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실전·영성훈련·교양교과’ 수업시간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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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실전·영성훈련·교양교과’ 수업시간 턱없이 부족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6.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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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⑫ 신대원 교과과정 분석
▲ 신학대마다 신대원생들의 현장성 있는 신학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추진중인 해외목회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모습.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와 본지가 지난 23일 주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된 내용 중 하나는 목회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신학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발제자로 참여한 목회자와 신학자 모두 현장성 있는 신학교육을 강조하며, 현재의 신대원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대원 교육기간을 현행 3년에서 많게는 7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제안들까지 나온 점에서도 현장중심 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는 어떤 양상일까? 본지는 각 홈페이지에 신대원 목회학 석사과정(M.Div.)에 대해 교과과정을 공개하고 있는 주요 10개 신학대학원을 분석해 이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현장성 있는 신학교육 꾸준히 요청돼
1921년 감리교 협성신학교(지금의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는 전체 교과목의 46.6%를 교양과목으로 배분했다. 당시 평양 장로회신학교의 교양과목이 5.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만열 교수(숙명예대 명예교수)는 “교양교육에 역점을 두고, 교회의 목회자 상을 성서와 신학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폭넓은 지식을 통해 치우치지 않는 인격에서 찾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협성대 신학교육을 평가했다.

목회자 양성이라는 신학교육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면, 현장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꾸준히 그런 요구는 있어 왔다.

1981년 9월 17일자 경향신문은 전국신학대학협의회가 신학교육기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협의회는 ‘교양과목이 무시된 절름발이 신학교육’, ‘한국 현실과 유리된 서구식 교과과정과 교수내용’, ‘교수 수의 절대부족 및 도서관 등 시설미비’ 등이 확인됐으며, 6년제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학대학의 교양과목 수준미달은 목회자의 지도력 약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하며, “사회의 교사가 될 목회자에게 학문적 교육 외에도 인격지도, 경건훈련이 교육과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전국신학대학협의가 개선해야 된다고 했던 내용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나왔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04년에는 9개 신학교들이 뭉쳐 ‘신학교육개선공동연구협의회’를 구성해 백서를 발표하고 신학교육의 총체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했다. 이론신학 교육에 치우쳐 있고, 목회현장과 분리된 교육 현상에 심각성을 인식한 데 따른 나름의 도전이었다.

백서의 핵심내용은 ‘공동체적 신학교육’, ‘목회리더십을 세우는 신학교육’, ‘실천과 참여의 신학교육’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지금 목회현장에서 신대원에 요청하는 바람은 무게가 덜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신대원생, 실용적 교과편성 바라고 있다
본지가 실시한 신대원생 의식과 사역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요 11개 신대원생들의 교육 커리큘럼 만족도는 5점 척도로 3.48점이었다. ‘매우만족’ 19.3%, ‘약간만족’ 32%를 보면 절반 정도만 만족하고 있었다.

또 신학교육에서 가장 강화돼야 한다는 분야에 대해 성경강해(35.7%)와 영성훈련(27.7%)이 가장 많았지만, 특이한 점은 그 외 항목은 실용적인 부분이 골고루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설교방법 9%, 찬양인도 8.3%, 리더십 5.7%, 교회행정 3.7%, 심방과 설교 노하우 3%, 인성/인격 2.3%, 기타가 그 내용이다.

학교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설문에 나타난 신대원생들의 요구가 교과과정에 부족하나마 이미 반영돼 있다. 이론교육이 상당한 비중이라는 것은 평가 여부를 떠나 모든 신대원의 공통점이다.

특히 설교방법이나 상담실습 등은 모든 신학교에서 필수과목에 빠지지 않고 포함돼 있다. 신대원생의 영성훈련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부분도 교육과정 안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문제는 얼마나 실제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다.

신대원들은 졸업을 위한 전공필수 과목을 대략 50~60학점, 많게는 80~90학점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학풍에 따라 전공선택 과목의 반영 정도는 다르다. 학교마다 반드시 포함돼 있는 설교 과목들은 전체 6학점 전후로 단일항목으로만 보자면 배정규모가 큰 편이다.

교과과정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다른 공통점은 현장실습 과목에 대한 배정학점 홀대다.

주로 1학점이며, 많아야 2학점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아쉬울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의 열의 있는 참여와도 무관치 않다.

각 신대원만의 독특한 ‘현장과목’
현장 위주의 교과목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는 학교 가운데 장신대와 침신대 신대원이 눈에 띈다. 침신대를 보면 ‘목회와 멀티미디어’, ‘예배와 찬양’, ‘목회와 리더십 등 과목명에서부터 실용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장신대 신대원은 교과과정을 개정할 때 현장 목회자들의 견해를 적극 반영해오고 있다. 학교 밖 현장실천 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교회 이외의 선교기관이나 언론사, NGO 등 다양한 현장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필수학점 가운데 교회음악과목 2학점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백석대 신대원의 경우 목회진로 과목에서 ‘복음전도와 방법’, ‘목회방향모색’, ‘교회개척과 진로’를 선택하도록 해 졸업 후 진로를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준비하도록 했다. 응용신학으로 ‘교회교육’과 ‘예배와 미디어’, ‘예배 인도자의 발성과 딕션’, ‘목회상담학’, ‘선교학’ 가운데 반드시 4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성경읽기와 필사’를 6과목 12학점으로 배정하고 있는 점은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면이기도 하다.

한신대 신대원은 목회실습 과목을 교단 농촌개발원과 연계해 ‘노동과 영성’ ‘노동과 기도’를 주제로 농촌 현장성 속에서 실천하도록 돕고 있다. 한세대 신대원은 ‘목회음악의 이론과 실제’와 함께 ‘영어설교’를 필수과목으로 두고 있다.

담임목회자들은 부교역자들이 ‘교회행정’을 잘 배우고 왔으면 하는 바람을 자주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 행정 관련 과목명은 총신대와, 합신대, 백석대, 침신대, 장신대 신대원에만 찾을 수 있었다. 총신대 신대원은 3학년 1년 동안 ‘교회개척과 복음전도’를 반드시 수강하도록 해 졸업 후 진로모색을 학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일반대 출신 현장교육 고민해야
신대원 가운데 일반대학 출신과 신학교 학부 출신으로 이원화 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침신대와 서울신대 신대원이 그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침신대와 고신대 신대원의 경우는 일반대 출신과 본 대학 출신을 구분해 졸업학점을 다르게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대 출신의 이론신학 이수학점이 더 높다.

학부 출신의 경우 이미 신학이론과 관련된 과목들을 수강했기 때문에, 신대원에서는 현장 실천 과목들을 더 많이 배정하고 있다. 일반대 출신들은 이론 관련 과목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이원화 된 과정은 교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일반대 출신들의 현장성 강화 방안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장신대 신대원장 박상진 교수는 “장신대의 경우 교수 전체가 신학교육 성명을 발표하고 성경교육과 현장교육이 부족하다는 반성을 한 적이 있다. 이후 현장교육을 더 많이 편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스템 변화를 지속적으로 꿰하고있다고 강조했다.

한신대 신대원장 연규홍 교수는 “교회 봉사와 영성훈련, 이론신학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며 통합적 신학교육을 이뤄가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회, 학생이 단편적으로 활동하기보다 공동체적 구조 속에서 신학교육이 이뤄가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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