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지원자 감소… “원인은 교회 신뢰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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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원 지원자 감소… “원인은 교회 신뢰도 하락?”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3.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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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② 신대원생 감소현상 원인과 진단
▲ 신학대학원 신입생 지원 경쟁률과 충원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소속 교단과 신대원의 고민이 깊지만,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기독교연합DB

“신대원 지원자가 주는 것은 한국교회 현재 모습과 같다”
신대원 진학 결심, 재학생 절반이상 ‘청소년기’

지난주 본지가 교육부 공시웹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확인했을 때, 한국교회 주요 신학대학원 지원자 경쟁률과 신입생 충원율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2013~2015년 3년치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입생 정원을 100%를 채우지 못한 학교들이 예상 외로 많았다. 지원자 경쟁률도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방에 소재한 신학대들의 경우 사정은 더 했다. 지방 신학대 관계자들은 해마다 정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을 자주 하고 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이미 최근 수년 동안 한국교회 주요 교단 안에서는 신대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어 대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방 신학대학원 통폐합 문제가 교단 현안이 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이 어려운 문제에 말만 무성할 뿐이다.

1960~70년대에는 담임목사가 없어 한 명의 목회자가 여러 교회를 맡아야 할 정도였다. 폭발적 부흥성장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사역자로 헌신한 청년들은 넘쳐났다. 최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신대원은 재수 삼수를 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이유가 무엇일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기독교
신학대학원 가운데 가장 입시 경쟁률이 높은 학교 중 한 곳인 총신대학교 신대원 입시개선위원회는 2013년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신대원 응시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대원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였다.

그런데 설문 중 ‘최근 총신 신대원 응시생이 감소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무려 응답자의 50.1%가 ‘교단 지도자들의 실추된 모습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주변에서 총신 신대원을 고려하다가 타 신학교로 진학한 이유’에 대한 항목에서도 응답자 1211명 중 688명인 56.8%가 ‘합동 교단 지도자 실추’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3년 당시 총신대 모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핵심 교단 지도부 인사과 관련해 내홍이 상당했다. 그러나 당시 정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총신 신대원만의 문제만은 분명 아니다. 기독교계의 대사회적 신뢰도 하락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재기되고 있고, 통계자료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그 현상은 확인되고 있다. 일부에서 말하는 반기독교 세력의 동향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한국교회 지도자, 목회자들에 대한 윤리회복을 사회가 걱정할 정도가 되다보니 젊은 세대들이 교회사역, 목회 비전에 관심이 떠날 수밖에 없다.

취재 중 이야기를 나눈 신학교 교수들이나 신대원 재학생들도 지원자 감소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한결 같이 교회 신뢰도, 목회자 윤리 때문이라며 결론을 내고 있었다.
고려신학대학원 원장 변종길 교수는 “신대원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지금 한국교회 전반적인 상황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젊은이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으면서 목회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현 상황을 내다봤다.

변 교수는 “목회자를 단순히 영광의 길이라고만 여기는 지원자가 줄고 더 헌신되고 준비된 사람들이 신대원에 진학할 수 있는 점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양질의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신학 결심 시기, 청소년기 50%
공교육이나 일반 대학과 달리, 신대원 지원자 감소 현상을 출산율 감소라는 자연적 영향 요소 때문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신대원은 현장 사역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것은 헌신이 더 강하게 작용해야 하는 진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출산율 감소도 영향 요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안에 다음세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서 살펴봐야 한다. 특히 최근 10년 전후를 기점으로 교회학교 내 청소년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신대원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다.

기독교연합신문이 실제 신대원생들에게 자신이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시기를 물었을 때 나타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11개 신대원생 300명을 대면 면접 조사방식으로 실시한 ‘신학대학원 의식과 사역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대학에 진학 하기 전에 신학 전공을 결심했다고 답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대원 응답자의 31.3%가 고등학생 때 신학 공부를 결심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이나 될 정도로 많다. 초등학생 때라고 답한 신대원생도 9%에 달했으며, 8.7%는 중학생, 4.7%는 ‘재수할 때’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절반 가까이가 청소년기에 신대원 진학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대학생 때는 16%, 대학 졸업 후 15.7%, 직장생활 중 6.3%, 군복무 중 4.7% 등이었다. 

신대원 재학생들에게서 나온 이와 같은 반응을 볼 때, 한국교회와 신대원은 청소년 감소현성에 대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신대원 경쟁력 감소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임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신대원 지원자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은 신대원생들이 졸업을 해도 마땅히 찾아갈 임지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 대학생들처럼 신대원생들의 진로 문제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신대원생들은 ‘졸업 후 진로’를 가장 크게 고민했다. 질문항목 중 단수응답에서는 40.3%, 1+2순위 복수응답에서는 57.3%나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목회 사역자의 진로를 단순히 취업률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참고할 수는 있다. 예장통합 교단지 기독공보의 보도에 따르면, 장신대 신대원(신학과) 취업률은 2011년 89.87%, 2012년 92.5%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65.57%에 그치며 크게 감소했다. 졸업생들이 실제 느끼는 취업률은 더 낮다는 점에서 미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대원 지망생들도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신대원 문제 해법 요원, 결국은 교회
지방의 한 신학대학교 총장은 신대원생 지원자 감소현상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고 답했다. 교회의 성장 둔화, 다음세대 감소 등 원인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토로였다. 

한신대 신대원장 연규홍 교수는 “신대원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융복합 학문시대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교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여러 영역에서 텐트 메이킹 할 수 있도록 신학과 전문분야를 접목하고자 한다”고 향후 방향을 설명했다. 신입생 충원율이 근래 급격히 떨어진 한신 신대원의 깊은 고민이 엿보인다.

당장에 닥친 신대원 위기는 학교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요구된다. 더욱이 최근 교육부는 대학구조조정평가를 바탕으로 학교를 줄이려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기준을 신학교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발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기적으로는 구조 개혁을 피할 수 없다고 보여지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서 학교 정원을 줄이고 학과를 통폐합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단 내 신학교를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인준신학교를 가진 교단의 가장 대표적 고민 중의 하나다.

세상의빛교회 이종필 목사는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환경에서 신대원 감소는 당연하다. 정원감축과 같은 구조적인 변화도 이야기돼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교회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늘 언급됨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먼저 회복돼야 한다”고 학교 밖에 목회현장에서 보는 시각을 전했다.

총신 신대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모 전도사는 “신대원 안팎에서 정치하는 교단 목사님들 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고 제대로 된 소통마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교단과 노회가 시스템을 가지고 교역자의 부임과 처우, 복지 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신대원 지망생들이 학교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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