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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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샘물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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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마른 샘은 다시 물을 얻기가 어렵다. 그러나 계속 퍼올리는 샘물은 계속해서 물이 나온다.

여리고의 샘물이 언제부터 솟아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엘리사가 쓴물을 달게 만들었다는 그 유명한 샘은 지금도 끊임없이 솟아올라 여리고의 온 들판을 적시고 있다. 여리고의 그 샘물은 대추야자와 포도와 무화과와 각종 채소를 길러내는 젖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성읍으로 알려진 그곳에 사람들이 성을 쌓은 것은 아마도 그곳에 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리고의 사방은 건조 기후, 아니면 사막 기후 지대다. 여리고 또한 일년 동안의 강우량이 100밀리가 안 되는 건조 지대다. 지질 또한 다공질의 현무암이나 석회암이 대부분이어서 그나마의 강우량도 순식간에 스며들고 만다.

그런데도 샘물이 솟아난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대답은 하나뿐이다. 만약 그 귀한 샘물을 아끼려고 퍼 쓰지 않거나 뚜껑을 만들어 막아 버렸다면 벌써 그 샘은 멈추었을 것이라고 한다. 계속 퍼 쓰니까 계속 샘물이 솟아난다는 것이다.

샘물은 퍼서 써야 계속해서 솟아난다. 우리 고향의 동네 우물도 마찬가지였다. 물을 자꾸 퍼 올리면 줄어야 마땅하고, 여러 시간씩 물을 안 푸면 그만큼 수량이 많아져야 하는데도 그렇지가 않다. 어찌된 일인지 퍼서 써도 그만큼이고, 쓰지 않아도 그만큼이다. 퍼서 쓰는 만큼 채워지는 것이다.

한 번 마른 샘은 다시 물을 얻기가 어렵다. 그러나 계속 퍼 올리는 샘물은 계속해서 물이 나온다.

작가들도 쓰는 작가가 계속해서 작품을 발표한다. 생각의 샘을 자꾸 퍼내니까 그만큼 더 창작의 샘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왕성하게 발표하던 작가도 한 번 펜을 쉬기 시작하면 어려워진다.

생각의 샘이 그만큼 말라 버리기 때문이다. 공부도 마찬가지고 사업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도 그렇고 기술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다. 무쇠 같은 다리라도 한 달만 사용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걷는 데만도 여러 달이 걸린다.

가수도 노래를 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변해서 좋은 노래를 선보일 수 없다. 배우도 계속 연기하지 않으면 다시 배우 노릇하기가 힘들어진다. 기술자도 한동안 쉬고 나면 손놀림이 무디어진다.

사랑의 샘을 파면 사랑의 마음이 넘쳐 나온다. 나누어 주고 베풀어 주면 더 많이 나누고 베풀어 줄 거리가 생겨난다. 인색해지기 시작하면 점점 더 인색해져야 한다. 그만큼 물질의 샘이 말라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샘을 파자. 물을 길어 올리자. 사랑의 샘, 능력의 샘을 길어 올리자. 지혜의 샘, 창조의 샘, 인정의 샘을 파자. 자꾸만 퍼서 쓰도록 하자. 마르지 않도록 푸고 또 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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