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86주년에 본 한국교회 개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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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486주년에 본 한국교회 개혁과제
  • 승인 2003.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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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해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주요 과제들을 발표한 바 있다. 개혁과제들은 목회자 개인의 의식 전환에서부터 교회와 연합기관의 본질 회복, 나아가서는 대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회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그러나 지적된 과제들은 단 기간이 아니라 수 년 혹은 수십 년, 또는 종교개혁 당시부터 지적되던 것들이기에 단회적인 변화는 소원하다 하겠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지적된 개혁 과제들을 다시 되짚어보고, 이를 개혁하고 시정하려는 진지한 노력들이 있었는지를 점검한다.<편집자 주>

'개혁' 요구하는 소리에 '귀막는 한국교회' 교회, 수도권 집중현상
예비 목회자들이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 지역에 집중하는 현상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목회자들 또한 교회 개척을 위한 최적지로 도시 지역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는데, 이는 상주 인구나 생활여건 등 교회 개척에 필요한 제반환경이 시골 지역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역색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특정 교단들 또한 이런 현상에 일조하는 분위기이기도 한데 이런 교단의 경우 탈 지역화, 향 수도권을 공개적으로 독려하기도 한다. 교회의 수도권 집중, 그리고 도시 지역에로의 집중 현상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존재한다.

모 교단의 경우 도시 지역에 위치한 교회가 4천여 개로 전체의 2/3를 차지하는 현실은 이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특정 교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단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는 지적인데, 교단의 조직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회내 여성의 지위 문제
교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향상은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과제이면서도 결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 중 하나다. 일부 교단에서 ‘여성 안수’가 결의된 이후 여성 목사의 수는 상대적으로 증가했지만 여자 장로의 숫자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여자 장로는 여자 목사와는 별개의 문제로 교단이 지정한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안수를 받을 수 있는 목사와는 달리 피택의 길이 험난하다.

여자 장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자 목사의 숫적 증가도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그동안 여성 안수문제를 꾸준히 헌의했던 몇몇 교단들도 지난 9월 총회에서 여성 안수가 통과된 총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개 교회에서 여자 장로로 피택되기 위해서는 교인 2/3 이상의 지지라는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어 여자 장로의 길은 더 험하다.

교계에서는 이런 현상과 관련 한국교회의 보수성과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그 원인으로 지적하는데, 성도의 70% 이상이 여성인 한국교회에서 볼 수 있는 아이러니다.

보스·계파와 밀접한 교회
보스와 계파라는 단어가 한국교회와도 썩 잘 어울리게 된지도 이미 오래다. 정치권에서만 사용되는 단어였던 것이 교계와 만나면서 의외로 훌륭하게 소화된 것이다. 자랑스러운 단어가 아님이 분명한데도 한국교회는 이를 묵인했고, 또한 이를 묵인하고는 교계 정치를 논하지 못하게 됐다.

교계 기관들의 특정인들이 쥐고 있는 헤게모니는, 사람은 물론 그 기관의 정체성이나 방향에 이르는 전 분야에 걸쳐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악습으로 발전했다. 이로 인해 연합기관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이른바 줄대기와 낙점을 위한 은밀한 작업을 진행하고, 이것이 교계 정치를 위한 입문으로 이해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익과 관련된 단체나 사업, 사안의 경우 계파나 보스가 없을 경우 정치의 핵심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일선에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보스의 주가는 점차 올라간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시끄러운 한해를 보냈다.

대표자들의 선임이 끝나 활동이 잠복기에 들어갔지만 보스와 계파는 여전히 살아 그 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교회 대형화와 성장주의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성장제일주의다. 교회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도 교회가 성장하고 나면 모두 묻히고 용서되는 것이 한국교회의 오늘이라는 평가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가 ‘성장정체’. 성장제일주의를 표방하는 한국교회가 성장정체에 부딪쳐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정체 현상을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신자들에 대한 전도의 활성화로 난관을 타개해야 하는데 남의 교회 교인들을 빼앗아 교회를 성장시키는 변칙 성장에 한국교회가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는데 매년 보고되는 교세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모순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한국교회의 관심이 ‘성장보다는 성숙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아직까지 성숙을 외치는 목소리가 성장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묻히고 있지만 성숙을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본다.

예배의 본질 훼손
현재 한국교회의 예배에 대한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본질이 훼손됐다’는 것. 예배의 강조점을 하나님과의 만남, 관계의 회복, 구제와 선교, 성도들과의 교제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안위, 현세에서의 복, 각종 이권 등에 둔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교인들의 구미에 맞는 설교를 제공하고, 이들의 욕구에 적극 부응, 하나님보다는 인간에게, 내세보다는 현세에, 고난보다는 쾌락에 무게를 실으면서 예배의 본질을 희석시킨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 부흥의 원동력이 된 새벽기도, 금요 철야예배, 수요예배 등 주일예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적 예배의 참석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현상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한다. 특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예배일수록 저조한 참석률을 보여 편의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실이 모든 교회에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교회들이 성도들의 예배 참석률 저조에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이기를 힘쓰던 한국교회는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최근 주 5일 근무제 도입으로 주일성수에 대한 인식조차 희박해지고 있다. 예배에 대한 개념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목회자들의 가짜 학위
최근 불거진 가짜 박사 학위 파동은 한국교회의 위신을 또한번 크게 실추시키기에 충분했다. 외국계 가짜 박사 학위 중 상당수가 신학박사 학위였고, 모든 수업을 한국에서 한국어로 진행하고 논문도 한국어로 작성한 것은 물론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 신학대학에서 수여된 학위도 상당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박사 학위 등록자에게만 국한됐지만, 그동안 쉬쉬하면서 이야기되던 일부 목회자들의 가짜 박사 학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교인들이 최근 들어 제기하기 시작한 담임 목사의 학위 중 의심이 가는 학위에 대한 공개적인 해명 요구도 교회를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일부 부흥사들과 목회자들 사이에 불고 있는 국내 유명 신학대학원 과정 이수와 또 다른 신학대학교의 목회연구원 과정 졸업,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각 국의 신학대학 졸업 바람이 목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학위가 남발되거나 돈으로 거래되고 이것이 파벌로 형성된다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학위가 아니라 목양에 대한 열정이지만 일부 목회자들의 가짜 학위에 대한 열정은 아직 식지 않고 있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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