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에 대한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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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에 대한 고마움
  • 승인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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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화장실을 출입하는 일부 벽을 허물고 집을 수리하면서 오래된 것이나 필요치 않은 기구를 정리했다. 마침 10여년 넘게 애용하던 담요를 정리하려고 할 때 봉사하던 성도 한분이 그 담요는 버리지 말고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쓰면 좋다고 하여 보관하였다. 다음날 새 냉장고가 들어오게 되어 보관한 그 담요를 깔고 운반하였다.

나는 그때 10여년간 애용하던 담요를 보면서 안됐구나, 밤마다 주인에게 봉사하던 저 담요가 이제는 물건이나 옮기는 깔판이 되었으니 하는 생각으로 몇마디 중얼거렸다. 이때 옆에 있던 장로님이 “그것만 입니까. 헌신짝도 요긴하게 쓰임받고는 그대로 버리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참 맞는 말이다.

얼마전이다. 호주에 있는 둘째 딸이 왔다 가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간다고 하여 허락하였다. 항상 노혼의 부부가 단조롭게 있다 혼자가 되니 어딘지 공허하고 외로웠다. 언젠가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이렇게 살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나는 새벽기도회 때마다 입었던 집사람의 윗도리를 보면서 희한한 감정이 들었다.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눈물이 핑돌았다. 오랜 20여년의 군생활, 그리고 한 교회를 개척 후 30여년간을 말없이 봉사해준데 대해 고마움이 들었다. 평생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고 오직 사역에만 골몰했던 지난 날의 무관심에 대한 미안한 감정에서다.

혹시 우리는 이런 낡은 것, 곧 옛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성찰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오늘과 같이 옛것에 대한 감사는 고사하고 경시풍조가 만연하는 때, 특히 새 것이 밀리고 옛 것이 쫓기는 서러움을 보면서 요단강을 걷는 선민에게 ‘길갈의 기념비를 세우라 이는 홍해바다와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념하라’는 뜻이란 말씀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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