교과용 도서 선정 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교과서를 결정하는 과정에 반영되어 온 교사들의 비교·분석 의견을 원천봉쇄 하려는 계산이다. 게다가 왜곡 교과서 출판사인 후소사(扶桑社)는 일본 전국의 중학생 1백20만명 정도의 90% 판매를 차지한 도쿄서적·오사카서적·교육출판을 제외한 10%를 목표로, 그것도 군소출판사들과 사운을 건 경쟁을 해야 하므로 ‘새역모'측은 적극적으로 채택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독 교사들의 당면 과제
왜곡 교과서 통과에 교묘히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문부과학성은 99년 8월9일 히노마루·기미가요 국기(國旗)·국가(國歌)법 제정 이후 모든 국공립학교 교사들이 졸업식에서 비종교적이며 애국행위로 간주하면서 ‘기미가요'를 부르며 ‘히노마루’에 배례하기를 강요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

기미가요는 본래 옛 와가(和歌) 중 하나로서 ‘기미’(당신)란 친구의 장수를 과장 기원한 것이다. 그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8천 세대의 복된 통치는 그대 것이어라. 내 주여 지금의 조약돌들이 뭉쳐 큰 반석들을 이루고, 이끼가 덮여 늘 푸르도록!” 메이지 시대에 군악대가 그것을 일본 국가로 삼았고, 신도(神道) 군국주의의 국민 쇄뇌용 도구가 되었다. 그후 ‘기미’는 소위 천황이라는 일왕(日王)을 ‘요’는 통치를 각각 의미하게 되었다.

흔히 일장기라 부르는 히노마루는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바, 이것은 일본 건국신화의 삼신(三神), 즉 해, 달, 폭풍신 중의 으뜸신인 태양 여신 아마테라수-오-미카미가를 가리키며, 따라서 역사적으로 일왕은 ‘현현(顯現)한 신’(아키추 카미),‘성육한 신’(아라히토 카미),‘살아있는 신’(이키 카미)의 영예를 누렸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든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딤후3:12)는 진리를 절감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하나님, 왕, 주님으로 고백하며, 그분의 영원한 통치를 믿는 기독신자라면 기미가요를 부르며 히노마루에 절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도쿄의 구니다치 중등학교의 음악선생인 기독신자 미와꼬 사또 선생은 지난 3월 교장이 졸업식을 위하여 기미가요를 가르치고 그 노래를 선창할 것을 요청 받았을 때, 물론 그녀는 거절했고 해고의 위험에직면했다. 많은 기독신자들이 그 교장에게 항의하여‘부족한 피아노 연습’을 핑계로 면제하고 대신 녹음 테이프를 사용했다. 히로시마에서는 그 현의 교육위원회가 지난 3월에 각 학교 졸업식에 앉아 히노마루에 절하지 않거나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은 194명의 선생들을 징계했다. 교장들은 교사들을 퇴출 명령을 당국에서 명령받고, 세라 현의 고등학교 교장 토시히로 이쉬카와는 이런 강요 앞에 2년 전 자살했다.

일본 헌법은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문부과학성은 일본 황국의 신도 국가주의 환상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므로, 일본의 기독신자들을 위해서는 물론이요, 또다시 일제 36년간 신사참배와 태양여신과 싸운 한국교회로 하여금 역사 왜곡 교과서가 안고 있는 본질적 위험과 도전에 대해 심각한 기도와 각성을 요청받는 것이다

김진섭교수(천안대학교 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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