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상황 변화에 따른 ‘신학교-신학생-교회’의 삼자 소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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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상황 변화에 따른 ‘신학교-신학생-교회’의 삼자 소통 시급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6.05.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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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⑪ 2016, 한국교회 신학교육의 현주소 - 무엇이 문제인가?
▲ 본지는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와 함께 '한국의 신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신학은 특수학문이다. 단순히 이론적 측면을 넘어 ‘목회자’라는 특수한 사역의 길로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데 목적을 둔다. 당연히 ‘목회자’라는 큰 그림에 적합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신학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신학교육은 ‘목회자 양성’이라는 원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목회자 양성과정으로 분류되는 신학대학원 M.Div. 과정에 입학하고도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진로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절반에 달한다.

본지는 지난 23일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와 함께 ‘한국의 신학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쏟아진 고민은 목회현장과 동떨어진 신학교육,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는 신학교육, 변화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신학교육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했다. 한국교회의 신학교육,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들어보았다.
 

신학교육, 목회상황 변화에 적응하라
고려신학대학원 김순성 교수는 신학교육도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목회 상황 자체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90년대부터 회자되어온 한국교회 위기론이 2010년을 기점으로 교인수의 급격한 감소현상과 함께 본격화되고 있다”며 “다원화, 전문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의 대두,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진입 등 목회 대상과 구조가 변화되면서 목회의 중심축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목회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집단보다 개인을 중요시하고, ‘나’ 중심의 개인적 성향은 이미 목회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극도의 경쟁사회 속에서 구조적인 양극화로 인한 상호갈등과 세대별 계층별 분열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지금 길러내는 신학생들은 ‘현재형’이 아닌 ‘미래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시대를 초월하여 변치않는 복음과 교회의 본질을 가르치되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삶의 자리에 처한 새로운 세대들이 그것을 실천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그들과 소통하며 목회현장에 다가가도록 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목회현장에서는 신학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지적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목회현장에서 바라보는 신학교육의 문제는 △편협하고 고착화된 교과과정 △실천성이 결여된 신학교육 △영성에 기초한 인격형성의 결여 △신학교의 난립과 신학생의 과잉배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백석대 김상구 교수는 “작금의 신학교육이 지나치게 이론신학 교육에 치우쳐서 교회와 목회현장의 필요에 부응하는 유능한 역량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커리큘럼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성교육이 배제된 신학교육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순성 교수는 “영적 지도자로서 ‘인격과 영성이 구비된’ 신학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총신대 이관직 교수는 “신대원생의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완벽주의적이며 강박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신대원생들이 내적인 갈등이 심할 정도로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지혜로운 접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대원생들에 대한 심리 임상치료와 지속적인 상담, 지도교수들로부터 받는 지지와 공감 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연일 보도되는 신학생들의 탈선과 범죄, 심지어 극히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목회자의 패륜적 사건 등을 바라보면서 심리치료와 인성교육이 신학교육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가질 시기에 이미 직면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으고 있다.

김순성 교수는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고, 신학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따라 그리스도의 제자 삼는 것, 즉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모든 복음사역에서 선행되는 궁극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신학함’이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인 ‘영성’과 직결된다. 김 교수는 “신학교육의 근본 패러다임이 바른 인성함양과 영성계발을 중심으로 주님의 제자를 만드는 것에 초첨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린 목회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신학교의 난립과 신학생의 과잉배출 역시 신학교육 개혁과제 중 손꼽히는 문제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목사는 “몇 년간 보이지 않던 여집사, 권사님들이 ‘목사가 됐습니다’, 하면서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어디 가서 운전면허증 따는 것처럼 목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 목사는 “신학교는 경영난으로 인해 ‘학위장사’를 권장하는 형편에 이르렀고, 신학교 난립으로 인하여 목회자 수준은 심각하게 저질화 되었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목회자의 과다배출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교회 성장이 정체되면서 갈 곳 없는 신대원 졸업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학술대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적한 고민은 바로 신학교육과 목회현장의 ‘괴리감’이다. 현장에서는 당장 사역할 수 있는 ‘목사’를 원하고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신대원생들의 요구 역시 “우리가 목회할 수 있도록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학교육은 실천적인 측면을 방관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학문의 틀에 사로잡혀 복음 전파와 선교, 목회와 행정 등 다양한 실천의 영역을 등한히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생길 정도다.

본지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조사한 신대원생 의식조사에 따르면 ‘강화해야 할 신앙교육’에 대해 신대원생들의 35.7%는 성경강해를, 27.7%는 영성훈련을 꼽았으며, 설교방법(9.0%), 찬양인도(8.3%), 리더십(5.7%), 교회행정(3.7%), 심방과 설교 노하우(3.0%) 등 목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한마디로 ‘목사가 되는 법’, ‘목회를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신대원생들의 요청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정성진 목사는 “부목사가 장례집례에 적합한 찬양을 선곡하지 못하여 곤혹을 치룬 사례를 본적이 있다”며 정규신학교육을 마치고도 목회현장에서 수많은 실수가 반복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목회자 양성교육은 더 길어지고 더 현장과 가까워져야 한다”며 현장경험이 없는 목회자는 결국 교회를 망하게 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신학교육은 미래 한국교회 척도
‘실천지향적 신학교육’을 강조한 김순성 교수 역시 “목회현장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현장성 있는 신학교육과 이론중심 교육을 넘어 목사직 수행에 필요한 실천능력과 기술이 배양된 신학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학교육의 공급자인 신학교(신학자), 수혜자인 신학생, 신학교육이 구현되는 현장(교회) 등 삼자의 지속적은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만 실천지향적 신학교육이 가능하다”며 “이 시대의 목회상황과 끊임없이 소통할 때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고, 계시적 권위를 지니면서도 오늘의 목회현장에 의미를 주는 현장성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 양성과정인 신학교육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2004년 신학교육개선공동연구협의회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 △이론 중심의 신학교육을 탈피하고 교회와 목회현장의 필요에 부응하는 유능한 역량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과 △신학교육 전반에 걸쳐서 신학교와 목회현장 사이의 분리, 교육목적과 교육과정의 분리, 이론과 실천의 분리, 학문과 목회현장의 분리, 경건과 학문의 분리 등 분리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신학교육을 달라진 것이 없다. 신학교육 마저 세속화되는 시대에 새로운 갱신운동이 필요하다.

총신대 이관직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교회공동체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신학교육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신학교육 무용론까지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의 능력을 드러내는 동시에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는 신학교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구 교수는 “신대원생들의 소명의식이나 신학교육에 대한 헌신의 정도는 곧 미래 한국교회 부흥의 바로미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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