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품물감 개발로 하나님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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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품물감 개발로 하나님께 영광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09.28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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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참말로 이어진 기적 같은 삶…알파색채 남궁요숙 대표

세상엔 거짓말 같은 참말이 있고, 참말 같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거짓말 같은 참말로 이어진 기적 같은 삶을 살았고, 하나님의 크신 은총으로 아름다운 색채의 길을 오롯이 걸어왔다”고 말한다. 알파색채 남궁요숙 대표(용산장로교회 출석)의 이야기다.

이들 부부는 변변한 물감 하나 없어 비싼 일본 것을 쓰던 1962년, ‘알파색채’를 설립하고 알파물감을 개발했다. 생산 3년 만에 국내 시장에 일본물감을 몰아낸 알파물감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우리네 궁핍한 시절에 가난한 예술가들에겐 ‘복음’과 같았던 미술재료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한국 산업화에 기여한 알파색채. 성경에서 따온 ‘알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계의 명화를 우리의 알파로’라는 꿈을 가지고 일생을 바쳤던 작고한 부군 전영탁 장로와 아내 남궁요숙 권사는 이 일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받아들였다.

▲ 알파색채 대표 남궁요숙 권사는 4년 전에 별세한 부군 전영탁 장로와 함께 평생 세계 최고의 명품물감 개발에 일생을 바쳤고 마침내 오늘날 알파색채는 세계적 품질을 자랑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 속에서 항일투쟁에 앞장섰던 가문에서 자란 남궁요숙 권사는 물감 개발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알고 일생을 헌신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아왔다.

일본 이기려고 물감 제작
“그 시작은 약방이었어요. 약방을 해서 알파색채를 시작할 수 있는 돈을 모은 거죠. 그 당시는 약사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약사가 아니어도 시험 봐서 약을 팔 수 있는 약종상을 할 수 있었죠. 원효로 용문동 시장 입구에서 ‘고려약방’을 시작했는데 하나님이 복을 주셨어요.”

시장 근처에 20여개 약국이 있었지만 다들 고려약방에만 줄을 서서 기다렸다. 남편 전 장로는 약사 못지않게 연구와 공부를 많이 했고, 어려운 사람에겐 외상으로도 주었으며, 약을 줄 때면 항상 기도를 하며 건네주었다. 사랑과 기도의 힘이었을까, “고려약방 약이 잘 듣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약방은 항상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8년 쯤 지나자 약사들도 많이 배출되고 법도 바뀌어 더 이상 그곳에선 약방을 할 수 없었다. 약방을 하며 벌은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았다. 부부는 “둘 다 장사꾼은 아니니 경쟁이 없는 것을 하고, 그러나 아무나 못하는 것을 하자”는 원칙을 정했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신문에 광고를 냈어요.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죠.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러던 중에 한 그림물감 제조 기술자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제안이 우리 마음을 붙잡은 건, 일본을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 당시 이미 학생용 물감은 다섯 곳에서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용 물감은 일본 것을 쓰고 있었다. 일본은 당시 환율차이까지 더해서 일본 시장 가격의 16배의 가격으로 한국에 팔았다. 36년 동안 일본에 짓밟혀 산 것도 억울한데, 해방된 지금도 물감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 일본제품을 비싸게 사서 쓴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기술자와 계약을 하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잘 안됐어요. 결국 장로님(남편)이 나섰죠. 장로님은 원래 연구하길 좋아했어요. 저는 품질관리를 맡았죠. 당시에 가장 까다롭다고 소문난 화가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분들이 오케이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분들이 제 의욕에 감동했는지, 친절히 알려주시고, 저의 제품을 점검해주셨어요.”

그렇게 나온 포스터컬러가 ‘알파’ 물감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시작’이라는 의미로 출시됐다. 견본을 뿌렸더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워질 무렵, 예기치 않은 시련이 닥쳤다. 공장을 겸하던 집에 불이 난 것이다.

불나서 더 잘된 은혜 체험
“그날이 마침 장로님이 안수집사를 받던 주일이었어요.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있는데 집에서 아이들이 벌벌 떨면서 달려왔어요. 불이 났다고요. 하필이면 한참 제품이 나갈 신학기였어요. 게다가 안수집사 받는 날에 그런 일이 생기니, 말도 많았고요. 참 암담했죠.”

그러나 불이 나면 더 잘된다더니,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했다. 딱 일주일 전에 매향여고 시절 은사 목사님을 우연히 만났었다. 그런데 불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집을 하나 소개시켜줬다. 효창동에 있는 250평 큰 집이었다. 일정 때 정부 관료가 살던 집이었다. 

“이전의 집보다 더 넓은 거예요. 다행히 철로 된 기계는 불타지 않아 곧 설치를 그곳에 했습니다. 이사해서 좋은 일이 생겼어요. 60년대 초만 해도 뻑하면 물이 끊어지고 전기가 나갔거든요. 그런데요 다른 데는 다 끊어지고 나가도 그 집만은 물도 잘나오고 전기도 문제가 없었어요. 게다가 불이 나서 물건 구하기 힘들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아 물건이 더 잘 팔리는 겁니다. 밤을 새서 주문을 다 맞춰줬어요.”

1969년, 드디어 ‘알파700’이 탄생됐다. 그전까지는 포스터컬러가 12색밖에 없어 다양한 색을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교수, 화가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핑크, 보라, 스카이 세 가지 색을 더해 최고급 안료로 제작한 국내 최초 15색 전문가용 포스터컬러 ‘알파 700’이 세상에 나왔다. 700번의 실험을 통해 제작된 사연이 이름에 담겼다. 

“알파 700은 출시되자마자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죠. 옛날엔 사진 기술이 좋지 않아 포스터컬러로 그린 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곤 했거든요. 산업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했죠.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도 처음엔 타사 제품 물감으로 도색했는데 5년도 안 돼 색이 벗겨졌어요. 1993년 다시 우리 알파 아크릴컬러로 도색한 이후에는 지금까지 색이 변하지 않고 있죠. 이것도 자랑스러운 일이고요.”

자랑스러운 일은 또 있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했으며 성실 납세 의무자로 선정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둔 정직한 경영이 인정받아 대통령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것을 비롯 미술계와 재계에서 주는 많은 상도 받았다. 또 각종 방송 매체에서 성공의 모델로 소개되곤 했다. 그러나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신앙의 유산을 잘 받고 물려준 것이다.

자랑스러운 신앙의 가문
“아버지 남궁섭 장로님은 용인에 사실 때 농사지으려고 수만 평 땅을 사셨는데요, 나중에 그거 다 소작하던 분들에게 무상으로 주셨어요. 아마 지금 엄청 비싼 땅이 됐을 겁니다.

마을에 교회가 없자 아버지가 또 교회를 세우셨죠. 용인 평창리에 있는 평일교회가 그 교회예요. 동네에 믿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곳에서, 어머니는 매일 사람들 먹여주고, 병나면 기도해주시고 그랬죠. 몇 년 전엔 노후 된 그 교회를 다시 건축하고 교육관을 세웠습니다.”


그의 백부 남궁혁 역시 한국인 최초의 신학박사이자 교수로 유명하다. 조부 때의 믿음의 유산이 전영탁 회장과 남궁요숙 대표를 거쳐 두 아들과 딸에게, 또 그 손주들에게 4대에 걸쳐 잘 계승된 것이 가장 감사하다. 

가슴에 묻은 아들도 있다. 막내아들은 하나님이 일찍 부르셨다. 중학교 때 일이다. 휠체어를 탄 반 친구가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를 무시하고 왕따를 시킬 때, 막내아들만이 친구가 되어 보살펴줬다. 그 장애인 친구가 부탁했다. 야외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라고.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함께 산에 갔던 막내아들은 사고를 당했다. 당시엔 너무 슬프고 힘들어 못살 것 같았는데, 지금은 또 다른 사명이 됐다.

“교회에서 슬픈 일을 당한 사람,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난 교우들이 있으면 제가 일차로 가서 위로해줍니다. 제가 그 아픔을 다 겪고 알잖아요. 그 일을 제가 다 맡습니다. 아, 이게 사명이구나, 깨달았죠.”

알파색채를 처음 세우고 물감을 계발하던 시절, 참 힘들었다. 집안 살림에 공장 살림까지, 자녀들 건사에 남편이 만들어 놓은 물감을 가지고 영업까지, 너무 힘겨웠던지 하루는 이빨 6개가 몽땅 다 빠져버린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려웠던 날들을 다 이겨낸 남궁요숙 대표는 여자 CEO로서, 88세의 나이에도 아직 건재하다. 그녀는 언젠가 그리운 남편 전 장로를 천국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씩씩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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