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집중’… 바른 인성 갖춘 ‘참 목회자’ 양성 위한 신대원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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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집중’… 바른 인성 갖춘 ‘참 목회자’ 양성 위한 신대원의 노력
  • 손동준 김성해 기자
  • 승인 2016.11.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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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31 개혁하는 신학교육 현장

신학교육의 위기는 한국교회 전체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각 신대원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진가를 나타낼 수 있는 준비된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 현장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개혁하는 신학교육 현장으로 서울신대와 합신 신대원의 사례를 소개한다.
 

▲ 지난 4일 서울신대 신대원에서는 ‘목회실습’ 수업이 진행됐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에 앞서 신대원 부원장인 윤철원 교수와 조원근 목사(아현성결교회)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신대-교회가 함께하는 ‘현장 실습’
“하나님 오늘 강의를 통해 목회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정 있는 목회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학생대표의 기도로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실에는 20명 남짓의 학생들이 앉아 있다. 앞에서는 두 사람의 선생이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대원 강의가 1인 교수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울신학대학교 M.div 과정가운데 하나인 ‘목회실습’에서는 학기마다 두 명의 교수가 ‘팀티칭’ 형태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날 강의에 나선 건 윤철원 교수와 조원근 목사. 윤 교수는 강의 초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눈 뒤 마이크를 조 목사에게 넘겼다. 조 목사는 학교가 속한 교단에서 큰 교회로 꼽히는 아현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사역으로 바쁠 대형교회 목사가 매주 한 시간씩 학생들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조 목사 뿐 아니라 매학기 교단의 내로라하는 목회자들이 직접 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 목사는 이날 ‘제자도’를 주제로 한국사회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교회가 가야할 길에 대해 이야기 했다. 듣는 학생도 가르치는 목사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공기 속에서 수업이 진행됐다. 학구적이기보다는 예배설교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제가 여러분과 같은 신학생일 때 전도사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줄 알았어요.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아닌 것 같아요. 땡감처럼 익지 않고 곯아서 푹 꺼지는 그런 삶이 되지 않으려면 영적 성숙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시무하는 교회가 여러분이 볼 때 성공한 교회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부러워할 것은 그런 규모나 성장이 아닙니다. 내 안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시도록 제자로서 잘 살아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40년 목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강의에 학생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2학년 박정현 학생은 지난학기부터 들어온 조 목사의 강의가 앞으로 목회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목회실습 강사로 오시는 목사님들은 대부분 목회를 잘 하고 있다고 정평이 나신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이 전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배웁니다.”

서울신대의 ‘목회실습’ 과정은 일종의 ‘산학협력’ 형태를 띄고 있다. 학생들에게 목회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전해준다는 취지도 있지만, 현장의 목회자들로부터 함께 일할 부목사들이 좀 더 잘하면 좋겠다는 요구가 학교에 전달되면서 시작됐다. 

처음 두 학기는 신대원 교수들이 학문적인 부분을 가르치고 나머지 세 학기 동안 현장 목회자들이 협동 교수로 참여한다. 서울신대에서 목회학석사를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5학기 동안 이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얼마 전 새로 취임한 노세영 총장도 이 ‘목회실습’ 과정이 신학교 교육시스템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전부터 교내에 ‘정체성연구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와 교단의 정체성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온 노 총장은 새로운 ‘목회실습’ 과정을 통해 신학교육의 ‘현장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노 총장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목회실습’은 다수의 미국 신학교들이 실시하고 있는 ‘슈퍼바이저 미니스트리’의 형식을 빌려, 강의실을 벗어나 사역의 현장인 ‘교회’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부분의 신대원생들이 파트타임 전도사로서 각 교회에서 소모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달리 똑같이 주말 사역을 하더라도 ‘신학생’으로서 현장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노 총장은 이같은 현장교육이 향후 학생들의 ‘임지 찾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신대는 이에 필요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목회자들을 상대로 홍보 및 교육, 적극적인 참여 독려를 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중대형교회로만 국한하지 않고 작은교회나 농어촌교회에서도 교육이 가능하도록 신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사례비나 교통비 등을 학교가 직접 모금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노 총장은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교회는 좋은 목회자를 길러내기 위한 혁명적인 신학교육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바른 교육으로 좋은 인재를 길러내고 한국교회와 사회에 신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HMS 모임중인 교수와 신대원생. HMS를 통해 교수와 학생은 친밀한 관계를 맺어간다(사진제공: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합신대-특화된 멘토링으로 바른 영성 도모
오전10시 반, 합신대 전교생들이 4층 예배실로 모여 채플을 드렸다. 오전 6시에 새벽기도를 드렸지만, 신대원생들은 또 다시 말씀을 들으러 예배의 자리로 나왔다. 합신대는 채플도, 새벽예배도 모든 설교를 교수들이 직접 준비한다. 

1시간 가까이 드려진 채플이 끝난 후, 일부 학생들은 남아서 자리를 지켰다. 점심시간이 코앞인데도 그들은 각자의 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하거나, 성경책을 펴서 말씀을 읽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신대원생 곽중은 전도사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올해 입학한 곽중은 전도사는 “학교에서 드려지는 새벽기도회, 채플 예배, 수요일에 드리는 학년 예배와 HMS 등이 학교생활을 하고 개개인의 영성을 성장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HMS(Hapshin Mentoring System, 합신 멘토링 시스템)는 합신대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HMS는 지난 2008년 백석대학교 유명복 교수의 ‘신학대학원의 영성 및 전문성 교육 강화를 위한 제안’ 논문에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유 교수의 논문에서 HMS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고 멘토링을 실시하기 전보다 휴학하는 학생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멘토링제를 실시함으로 학생들과 교수 사이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그룹원들 간에는 서로 격려와 지지를 할 수 있다”고 소개됐다.


합신대에서 2007년부터 시행한 HMS는 담당교수 1명에게 학년 당 6~7명, 약 24명의 학생을 배정한다. 한 학생도 빠짐없이 담당교수에게 배정되며, 구성된 조는 3년 내내 변동 없이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곽중은 전도사는 “지도하시는 담당 교수님의 성격마다 HMS의 성향이 차이가 있지만 모여서 주로 기도제목을 나누거나 일대 일로 지도해주신다”며 “이를 통해 학년끼리, 혹은 선후배 사이에서 친밀감이 형성되고, 교수님들과 학생들 사이에도 유대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합신대 안상혁 교수 역시 HMS 신대원생들과 함께 모임을 가진다. 신대원생들과 안 교수는 학기 초 서로 나눴던 기도제목을 들고 기도로 모임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안상혁 교수는 학생들을 위해 준비해 온 성경구절을 학생들에게 제시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안 교수가 준비한 성경구절은 신대원생들이 이후 사역을 하면서 말씀을 준비할 때 까다롭거나 핵심적인 내용의 성경 구절들이다. 안 교수는 조금이라도 학생들의 사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또 다른 교수님은 HMS에도 강의 시간처럼 수업을 진행하면서 신대원생들에게 과제를 내준다. 


안 교수는 합신대의 HMS가 외부에도 소문에 퍼졌다고 밝혔다. 그는 “합신대 신대원생 중에는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공식적으로 교수와의 인격적인 교제 방법이 열려있는 합신대의 HMS 프로그램이 학교 입학을 고려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본지에서 실시한 신대원생 인식 설문조사에서 합신대는 다른 신학대에 비해 전반적인 만족도가 81.3%의 비율을 차지하는 높은 수준임을 보여줬다. 특히 ‘교수진’에 대한 만족도는 100%의 비율이 나왔으며, ‘성경공부와 영성 훈련’에 대한 만족도 역시 87.5%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2학년 최지효 전도사는 “HMS 시간에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신다”며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면서 학생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부터 시작해 사역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과 신대원생들의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주신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3년 동안 HMS를 통해 쌓인 유대관계는 신대원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끈끈하게 이어진다. 비록 HMS가 공식적으로는 재학 중에만 진행되도록 학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지만, 졸업 후 사역을 하면서도 자신의 HMS 담당 교수님과 연락을 주고받는 신대원생들이 종종 있다. 

안상혁 교수는 “다른 교수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HMS를 통해 친분을 맺게 된 제자들 중 꾸준히 연락을 하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다.”며 HMS를 통한 교수와 신대원생간의 유대 관계의 돈독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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