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렉스’ 상 탄 총각 목사의 목회 열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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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렉스’ 상 탄 총각 목사의 목회 열정기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05.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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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도 부흥될 수 있다-용인 주음성교회 노지환 목사
▲ 노지환 목사(오른쪽)는 다윗의 ‘아둘람공동체’와 같은 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초반엔 힘들었지만 요즘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출산목회’의 기쁨을 보너스로 즐기고 있다. 차량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번에 부흥한 교회로 뽑혀 스타렉스를 상으로 받아 전교인이 무척 행복해하며 높아진 자긍심으로 더욱 교회가 생동감이 넘치게 됐다고 한다.

지난 5월 1일 주일, 용인 주음성교회에선 세례식이 있었다. 이날 유아세례 3명, 어린이세례 3명, 성인 2명, 해서 모두 8명이 세례를 받았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모든 교인들의 마음이 찡했다. 만 30세의 총각 목사가 처음 세례식을 집례 하던 날이었다.

2012년 말, 노지환 전도사는 교회를 개척했다. 전도사로서 담임 목회를 하면서 그다지 아쉬운 건 없었다, 한 가지만 빼고. 바로 세례를 주는 기쁨이었다. 한 성인 교우는 “목사님께 세례 받고 싶다”며 이날을 기다려주었다.

주음성교회에는 겹경사가 이어졌다. 지난 봄 열린 경기연회에서 담임 전도사가 목사 안수를 받은데 이어 ‘스타렉스’까지 상으로 받았다. 개척교회 중에서 가장 큰 부흥을 이룬 교회에게 경기연회 ‘더불어 비전교회 세우기 운동본부’에서 약속했던 상을 준 것이다.

4년이 채 안된 지금, 단 1명의 성도로 시작했던 교회는 현재 주일학교를 포함해 69명이 등록한 교회가 됐다. 매주 60명 가까운 인원이 부흥회 같은 예배를 뜨겁게 드리고 있다.

네가 개척하면 안될 이유

“개척할 때, 제가 만 26세였죠. 우리 교인은 딱 한분이었고 다른 교회 교인 두 분이 함께 예배 드려주러 오셨습니다. 그때 주변 목사님들이 격려해주시기도 했지만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조언도 받았죠. 다섯 가지 이유로, 제 목회가 어려울 거라고요.”

첫째, 나이가 너무 어리다. 누가 너처럼 어린 사람을 목자로 따르겠냐. 둘째, 목사도 아니다.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도 비어있는데 전도사가 목회하는 교회를 누가 다니겠냐. 셋째, 교인이 없다. 함께 시작하는 성도, 물질로 돕는 성도가 거의 없지 않느냐. 그런 부담스러운 개척교회를 누가 나가겠냐.

넷째, 교회가 상가건물이지 않느냐. 요즘 성도들은 단독건물 교회를 가지, 상가 건물 교회는 안 간다. 다섯째, 교회가 개척되는 수지 풍덕천 지역은 부흥이 안 되는 곳이다. 이 지역에 그동안 여러 감리교회가 개척했는데 대부분 부흥이 안됐다. 그런데 너는 되겠냐?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정말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정말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개척을 미뤄야 하나, 이런 고민이 들었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제게 분명히 교회를 개척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이미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00만원, 관리비 47만원, 비과세 10% 해서, 매달 1백 57만원을 내고 있었다. 공용전기, 공용물세에 교회가 쓰는 전기세는 또 따로 내야 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매달 2백만 원 씩 들어갔다.

“월세 내는 날이 하필이면(?) 18일이었어요. 한 달 지나고 난 후, 제가 정말 큰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어떡하겠어요. 이제 와서 다시 물릴 수도 없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딱 한가지였죠. 기도하는 것과 열심히 목회하는 거였습니다.”

사람이 한계상황에 부딪히면 초인적인 힘이 나온다고 한다. 그에게 초인적인 힘은 기도였다.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고,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으며, 목이 쉬도록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 새신자 환영식 모습

40일 작정기도회로 부흥

“어떤 자매님은 제가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 너무 감동되어 기도회에 나온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또 설교에 공을 들였습니다. 제가 설교를 길게 합니다. 50분에서 한 시간 20분까지도 합니다. 그러나 약속을 한 가지 했는데요, 재탕을 하거나 남의 설교 베끼지 않고요, 모든 설교의 원고를 반드시 쓴다고요. 그만큼 충실하게 준비해서 하고 싶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뜨거움이 가득한 그는 설교 시간에도 가만히 서서 설교하지 못한다.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에 팔소매 걷어 부치고 마이크 들고 종횡무진 설교를 한다. 긴 설교지만 그래서 듣는 사람이 지루하거나 졸 틈(?)이 없다.

작은 기적이 시작됐다.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했다. 그냥 들렀다가 예배를 같이 드리면 등록은 안하더라도 기도가 잘된다며 계속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주음성교회가 결정적으로 부흥하게 된 계기는 전교인 40일 작정기도회. 어느 날 하나님께서 그에게 그런 감동을 주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에 5번 저녁 기도회를 드리라는 것이었다. 그 전에도 저녁기도회는 했었다.

“저는 사실 거부하고 싶었어요. 기도회에 참석할 사람도 없이 매일 기도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매일 설교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강력하게 계속 명령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순종할 수밖에 없었죠.”

큰 기대가 없던 그는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보통 7명 참석하던 저녁기도회에 그날은 15명이 모였다. 30분 찬양에, 1시간 설교, 1시간 기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이후로 청년이 많은 이 교회는 매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에 작정기도회를 갖고 있다.

“개척교회를 하면서 야성이 길러진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으니까요. 부르짖고, 외치고, 방언하고, 세게 기도하는데요. 그렇게 기도하며 축복해주는 걸 성도님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부흥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는 걸 저도 말로만 듣다가 진짜 체험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지만 치유의 은사가 있는 아버지 노영복 목사(축복교회)가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아들 목사의 교회에 와서 치유 집회를 인도해주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됐다.

청년들이 많은 교회는 요즘 ‘출산목회’의 기쁨을 더하고 있다. 교회의 주축인 청년들이 결혼하면서 교회에 아기 울음소리가 많아졌다. 최근엔 베이비룸을 다시 만들었다.

▲ 작년 추수감사절 때에 교인들과 함께 감사의 시간을 가졌다

막혀도 다 뜻이 있더라

“사실 전 개척교회는커녕, 목회자도 될 수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개척하신 걸 보고 자라서 개척교회나 목회자의 고통을 직접 보고 느꼈거든요. 제가 명예욕이 되게 심했어요. 되게 지는 걸 싫어하고요. 키가 작아서 그런지 자존심 상하는 걸 못 참았죠.”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세상에서 좀 알아주는 대학을 가고 싶었다. 그럴 만한 성적도 나왔다. 그런데 아버지가 반대했다. 신학교를 가라는 거였다. 너무 싫어서, 엄청 울었지만 결국 감신대를 들어갔다.

지금도 씁쓸하게,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중학생 때 짝사랑하던 여차 친구가 있었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났다. 서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이때 당연히 묻게 되는 질문은, “너, 어느 학교에 갔니?”.

그녀에게 자랑할 만한 대학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쭈뼛거리다가 신학교 갔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야 했다. 울면서 학교를 가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명예욕이 강했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렇게 몰아가신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건 다 막으시더라고요. 대학도 그랬고요. 신학교 1학년 때만 군인목사시험을 볼 수 있고, 그걸 붙으면 목사안수를 빨리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떨어졌어요. 저보다 실력 없는 사람도 됐는데요, 열심히 준비한 저는 떨어지더라고요.”

유학도 그랬다. 미국의 아주 큰 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선글라스 딱 끼고 손에는 커피 하나 들고 폼나게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점수도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고, 막상 한번 가보니 자신이 원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런데 또 대학원 시험은 별로 공부도 안했는데 합격되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건 다 안됐어요. 그래서 난 복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하나 둘 씩 포기를 시키시는 거였어요. 그리고 개척의 길로 인도하셨고, 오늘과 같은 기쁨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막혀도 뜻이 있겠구나, 그렇게 믿어집니다.”

▲ 그 동안 차량이 없어서 교회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 상탄 덕분에 더욱 활발한 사역이 가능해진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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