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되는 성지순례의 감동을 위하여
상태바
평생 기억되는 성지순례의 감동을 위하여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10.28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미와 재미를 다 만족시키는 여행, 떠나자!
▲ 터키 현지 성지순례여행사 ‘노스’의 이사로 가이드를 맡고 있는 김형인 집사는 남달리 특화된 프로그램과 전문성으로 평생 기억될 성지순례의 감동을 주려고 항상 노력한다. “너는 늘 가지만 어떤 분에겐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여행”이라는 아버지의 교훈을 늘 새기면서 항상 여행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려고 한다.

‘노스 앤 리브가’ 이사 김형인 집사

짧은 한 문장에 불과해 무심코 지나친 성경 한 구절이 때로 불이 나게 뒤통수를 때릴 때가 있다. 정신이 바짝 나게 말이다. 사도행전 13장 14절이 그런 예다. “그들은 버가에서 더 나아가 비시디아 안디옥에 이르러”라는 짧은 진술. 그러나 실제로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을 가려면 타우로스 산을 넘어야 한다. 무려 2천 미터가 넘는 바위산이다. 로마 군단도 험해서 못 들어간 곳이라, 지중해 해적들이 산적으로 전업하여 이곳에서 기승을 떨었다. 

1차 전도여행 중이었던 사도 바울 일행이 버가에 도착해서 그 산을 봤을 때, 그렇게 높고 가파른 곳에 산적까지 득실거리는 그 산 앞에 섰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성경에는 그 이유가 나오지 않지만, 어린 마가 요한이 거기서 집으로 돌아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타우르스를 넘어보면 안다
성지순례의 묘미는 어쩌면 여기 있다. 그저 엉덩이만 버스에 저리도록 붙이다 돌아오는 성지순례보다는, 사도 바울이 걸었던 그 길을 트레킹하는 맛! 그 타우르스 산을 걸어서 한번 넘어가보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사도 바울을, 그 속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 터키에 소재한 기독교 성지순례여행사 노스(NOS)에서 이 코스를 계발 중이다.

“성지순례는 일정상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주로 타고 다닐 수밖에 없지만 이런 코스를 사도 바울처럼 걸어가면서 성지순례를 해보면 그분이 느꼈던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타우르스 산은 주상절리로 경치가 아름답습니다. 국립공원이니까요. 너무 높아서 봄철과 가을철에만 오를 수 있지요. 젊은 목회자나 신학생들은 한번 도전해 볼만 합니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은 다른 여행사에선 엄두를 못 낸다. 왜냐,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성지순례가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여행경비는 싸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여기 문제가 있다. 막상 가보면 “이래서 싸구나”하고 씁쓸하게 뒷맛을 다시며 귀국하는 이들이 많다. 

가이드들의 수입을 위해 쇼핑이 주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념이 될 만한 특산물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주객전도가 되면 곤란하다. 좀 더 싼 데만을 찾다가 평생 후회스러운 성지순례가 될 수도 있다. 성지를 다니며 기껏 받은 은혜를 깨버리는 불편한 상황 속에 처하기도 한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터키에서 오랫동안 가이드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여행사를 만들었습니다. 모두들 많게는 10년, 적게는 5년 이상 여기서 일했던 가이드들입니다. 그 전문성과 순수성을 가지고 좀 특화된 성지순례를 계발해서 성지순례의 본질에 다가서자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회사가 터키에 있으니 고객들이 연락할 수 없어, 한국에서 영업하고 고객들을 모실 수 있는 ‘리브가’라는 회사를 한국에 세웠습니다. 그래서 ‘노스 앤 리브가’가 된 겁니다.”

이 회사의 이사로 근무하는 김형인 집사(원주 세계로열린교회)는 현역 가이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성지순례의 성공 여부는 종종 가이드의 역량에 좌우될 때가 많다. 김 집사는 터키에서 오랫동안 성지순례 가이드를 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처음 성지순례 가이드를 시작하며 받은 은혜가 너무 컸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성지순례
“제 자신이 성지순례를 통해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걸 나눠드리고 싶은 거죠.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며 배웠던 성경을 여기서 생생하게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그 짧은 한 문장이 버스로 열 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기도 했고요. 요한계시록 2-3장에 나오는 소아시아 교회 이야기는 어렵게 보이지만 여기 현지에 와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성경을 공부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보면 너무 감동이 크죠.”  

그래서 그는 종종 여행객들의 수준을 점검하기도 한다. 눈높이 해설을 위해서다. 그에게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면 예습이 필요하다. 그는 종종 저녁에 숙소로 들어가는 여행객들에게 사도행전 몇 장을 한번 읽고 나오라는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이렇게, “차원이 다른 여행”을 보장해준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마냥 가격 싸움만 하는 다른 여행사들에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이 있다. 한번 같이 여행한 분들은 또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유럽 일반 투어를 가이드 하다가 잊을 수 없는 분들을 만났다.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한 가족. 아빠, 엄마, 딸 모두 가슴에 한 남자 아이의 사진을 목걸이처럼 걸었다. 아들이었다. 불치병을 앓고 있었던 아들에게 가족은 희망을 주기 위해 다 나으면 유럽에 가서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고 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가족이 여행을 온 겁니다. 그래서 같이 여행을 가게 됐는데요, 유럽이 사실 기독교 문화잖아요. 그래서 성경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날 저녁에 그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아들을 잃고 마음 의지할 데가 없어 교회를 찾았는데 가이드님의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요. 여행 끝나고 두 주 후에 연락을 받았어요. 교회를 아주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하, 이게 하나님이 주신 은사구나.”

그는 유럽 일반 투어를 가이드 할 때마다 항상 성경을 소개한다. 일 년에 200개 언어로 2억 권씩 팔리는 스테디셀러인데 성경이 궁금하지 않느냐고. 성경에는 자극적인 이야기, 잔인한 이야기, 감추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그는 기독교 유적지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소개한다. 

“1억 명을 만나고 싶어요”
“어릴 때는 아버지의 권위에 좀 도전하는 반항아였어요. 아버지가 하지 말라는 것만 하고 하라는 건 안했죠. 제가 나중에 가이드를 하겠다고 하니까 아버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저를 불러서 ‘네가 꼭 가이드를 하겠다니 두 가지만  부탁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첫째는 음담패설을 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가이드들이 종종 재미를 주려고 음담패설을 하기도 하는데, 아버지의 교훈은, 네가 음담패설을 하나 할 때마다 그 자리에선 재미있어 할 지 모르지만 네 이미지와 신용은 깎이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너는 매일 가는 성지순례이고 여행이지만 그들에겐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성지순례다. 그러니, 늘 최선을 다해라.

“사실 아버지께서 너무 자주, 매일같이 제게 해주셔서 뻔한 이야기인데요, 항상 그 생각이 먼저 들어요. 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를 생각하며 여행객들을 대합니다. 가이드를 시작하면서 1억 명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그들에게 평생 추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어주고 그런 저를 그들이 기억하기를 원하죠. 추억의 한 갈피 속에서 제가 있다면 행복한 일이죠.”

그는 지금도 성지순례여행 중에 은혜를 받는다. 버스 안에서 한두 분 권사님이 은혜에 겨워 찬송을 흥얼거린다. 그 찬송이 크게 위로가 된다.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제가 가이드를 하다 보면 주일성수를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항상 이교도들 속에 있다 보니 피곤함이 있습니다. 거긴 사원이 많아 하루에 5번씩 기도하라고 애잔(옥외스피커를 통해 무슬림들이 절할 때 울리는 기도문)이 나오는데 처음엔 거부감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다 마음도 지치고….”

그러다가 함께 타고 가는 버스에서 누군가 은혜에 벅차서 흥얼거리는 찬송 소리가 들리면 눌렸던 마음이 자유함을 얻는다. 답답했던 것들이 풀려난다. 큰 위로가 온몸에 퍼져간다. 환한 미소를 회복하며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거기 스쳐지나가는 나무와 풀과 땅들. 이교도 세상에서 외로운 길을 갔던 사도들의 발자취가 바로 거기 있다. 그들도 이렇게 찬송하며 그 길을 갔으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