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전반에 활용할 실질적 교육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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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전반에 활용할 실질적 교육 바란다”
  • 기획취재팀
  • 승인 2016.11.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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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㉜결산 좌담 // 신대원에게 듣는 신학 교육과 한국교회 (상)
▲ 신학교육 좌담에서 신대원생들은 신학교육 현장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만족도까지 가감 없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신대원생들은 현재 한국교회의 신학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14일 종각 민들레영토에서 4명의 신대원생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각각 총신대와 장신대, 백석대, 한신대 신대원을 다니고 있는 이정우(3학년) 안문용(1학년) 민영기(3학년) 권민성(기초학기) 전도사가 좌담회에 참여했다.

이날 모인 신대원생들은 ‘N포세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한사람으로서 한국교회와 신학교육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았다. 본지는 2주에 걸쳐 신대원생이 바라보는 신대원과 한국교회에 대해 소개한다. 먼저 신대원생이 바라본 신학교육에 대한 부분을 지면으로 전달한다.

- 먼저 각자 신대원에 입학한 동기나 이유를 말해 달라.

한신대 권민성 전도사 학부를 신학교가 아닌 일반 대학을 나왔다. 선교단체에서 활동을 했는데 신학적으로 굉장히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러다가 3학년에는 선교단체 활동을 내려놓고 통일선교 동아리에 가입했다. 이 단체가 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라는 곳과 연결된 극단적 보수단체였다. 양 극단을 오가면서 국가적 상황이나 신학적 상황에서 나만의 생각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신대원에 입학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목사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지식과 진리에 대한 탐구 욕심에 더 가깝다.

백석대 민영기 전도사 어려서부터 이른바 ‘교회 오빠’로 자랐다. 기도와 말씀을 배우고 싶었던 게 크다. 찬양사역을 하다가 목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대원에 입학하게 됐다.

총신대 이정우 전도사 기독교 아동복지 쪽에서 일하고 싶어 학부 때부터 신학교에 지원했다. 어떤 신대원에 가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지만 합동교단 소속 교회의 교인이다 보니 ‘우리 교단은 총신을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총신 신대원을 선택하게 됐다.

장신대 안문용 전도사 목회를 하기 위해서 신대원에 왔다. 성도들이랑 있는 것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목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기왕 목회를 한다면 좀 더 양질의 교육,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지식을 바탕으로 성도들에게 수준 높은 목회, 제대로 된 목회를 하고 싶어서 신대원에 왔다.

 

- 신대원의 학업이 도움이 된다고 느끼나.

안문용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목회를 하려면 기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하고자하는 전통적인 목회 방식이라면 지금의 커리큘럼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권민성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아직 한 학기밖에 다니지 않아 잘 모르지만, 커리큘럼으로 봤을 때 다소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농촌목회처럼 실제적인 강좌들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교수들 자체가 현실목회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동떨어진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여름에 했던 농촌목회 실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이정우 목회자라고 하면 설교 뿐 아니라 심방 등 총체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데, 저희는 주해훈련이 많고, 신학적인 부분도 성경해석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집중으로 접근한다. 설교자로서만이 아니라 목회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이 보완되기를 바란다.

 

- 장학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선 교회의 지원 상황은 어떤지?

이정우 신학교 자체가 목회자 양성을 위탁받은 곳이다. 노회에서 위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입학 원서에 노회장 추천서를 동봉하는 것 아닌가. 그런 만큼 노회가 산하의 목회자 후보생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각 교회에서 총회나 노회로 세례교인 헌금을 내는 것도 그런 목적이다. 목적대로 사용을 한다면 신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덜할 것 같다. 총신 신대원의 등록금이 신학교 가운데 비싼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장학제도는 많이 약하다. 교회에서 전액을 지원해주던 사례도 과거에는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드물다.

 

안문용 학교 자체가 가진 장학제도에 있어서는 괜찮은 편이다. 주변 학생들도 장학제도에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 대형교회들도 학교에 후원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회에서 위탁한 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부분은 마찬가지다. 부교역자들이 사역 도중에 부당하게 해고당하기도 한다. 교회에서 위탁해서 맡겨놓고 자기들은 손을 놓는다. 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것은 많은 현장에 대해 불만이 있다.

민영기 장학제도가 열악한 편이다. 노회나 교회에 힘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신대원 다니는 내내 험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대신과 통합을 하면서 장학제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대신 쪽은 장학 제도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졸업을 앞둔 입장이라 크게 영향은 없을 것 같다.

권민성 한신대는 한 학기 학비가 300만원 초반이다. 저렴한 편이라고 들었다. 노회 차원에서 신학생들의 학비를 책임져 주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는 않다.

 

- 본지에서 ‘월 70만원 받는 신대원 전도사’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간 적 있다. 지금의 5포 세대와 신대원생들이 같은 처지에 있다는 건데, 얼마나 실감하는가.

민영기 결혼까지 했지만 기사 제목처럼 7~80만원 받는 상태로 살고 있다. 졸업 후 사역할 곳을 구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많은 교회들이 기혼에 교회 인근에 거주하는 예비졸업생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선호도는 현실에서 많이 동떨어져 있다. 교회가 주택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가정을 가진 예비 졸업자가 집값이 비싼 서울 시내에 거주할 확률은 매우 낮다.

- 신대원생 설문조사에서 ‘성경강해’와 ‘영성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왜 그런걸까.

안문용 사실 신대원 커리큘럼에서 성경을 배우는 것은 거의 없다. 과제도 많기 때문에 ‘신대원 3년 동안 성경 일독도 못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목회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성경강해이고 설교인데, 맨날 조직신학이다 원전이다 이런 것만 파다보니 성경강해를 강화해달라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은 조금 다르다. 성경강해는 입학 전에 다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대원에서는 전문인으로서 철학적이고 해석학적인 부분을 공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민영기 신대원생들 스스로의 요구라기보다는 교회에서 이런 부분, 가령 설교나 기도 인도 등을 요청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정우 학교마다 영성훈련 과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런 요구가 나온 것은 정말 제대로 된 영성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본다. 인위적인 영성훈련에 대해서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자율적이지 않고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을 영성훈련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 영성훈련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얘기해 보자. 영성훈련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교수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성을 삶으로 보여주는 교수님이 계시다면 그 자체가 훈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권민성 교수님마다 격차가 심하다. 어떤 분은 질문을 하면 그 자체를 이해 못하거나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교수님은 별명이 ‘셀러(Seller)’다. ‘책팔이’라는 뜻이다. 학기마다 자기 책을 사라고 요구하는 분이다. 물론 정말 본받을 것이 많은 교수님도 있다. 개인적으로 바라기는 책을 쓰더라도 어렵게만 쓰지 말고 학생들과 조금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써주면 좋겠다.

민영기 백석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교수들에 대한 학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영성수련회를 해도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보다 학교 교수님들이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수업 내용에 있어서도 삶을 이야기해주시는 교수들이 많고, 학생들 반응도 좋다. 타 신학교에 비해 교수들의 자유도가 높은 것 같다.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친다는 분위기다.

 

- 마지막으로 각자 학교 자랑을 해 달라. 백석은 교수진 이야기를 했는데 나머지는 어떤가.

이정우 끈끈한 선후배관계가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총신을 나와야만 목사안수를 주는 교단이기 때문에 항상 선배 목사님들을 만나면 몇 회 졸업인지를 강조한다. 자연스럽게 좋은 선후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학부와 신대원을 모두 총신에서 보낸 덕분에 이런 요소가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안문용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만족하는 것은 신학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보수에서부터 자유주의까지 한 장소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좋다.

권민성 학교의 지정학적인 측면이 매우 좋다. 북한산 아래에 자리해 공기가 좋다. 인근에 화개사라는 사찰이 있고 조금만 내려가면 수유성당이 있다. 세 종교기관이 연합해서 난치병 환자를 위한 자리도 마련하고 연합하는 일도 있었다.

정리=손동준·정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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