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30개 ‘공부의 달인’, 예수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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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30개 ‘공부의 달인’, 예수님을 만나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12.21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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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을 가진 후 변화된 나의 인생…주경야독으로 감정평가사 합격한 곽상빈 대위
▲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격증을 따기 시작해 공인회계사 등 30여개가 넘는 자격증을 가진 곽상빈 대위는 최근 감정평가사 시험 과정에서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으며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돈과 명예에 매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예수 안에서 자유함을 누리며 그 많은 자격증으로 선한 일을 할 꿈을 가지고 산다.

지난 10월 5일, 공군 재정교관인 곽상빈 대위는 회계사 강의를 하고 있었다. 첫 시간이 끝났다. 몇 달 전에 시험 본 감정평가사 발표가 오늘이었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합격자 발표 명단을 열었다. 떨리는 손으로 클릭하자, 파란색이 떴다. 합격이었다. 그것도 고득점이었다. 다급히 근처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가 문을 잠그고 그는 울었다.

그가 소유한 자격증은 이미 30여개가 넘는다. 그것도 시시한 게 아니다. 공인회계사, 국제공인투자분석사, 손해사정사, 경영지도사 등 전문직 5개, 금융자격증 12개, IT국제자격증 10개 등이다. 이쯤 되면 합격 소식에 익숙할 것 같은데, 그는 왜 울었을까? 

감정평가사가 그만큼 힘든 시험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연이 있었다. 시험을 몇 달 앞두고 맹장이 터졌다. 독일의 사랑하는 이모는 췌장암 판정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으며, 이런 저런 힘겨운 문제들까지 겹쳤다. 그 회오리바람결 속에서, 그는 주님을 영접했고, 평안을 얻었으며, 합격 소식까지 들었다.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겹겹의 고통 속에 주님 영접
“감정평가사가 옛날엔 사시보다 더 어려웠다는 시험이에요. 보통 4년 준비하는데, 저는 1년 공부했죠. 게다가 일과 후에 하루 4시간 남짓만 공부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시험 석 달 앞두고 맹장이 터진 거예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아팠다. 밤새 생고생하다 아침에야 수술대에 올랐다. 급성맹장이었다. 그날 맛본 죽음의 공포는 그로 하여금 신앙으로 한발자국 다가서게 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신앙의 가문이었지만 그전까지는 교회를 나가지 않았었다. 

“지난 9월에는 독일에 사는 이모가 췌장암 판정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신 거예요.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죠. 우리 집안에서 어머니와 저만 교회를 안 나갔는데, 그 일로 어머니가 매일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셨어요. 그러면서 저를 위해서도 많이 기도하셨고요. 어머니 보시기에 제가 인생을 너무 힘들게 산다고 느끼셨나 봐요.”

맹장 터진지 3일 만에 주사 바늘을 뽑고 서울행 차를 탔다.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듣는 학원 강의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학원에선 그가 나타나자 “맹장이 왔다”고들 놀랐다. 그렇게 열심히 했지만 마음은 불안했다. 후배에게 기도를 배워 함께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제가 합격하자 누구는 운이 좋았다고 하고, 누구는 제가 실력이 뛰어났다고 했지만, 저는 하나님이 도우셨다고 믿습니다. 제가 알잖아요. 도저히 내 능력만으로는 합격할 수 없었거든요. 사실 시험은 그동안 익숙했죠. 손해사정사 시험은 군대 가는 전날 보고 입대했을 정도니까요. 그것도 2차 시험까진 붙었죠.”

30여개가 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어머니가 걱정할 정도로 쉼 없이 자신을 몰아세운 시작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다. 흔히 사업하는 집안이 그렇듯 그도 아버지의 사업에 따라서 굴곡이 심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번은 할머니의 17평짜리 아파트에 그의 온 가족이 부쳐 살았는데, 빚쟁이들 때문에 통학 길은 늘 불안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빨리 집을 일으켜야겠다는 희한한 동기가 생겼나 봐요.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빌 게이츠를 꿈꾼 거죠. 중학생 시절엔 컴퓨터 대회를 좀 휩쓸고 다녔고요. 성적도 좋았으니까 인문계 가서 대학 나와 취직하면 되는데 저는 빨리 돈을 벌고 싶었어요. 집에서 한 시간 거리가 되는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간 겁니다. 가자마자 1학년 때 벤처기업 데모닉스를 설립해서 꽤 잘됐어요, 처음엔.”

‘합격신’의 비법을 소개한다
처음엔 그랬다. 같이 시작한 친구들과 돈을 빗자루로 쓸어 담는 시늉을 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경험이 아직 부족했다. 팀원들과 마찰을 빚으며 사업은 접게 됐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학교에서도 왕따가 된 것 같았다. 고3 올라가는 겨울, 이제 와서 수능 공부도 늦었다는 맘에 그 시절 하늘은 항상 잿빛이었다.

“뭐라도 도전하자는 맘이 들었어요. 그래서 CCNA라고 정보보안과 해킹에 관한 자격증에 도전했는데, 그게 된 거예요. 거기서 재미를 찾았죠. 그 후로 3개월 만에 한 10개 정도 자격증을 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수능도 해볼 만하겠다고요. 계속 미친 듯이 공부해서 결국 나중엔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공신’(공부의신)을 넘어 ‘합격신’의 경지에 이른 그의 비법은 뭘까? 그를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합격 비법을 만천하에 알려야할 것 같은 사명을 느낄 텐데, 그 비법은 이렇다. 시험 과목의 특성을 파악한 후, 제일 얇은 책을 고른다. 두꺼운 책, 이거 아니다. 좋은 얇은 책을 골라 20번 정도 돌린다. 머릿속에 아예 프로그램화되도록 말이다. 

그 ‘틀’을 형성한 다음에 거기 ‘살’을 붙이는 건 쉽다. 그러나 그 틀이 형성되기 전에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 보면 헷갈리게 된다. 그는 이 ‘비법’으로 영어를 5등급에서 1등급까지 올렸다. 수학도 4, 5등급에서 마지막엔 만점을 받았다. 

“영어 같은 경우엔, 리딩 튜터라는 쉬운 책이 있어요. 그림까지 같이 있는 책이죠. 그걸 초등학교 것부터 시작해서 고2까지 다 풀었어요. 그걸로 머리에 틀을 만든 후 나중엔 어려운 문제도 풀었죠. 그걸 계속 반복한 겁니다. 공부는 자기에게 쉬운 것부터 반복해야 해요. 그래야 자신감이 상승하고, 그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 살만 붙이면 고득점이 되는 겁니다.”

그 다음엔 시간 관리 싸움이다. 틀을 만들기 위해 20번을 보려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야 한다. 수능 공부했던 6개월 동안, 그는 걸어 다니면서도, 앉아서도, 화장실에서도, 책을 봤다. 그런 노력으로 딴 수십 개의 자격증, 그 재미가 꽤 짜릿했는데, 그런데, 이제 그것보다 더 짜릿한 재미가 생겼다.

숙소에서 함께 성경공부하는 선후배들과 함께(왼쪽 조용성 중위, 오른쪽 고성호 대위)

보다 더 중한 가치 찾아
“요즘은 ‘용성교회’를 다니는 재미가 커요. 후배 조용성 중위 숙소를 그렇게 불러요. 그 친구에게 신앙적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녁에 고성호 대위님과 조 중위 숙소에 함께 모여 찬양하고 성경공부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힘을 얻어요. 주일에 서울에 있을 때는 명륜교회에 다니고요.”

군대 가서 그는 확 달라졌다. 입대 전에 그는 ‘피리 부는 소년’으로 불렸다. 창백한 얼굴에 키만 껑충한 말라깽이였던 그는 군대생활을 한 이후에 몸도 좋아지고 자신감 충만한 ‘멋있는 싸나이’가 됐다. 늘 시험에 매달려 불안한 눈빛으로 빌빌대던 그는 이제 없다. 10년 째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가 많이 놀랐을 것 같다.

“나중에 제대하면 공부를 더 해서 변호사까지 자격을 취득하고 싶고요. 미국에서 한 1년 정도 공부한 후에 한국에서 종합사무소를 차려서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의 아버지처럼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고요.”

돈만 바란다면, 지금 있는 자격증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 증권회사 같은 곳에 취직하면 최고이고, 학원 강사만 해도 돈은 많이 벌 수 있다. 사실 빚에 쪼들려 살았던 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돈, 돈, 돈, 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돈에 대해서 무관심한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아, 돈이 목표가 아니었구나. 뭔가 채워지지 않은 걸 찾았던 거죠. 한편으로는 명예일수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 초보 신앙인이지만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자기의 이익만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베풀 수 있는, 그런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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