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윤리의식 저하에 신대원생 모르쇠, 목회리더십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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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윤리의식 저하에 신대원생 모르쇠, 목회리더십 ‘휘청’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6.22 17: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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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⑭ 신대원 윤리·영성교육Ⅱ
▲ 신대원생들이 평신도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윤리적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전체의 윤리적 기준을 높이기 위한 신대원 시절에서부터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본지가 실시한 ‘신학대학원생의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11개 신학대학원생들은 평신도들과 자신에 대해 다른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대원생들은 본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한 반면 평신도들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신대원생들이 가진 ‘영적 부담감’의 발현이라는 의견과, 사회 전반적인 윤리의식의 저하로 인한 신대원생들의 ‘무기력증’이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왔다.


흡연… “평신도는 상황에 따라 가능”
이번 조사에서는 ‘음주’·‘흡연’·‘이혼’·‘인공유산’(낙태)·‘혼전 성관계’·‘동성애’의 6가지 항목을 각각 ‘본인’과 ‘평신도’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조사 결과 신학생들은 본인과 평신도에게 각각 다른 윤리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대원생 본인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평신도들에게 적용했을 때는 ‘상황에 따라 가능한 일’이 되기도 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평신도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윤리적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독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항목은 ‘흡연’이었다. “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대원생은 절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83.0%)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평신도와 관련된 문항에서는 “상황에 따라 담배를 피울 수 있다”(51.0%)는 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눈에 띈다. “평신도는 절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36.7%로 “신대원생은 절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응답과 무려 51.3%의 차이를 나타냈다.

두 번째로 높은 격차가 나타난 항목은 ‘음주’였다. 신대원생 71.0%가 “본인은 절대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반면, 그보다 47.3%나 적은 23.7%만이 “평신도는 절대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으로는 ‘이혼’(본인 76%, 평신도 38.7%, 격차 37.3%), ‘인공유산’(본인 82.7%, 평신도 61.3%, 격차 21.4%), ‘혼전 성관계’(본인 84.3%, 평신도 63.3%, 격차 21.0%), ‘동성애’(본인 95.0%, 평신도 85.0%, 격차 10.0%) 순으로 격차가 나타났다. 

신대원생들의 윤리 의식은 각 학교별로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비단 흡연 문제만 하더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복음주의권인 고신(100%), 총신(96.7%), 백석(87.0%)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소위 에큐메니칼 진영인 장신과 한신, 연신 등은 각각 77.1%, 60.0%, 33.3%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신대원생 본인은 절대로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100%로 나온 고신 신대원에서 평신도의 흡연과 관련해서는 9.5%만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85.7%가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무기력증 만연…격차 좁히는 노력 필요
흥미로운 점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흡연’ ‘음주’ ‘이혼’ ‘인공유산’ ‘혼전 성관계’ ‘동성애’ 등 6가지 항목에 대해 신대원생들이 답한 평신도들을 향한 ‘기대치’가 실제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윤리적 허용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발표한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만18세 이상 기독교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조사기관:글로벌리서치)에서는 본지 조사와 같은 항목인 ‘흡연’ ‘음주’ 등 6가지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물었다.

한목협 조사에서 기독교인들은 음주(27.5%), 흡연(37.7%), 이혼(39.2%), 인공유산(58.5%), 혼전 성관계(48.7%), 동성애(82.5%)에 대해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는데, 각 항목별 응답률이  본지 조사와 최대 10% 내외의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신대원생들의 평신도에 대한 윤리적 기대치가 평신도들의 인식에 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를 계몽하거나 끌어올리려는 의지는 낮은 수준임을 시사한다. 

신학생들이 일반 성도들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기독교의 진리와 크리스천의 윤리를 분명하게 가르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무기력증에 빠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음주’와 ‘흡연’ ‘이혼’ ‘인공 유산’ ‘동성애’ 항목에서 갓 입학한 1학년에 비해 전임 사역을 앞둔 3학년의 윤리적 기준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혼전 성관계’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에서 1학년 (82.1%)보다 3학년(87.2%)이 높게 나타난 점을 제외하면 신대원 교육을 통해 많은 복음 전도자들의 윤리적 기준이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많은 신대원생들이 윤리적 기준을 지키고 가르치는 일에 대해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신대원생들의 윤리인식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하지만 ‘본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제 해야겠다’는 것이지 실제 신대원생을 포함한 한국교회 전체의 윤리인식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평신도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에 대해 “한국교회에서 윤리인식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두려워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신대원생들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윤리 기준을 다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윤리 제고 시급 제도적 뒷받침해야
그렇다면 현재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본지는 지난 호에서 신대원생을 위한 윤리인성 과목의 개설 확대와 학생 선발과정의 검증절차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성 윤리 관련 커리큘럼의 강화는 한국교회가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성범죄와 관련해서 한국교회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신학교에서 교수가 여 제자를 성추행 해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교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박득훈 방인성 백종국 윤경아, 이하 개혁연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대원 3곳 가운데 2곳은 성윤리 관련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다. 개혁연대는 31개 신학교 홈페이지에 공시된 2016년 교과 과정을 수집·분석했는데, 이 가운데 관련 과목을 개설 또는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11개 대학에 불과했다. 

성과 관련한 담론을 터부시하는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신대원생들이 졸업 후 전임 사역을 시작하게 된다면 성윤리와 관련된 교육을 받게 될 확률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는 “목회자 성윤리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교육이 부재한 탓도 크다”고 분석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 이상으로 자신을 돌보는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 신대원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목회자의 자기 돌봄’ 강좌를 예로 들면서 “사역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윤리적인 취약점들이 있는 만큼, 목회자 개인의 신앙적 도덕성에만 맡기기보다 교육을 통한 개인의 도덕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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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길 목사 2016-06-24 16:45:10
베드로 사도의 서신은 무법주의를 피하라는 말씀으로 마치고 있다.
한국교회의 주류는 개혁주의이다. 그만큼 오늘의 난맥상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개혁주의의 율법관에서만이라도 칼빈의 기독교강요의 가르침만큼은 회복해야 한다.
동성애까지 보수신학교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신구약 공히 율법이란 성도에게는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하나님의 말씀이요 복음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