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사역자 배출하려면 검증부터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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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사역자 배출하려면 검증부터 강화해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6.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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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⑬ 신대원 윤리·인성교육Ⅰ
▲ 윤리인성을 갖춘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총신대는 2박3일간 심층면접을 도입했고, 카이캄은 인성검사 결과를 면접전형에 적용하고 있다.

신대원생 윤리·인성교육 중요 
지난달 중순 서울 강북지역에 위치한 모 신학대에 다니는 신대원생이 자신이 사역하고 있는 교회의 칼라복사기를 이용해 10만원권 수표 여러 장을 복사해 사용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격적인 것은 이 신학생이 성매매 여성 2명에게 위조수표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위조수표가 유통된 지 사흘 만에 한 식당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 신학생은 검거됐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강남역 10번 출구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도 한때는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대학원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에 대한 혐오적 사고와 조현병 전력을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이 어떻게 신대원에까지 입학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엄격한 자격이 요구되는 성직에 부적격자가 합격했다는 것은 한국교회와 우리 신학교육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신학생뿐이 아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이 범죄뉴스에 등장하는 것은 더이상 새롭지 않은 지경이다. 한때 언론에서는 ‘목회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어조로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신대원 교수들마저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른 것이 드러났다. 경기도 부천 소재 한 신학교의 교수는 자신의 자녀를 폭행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고 시신을 방치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독일에서 유학까지 한 교수는 자녀를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내 또 다른 교단의 대표적인 신학교 교수가 논문심사 대상인 여제자를 성적으로 심각하게 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보직을 유지하는 뻔뻔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교회 신대원생 또는 목회자 전체가 범죄를 가담하거나 비윤리적인 문제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전체가 비난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목회자 지망생과 목회자들이 이런 문제와 자꾸 연루되고 있어, 신학교육 현장에서부터 윤리·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적 중심의 학생선발 바뀌어야
지금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신대원 입학과정에서부터 성직 적격자를 선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각 신대원 입시요강을 살펴보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선발과정을 갖추고 있는 곳은 예상보다 적었다. 


거의 모든 신학교들은 담임목사 추천서 혹은 노회 추천서를 받고 있다. 두 서류를 다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추천서는 지망생이 목회자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제3자가 증빙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이기는 하다. 또 지원자의 신앙고백서 또는 간증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류들은 신대원에 지망하는 모든 학생이 제출하는 서류이며, 객관적 변별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

추천서가 남발되는 경향도 있다. 경기도에서 사역하는 목회자 한 사람은 “신대원 진학을 위해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솔직히 사역자로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지만, 큰 문제가 없는 한 추천서를 써줄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대부분 신학대학원의 경우 1차에서 신구약 성경시험, 2차 논술 또는 영어, 3차 면접시험 또는 구술시험의 전형절차를 두고 있다. 합신대, 백석대, 침신대, 감신대, 장신대 신대원 등이 이런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은 1차 서류와 2차 면접으로만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감신대 신대원은 구술논술시험 후 다면적인성검사(MMPI-Ⅱ)를 시행하고 있으며, 고신대 신대원은 면접전형에서 인성검사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장신대 신대원은 신입생을 선발해 입학한 직후 모든 신입생들이 인성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들은 최소한 검증절차를 실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성검사가 실제 선발과정에 적용되고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러한 검토 결과를 보면 대다수 신대원들은 현재 성경과 영어 등 성적을 중심으로 1차 선발을 하고 있으며, 인성과 자질을 살펴볼 수 있는 절차는 면접전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만으로는 윤리·인성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신대원생 위한 윤리인성 과목 부족
신학교육 현장에서 기본적인 신앙윤리를 준수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과과정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각 학교 교과과정표에서는 모든 학교가 기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건실천 또는 경건훈련, 기독교윤리학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육과정이 이론 중심이다보니 윤리의식 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영성훈련이 윤리교육적 측면에서 시행될 수 있지만, 앞선 연중기획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성훈련을 위한 교육시간마저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신학교육은 목회이론과 목회실천, 영성훈련, 교양교과 모든 것이 균형 잡혀 구성돼야 성숙한 목회자를 배출할 수 있다. 

신대원 중에서는 침신대 신대원의 ‘멘토링&바이블리딩’ 과목이 눈에 띈다. 침신대는 재학생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특화해 실시하며, 지도교수와 현장 목회자들과의 멘토링 연계로 더 성숙한 사역자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성품계발을 지원하고 있다. 

장신대 신대원이 추진하고 있는 교회밖현장실천, 교회안현장실천, 목회 선배와 결연 등으로 학생들의 윤리성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백석대 신대원은 윤리와 영성과 관련한 3과목이나 개설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윤리의식 강화에 대한 지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신대원생들의 경우 교수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신앙적인 지도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한 신대원 교수는 “제자들과 일대일로 만나 삶과 신앙에 있어서까지 지도하고 공유할 수 있으면 좋지만, 현재와 같은 학생 수가 유지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학생 수 조정 등의 변화가 검토돼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까?
인성 윤리의식 변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신학교육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어 그 결과가 궁금해지고 있다. 최근 총신대 신대원은 2017학년도 입시제도를 대폭 수정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최근 2년 이내 영어시험 성적을 대폭 올리고 수시전형을 도입하는 것과는 별도로 면접고사 전형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그동안 면접전형이 30분 이내였던 것을 개선해 2박3일간 합숙하면서 인성과 소명, 목회자질, 인문소양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1인당 60분간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감신대 신대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Ⅱ)도 도입됐다. 

총신대 신대원장 한천설 교수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목표에서 새로운 입시전형을 도입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대원 중 처음으로 시도된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다른 신대원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질을 갖춘 인재를 갖춘 선발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볼 때 신학교육기관은 아니지만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협의회(KAICAM, 연합회장:함정호 목사)가 목사안수 자격 신청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과정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소속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한국교회 최초로 목사고시과정에 인성심리검사를 도입한 것이다. 신대원에서도 이미 인성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협의회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Ⅱ)외에도 성격검사(MCMI-Ⅲ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검사절차의 목적은 잠재적 위험과 결격사유를 발견해 예방하고, 이러한 내용이 발견될 경우 본인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시도로 여겨진다. 

인성검사를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센타 소장 최은영 교수는 “목회자가 자기 성격을 안다는 것은 자기 이해를 높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성심리검사는 스스로 부족함을 인식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중요함을 강조했다. 

검사결과는 일반면접 후 심층면접에서 반영돼, 목사고시 응시자에게 질문으로 돌아간다. 결과를 바탕으로 목회자로서 소명과 강점,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질의하고 또 격려하면서  목회안수자 선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자격을 갖춘 목회자를 배출하려고 하는 새로운 도전들이 긍정적 결과로 나타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검증과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의미는 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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