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말 하는 거야? (What on earth do you 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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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말 하는 거야? (What on earth do you mean?)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3.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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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⑱

어설픈 아마추어골퍼들이 라운드를 할 때는 꼭 내기를 한다. 처음에는 친선을 운운하며 다만 몇 가지 룰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 지나서 약간의 돈이라도 오고갈 때면 사뭇 입장이 달라진다. 차츰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상대방의 실수를 표정이 드러나도록 고소해 한다.

더 나쁜 본성은 이때부터 자꾸 법을 세운다. 없거나 상관하지 않았던 규칙이 등장한다. 그리고 우기며 언성을 높인다. 모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결국엔 의리도 상할 만큼 운동하다가 싸움한다.

“악법도 법이다.(Dura lex, sed lex.)”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말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직접 한 말은 아니라고 한다. 독배를 마셔야할 그 상황 때문에 와전됐다고 한다.

원래는 로마 법률가 도미티우스 울피아누스가 “이것은 진실로 지나치게 심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기록된 법이다.(Hoc quod quidem perquam durum est, sed ita lex a est)”라고 한 데서 유래 됐다. 영어로 직역하면 “The law is strict, but it is the law (법은 엄하다. 그러나 그래도 법이다)”이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법은 시작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 같이 전문적으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필요에 따라 온갖 로비를 통해 이런 권력자들에게 붙어 유리한 법을 만들려하는 이해 당사자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권력에 회유되고, 돈의 유혹에 빠져 만인의 양심에 호소하던 법은 타락하고 변질된다.

그러다 결국 본래의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법은 그 법을 운용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삼켜버린다. 이런 양태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중우정치라(mob rule)고 했는데, 재미있게도 같은 의미의 라틴어“모빌레 불구스(mobile vulgus)”는 “변덕스런 군중들”이란 용례를 갖고 있다.

적어도 유년시절까지 ‘법은 꼭 지켜야 한다.’ 라는 순진한 해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정말 법은 잘 만들어야 한다’고 둘러서 이해를 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만들어지는 상당 부분의 법이나 규정들이 오히려 법망을 피해 범죄의 행위를 은폐하려는 수단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상 애써 법을 지키다가 죽은 사람보다는 교묘하게 빠져 나가려 애쓰면서 다만 몇 년이라도 더 생명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 따라서 내일 죽더라도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당면한 해당행위를 벗어날 뾰족한 묘수의 법을 찾아야 한다는 서글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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