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이 땅의 세겜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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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이 땅의 세겜이 되게 하라
  • 승인 2003.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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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2천년대 가나안의 주요한 성읍들 가운데 하나인 세겜은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서 처음으로 제단을 쌓은 곳이며, 요셉의 뼈를 묻은 곳이고, 여로보암 1세가 왕의 거주지로 삼은 첫 번째 장소였다.

종교개혁 486주년 기념주일을 맞아 세겜에서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을 생각하며 교회가 이 땅의 세겜이 되기를 기원한다.

라반의 집에서 돌아온 야곱은 세겜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딸이 원주민 토호에게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고 아들들이 만용을 부려 그 집안을 몰살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큰 위기를 만난 야곱은 벧엘로 올라가자고 하면서 가속들에게 이방신상들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고 말한다.

야곱이 벧엘로 올라가려 하는 것은 피신의 뜻도 있으나 하나님을 만났던 장소를 다시 찾아가서 제단을 쌓으려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현실적인 위기를 신앙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것은 혼란과 어려움에 빠져 있는 우리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곱은 모든 이방 신상들과 귀고리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에 묻고 벧엘을 향해 떠난다(창 35:1~5). 세겜은 떳떳하지 못한 것들, 정결하지 못한 것들, 지니고 있어서는 안될 것들을 묻어버린 땅이 되었다. 과거 청산의 땅, 갱신의 땅이 된 것이다.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묻을 것이 없는지 실펴보자. 교회적으로, 사회적으로 묻을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 모두 야곱이 되어 삽을 들자. 그리고 그것들을 과감하게 묻자. 그리고 하나님을 처음 만났던 곳, 서원의 땅 벧엘을 향해 올라가자. 또 한 가지 사건은 여호수아가 바로 이 장소, 세겜에서 고별 설교를 한 일이다.

가나안 정복을 완수하고 이제 나이가 많아진 여호수아는 백성들을 세겜에 불러모으고 마지막 설교를 한다. 여호수아는 먼저 유프라테스강 저쪽에서 이쪽으로 이스라엘을 불러주신, 다시 말해 불신앙의 세계에서 신앙의 세계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상기시킨다.

우리는 이 민족을 강 이쪽으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울이 아시아와 유럽의 갈림길에서 성령의 인도로 유럽을 택한 일이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사건이라고 말하거니와 복음이 들어온 일이야말로 한국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일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여호수아는 족장시대로부터 이스라엘 역사를 회고하며 그때그때마다 이스라엘을 도우신 하나님을 섬기며 그의 율법을 지키라고 호소한다.

우리는 역사의 고비고비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나라를 붙드시고 일으켜주신 일을 새롭게 상기하며, 그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힘쓰자고 다짐해야 한다.

여호수아의 고별 설교는 ‘언약 갱신’(言約更新),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새로운 언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새롭게 상기시키며 그 언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과거 하나님과 했던 여러 가지 약속들을 생각하며 그 약속들을 잘 지킬 것을 다짐하자.

오늘 이 사회는 유례가 없는 혼란과 갈등에 빠져 표류하고 있다. 누군가가 바른 방향을 정하고 앞장서서 의연한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 교회가 그 일을 담당해야 한다. 교회가 이 땅의 세겜이 되어 버려야할 것들을 과감하게 묻어버리고 이 민족을 이끌고 새롭게 출발하고, 또한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하면서 결단을 촉구하고 민족은 아름답게 화답하는 그와 같은 종교개혁기념주일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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