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이끌어 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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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이끌어 주는 곳
  • 승인 2003.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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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을 해보면, 19세기 초까지 지어졌던 엄청난 규모의 성당과 교회들을 볼 수 있다. 영국의 웨스트 민스터 성당, 파리의 샤르트르, 노트르담, 이태리 두오모 성당을 비롯해서 전 유럽의 도시는 성당으로 차 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숫자도 많고 규모도 크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비롯한 온갖 미술품과 문화유산도 성당 안에 모여 있다. 그 성당들은 유리그림으로 장식된 창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인해 퍽 어둡다. 좋게 말하면 신비롭다.

그리고 그 놀라운 규모의 장식으로 뒤덮인 건축물은 사람들을 기 죽이고 위압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유럽의 성당들은 절대자를 향한 위대한 찬양과 경배가 담겨있다고 하겠으나 실제로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인 인간은 그 속에서 한없이 위축되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

마치 율법과 같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지어진 개신교 예배당은 전혀 다르다. 정원과 교회 건물이 밝고, 열려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두세 주 예배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여러 가지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과 교회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들, 그리고 편리하고 넓은 주방 시설들, 단층으로 지은, 밝은 예배당 내부, 앉기 편한 의자들-게다가 벽면에 대형 현대화(추상화)들이 몇 개씩이나 걸려 있었다.

목사님이 서시는 설교단에도 아주 심플한 현대감각의 촛대와 꽃장식 도구들이 있었고, 천정에서 성령을 상징하는 추상적 조형물이 설교단을 향해 설치되어 있었다.

매주일 설교 내용에 따라 바뀌는 듯한 배너가 천정에서 아래로 길이 2m가 넘게 드리워져 있었는데, 모자이크로 표현된 성화는 예술작품 이었다. 제작한 이가 적어도 이삼십년은 작품활동을 한 예술가임에 틀림없는 솜씨였다.

그렇다. 그 예배당에서는 지금도 예술이 만들어지고 드려지고 예배에 동역자로 쓰여지며, 성도들을 위로하고 섬기고 있었다.

지난날의 성당들의 유물화된 권위적인 미술품이 아니고, 다정하고 가까우면서도 따뜻한 생명을 지닌 미술품들이 독일 교회들을 채우고 있었다.

<율법>에 대비한 <은혜>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한 것일까?성전은 도피성과 같이 용서와 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친 심령을 기도하도록 이끌어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절대로 죄의식을 강요해서 절망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햇볕과 장식과 건축의 설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무의식 속까지 깊이 느끼도록 하는 공간이면 더욱 좋겠다.

시각예술가들은 이렇게 기도속으로 이끌어주는 공간을 만들 책임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기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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