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That’s why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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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That’s why I love you.)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3.14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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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⑳

교회 안에는 하얗고 곱게 피어난 서양 난 하나가 조용히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다녀가신 집사님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섬김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좀처럼 겨울에는 꽃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신년벽두에 홀로피어 강단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신비스러울 만큼 그 자태가 곱고 정숙하고 귀티가 난다. 얼른 사전을 찾아 그 꽃의 이름이 ‘심비디움(Cymbidium or boat orchid)’ 인 것을 알아냈다. 

이 ‘난’은 “봄부터 가을까지 자라지만 겨울에는 생육이 정지된다.(This is a genus of 52 evergreen species in the orchid family Orchidaceae)” 그러나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곧 신년 새해가 밝아 오리라는 믿음이 있었는가, 쉽게 꽃잎을 떨구지 못하고, 긴 겨울잠에 달콤함을 즐길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오늘 이렇게 피운 것을 단단히 부여잡고 새해의 희망을 전해주는 듯싶다.

그 화사함에 못지않게 많은 음이온을 발생시키면서 공기정화에 능력이 뛰어난 이 꽃의 꽃말이 ‘미인, 귀부인’이라니, 신년새해 첫 강단에 이 꽃을 올려놓으신 그 분의 기도제목을 알 듯하다.

라틴어의 어원을 보면 “물 위의 배 (The new Latin genus name is derived from the Latin cymba meaning boat)”란 뜻이 있다. 호수에 배를 띠우고 뱃머리에 앉아 양산을 받쳐 든 채, 길고 하얀 손을 뻗어 물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하면, 꽃말이 무색하지 않다.

‘바로 그런 이유였어, 그런 연유로 그랬어.’ 할 때, 영어로 “That’s why~”를 쓴다. Why 대신에, the reason을 사용해도 된다. 그래서 순간 ‘너를 사랑하고 싶어, 너무 예쁘기 때문이야. 그게 이유야!’(I love you, You are so beautiful. That’s why.) 라고 말을 붙이고 한참을 그 꽃에서 떠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낯설음’ 때문에 ‘새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육십년을 넘게 살았어도 역시 새해는 낯설다. 발가벗겨져 온갖 누추함이 들어났음에도 마냥 껄껄거리는 이 어리석음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꽃이 귀한 이 겨울에 의연히 강단을 지키며 그 우아함의 향을 발산하는 ‘심비디움’에서 지혜를 갖고 싶다.

화려하면서도 풍성하고 단정한 그 모습 그대로를 받고 싶다. ‘다사다난’은 이미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불안해 콩닥거리며 거짓말하는 천박함을 벗어버리자. 오히려 더욱 믿음을 굳게 잡아 금년엔 귀족처럼 우아하고 미인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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