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데올로기와 목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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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데올로기와 목회경쟁
  • 승인 2003.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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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신대륙발견 500주년이 되던 해, 당시 발견을 주도했던 포루투갈의 리스본에 19명의 세계적인 학자가 모여 21세기의 지구촌문명을 분석하고 비판한 소위 ‘경쟁의 한계:리스본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의 지배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다. 경쟁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등장했다. 우리시대의 정신은 한마디로 ‘경쟁력향상’이다…국가내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심화시키고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시킬 것이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경쟁이라는 새로운 21세기의 이데올로기도전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성경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롬12:2)고 한다. 경쟁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 하나되라”고 하신 주님의 교훈을 떠나게하고 서로 비교하며 분열을 일으키게 한다.

경쟁은 라틴어로 ‘함께 추구한다’란 뜻이지만 무한경쟁시대인 오늘날에 와서는 ‘승리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독점의미로 변질되고 있다. 경쟁력없는 행위자는, 단지 ‘패배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존재가치를 직장 뿐아니라 가정, 더 나아가 교회에서도 상실하게된다. 이것이 목회현장의 목회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글로벌 시장에서 사람들의 가치와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맘몬의 영’이고 ‘시장의 정신’이다.

그런데 교회의 중심에 바로 이 마케팅이론이- 교회의 자리는 이제는 더 이상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 아니라 소데와 양떼를 바겐세일하는 장터- 자리잡고 있다.

목회자들이 교인들을 고객으로 여기고 그들의 종교적 욕구와 필요를 분석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종교상품(프로그램)들을 조사하고 그것에 몰려드는 교인들의 숫자와 시설의 편리함과 건물의 크기, 헌금의 액수등으로 목회의 성공을 판단한다면, 이는 바로 기도의 집을 장사치의 소굴로 만든 사두개인들의 우를 다시 범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결국 교회가 예배공동체로서가 아니라 시장공동체로 변질되는 위험을 보이는 것이다. 이 시장전략에는 여론조사, 시장조사, 설교내용 분석, 교회이미지 전략, 상품이름붙이기(집회나 전도프로그램)등이 포함된다. 교회성장은 우리가 조종할 수 있고 예견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아니다.

교회성장은 그리스도인의 순종과 신실함과 깊은 연관이 있음에도,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인간의 노력결과가 아니다. 목회자들은 항상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시127:1)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종교소비대중의 기대와 교회성장 추세에 이리저리 휩쓸리기 보다 하나님의 거룩한 인내에 참예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할 자들로 부름받았다. 믿음으로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항상 앞서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 계획보다 앞에 가셔서 예비하시고 죄를 깨우치시고 위로를 주심으로써 복음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해 주신다는 것을 확신해야한다. 우리는 천국상품을 소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생명을 경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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