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유에 약보다 더 좋은 건 감사의 마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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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유에 약보다 더 좋은 건 감사의 마음이예요”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9.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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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후 ‘천국’을 경험하다
▲ 그가 걸린 난관암이 결코 하나님의 사랑을 가로막는 '난관'이 될 수 없다고 믿는 박정숙 집사. 병에 걸린 이후에 오히려 더욱 큰 은혜를 하루하루 체험하고 있다. 가족들도 사랑과 믿음이 더 풍성해졌다. 전혀 암 환자 같지 않은 밝은 얼굴로 그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난관암 투병 중인 박정숙 집사

박정숙 집사는 요즘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죽을 병, 고통스러운 병으로 알려진 암 투병중이다. 이 말은 어쩌면 틀린 말이다. 우리가 이런 경우에 흔히 ‘투병’이란 말을 쓰지만, 사실 그는 암과 싸우고 있지 않다. 오히려 더불어 산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암을 통해서 그전엔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생명의 소리를 듣게 됐다. 이전보다 더 많은 감사와 찬양을 입술로 고백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말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산부인과에 갔더니 7cm 크기로 뭔가가 발견됐다. 6개월마다 산부인과 검진을 꼬박꼬박 받았었다. 이전 검사 때도 깨끗했던 곳에, 이상한 것이 생겼다. 1월 29일, 원자력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중에 암으로 확인됐고 의사는 보호자에게 직장으로 전이돼 수술이 커진다고 알려주었다. 수술 후 시작된 암과의 동거, 그러나 그 길은 놀라운 은혜의 길이었다.

 

수술 전에 유언장을 쓰며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에, 이상하리만큼 담담해지더라고요. 왠지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하면서 대개 원망하고 그런다는데, 저는 신기하게 그런 마음이 없었어요. 사실 과거를 돌아보면 왜 원망스러운 일이 없겠어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하나님께서 그전에 제 마음을 만져주신 것 같아요.”

병 진단을 받기 한 달 전이었다. 다니던 교회(예수사랑교회)에 철야기도가 생겼다.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나갔다. 기도의 자리에 앉자마다 갑자기 둑이 터지듯 엉엉, 눈물이 쏟아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기도였다. 회개의 기도였다. 그동안 맘속에 쌓였던 누구 탓, 무슨 탓, 불평과 원망이 눈물이 되어 강을 이뤘다. 은혜의 강이었다. 3, 4주를 그렇게 회개의 기도만 했던 것 같다.

“그 후였어요, 암이란 진단을 받은 게. 그렇게 회개기도로 마음을 다 비운 후라서 그런지, 담담한 마음이 되더라고요. 하나님께서 미리 준비시켜주신 것이죠. 암은 불행이지만 오히려 더 큰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풍성히 느낄 수 있게 하나님께서 저를 어루만져주셨어요.”

박 집사가 걸린 난관암은 난소암과 비슷하지만 희귀하다. 아직까지 난관암에 걸린 사람을 못 만났다. 대개 난소암이 많은데, 다들 예후가 좋지 않았다. 치료 후에도 다른 곳으로 전이돼 고통이 심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을 바라보면 다시 평온해졌다.

“수술을 받기 전에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유언장을 써놓고 들어갔어요. 그때 생각하니, 다시 울컥해지네요. 이렇게 썼죠. 엄마 없어도 하나님 열심히 믿고 사랑하며 살아라. 절대 하나님을 원망하면 안된다. 하나님을 믿고 살면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단다, 라고 썼죠.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고 싶었는데 그게 부족했거든요. 엄마가 없어도 씩씩하게 살라고 했는데, 그걸 보고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었어요. 왜 그런 걸 쓰냐고요.”

그러고 나서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마음이 잔잔해졌다. 수술하다가 그대로 가면, 못 깨어나면, 그대로 고통도 없이 천국 간다. 하나님의 품으로 가는데, 그것도 괜찮네! 여섯 시간이 걸린 긴 수술이었다. 직장까지 전이된 암, 심각했다. 수술 후에 곧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박 집사는 다른 생각이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자연치유를 생각했다. 몸을 좀 추스른 후에 전남 보성 복내에 있는 기독교 치유센터로 내려갔다.

 

질병 통해 가족이 더 화목해져

“그곳에서 사는 게 너무 좋았어요. 매일 예배드리고, 산 속을 산책하면서, 나무, 물, 새, 이 모든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살았어요. 걸으면서 새들과 이야기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요. 배에 통증이 오더라도 마음은 정말 평안했어요.”

모든 게 달라보였다. 내가 살아서, 산책하며, 나무와 새, 벌레 하나까지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모든 생명이 소중히 여겨졌다. 하나님이 처음에 만드셨던 창조질서가 그의 몸과 마음에서 회복되고 있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병이 없었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 그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병이 그의 몸 안에 있었지만, 그는 자유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성경말씀처럼, 박 집사에게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복내에서 그가 머무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생전 부엌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남편이 앞치마를 둘러야 했다. 밥을 하고 반찬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면서 아내가 생각났다.

“남편과 아들이 어쩔 수 없이 6-7개월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고 더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집안 살림을 직접 해보면서 제 고충을 이해하게 된 거죠. 이거 어떻게 당신이 하고 살았냐고요. 밥 준비해놓고 아들 기다리는데 아들이 안오면 그렇게 서운하대요. 옛날엔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몰랐죠. 아들하고 많이 좋아졌어요.”

온 가족이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됐다. 교회는 “엄마 때문에 끌려갔지만”, 이제 엄마를 위해 기도가 필요한 시간이 됐다. 카톡 가족방에 엄마가 “힘들다”고 기도 요청을 올리면 기도 릴레이가 시작된다. 불교 집안에서 자란 사위까지도, “장모님, 제가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힘을 북돋아준다.

그러나 삶은 때로 지루한 싸움이다. 투병생활은 더욱 그렇다.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그의 형편 역시 하루 이틀 세월 속에 묻혀버릴 때가 있다. 좀 속상하기도 하다. 게다가 복내에서 올라와 다시 집에 있다 보니, 해야 할 살림, 또 풀어야할 숙제가 다시 한가득이다.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 박 집사님 뒤로 가족 사진이 보인다. 질병이란 고난을 통해 온 가족이 오히려 더 관계가 돈독해지고 신앙은 더 깊어졌다. 모든 것이 그는 감사하다.

억지로라도 감사하면 달라진다

“그래도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하루하루를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 누군가를 의지하려고 하면 더 괴로워지더라고요. 내 맘이 왔다 갔다 하는 거지, 하나님은 언제나 변함이 없이 나를 도와주시고 계시잖아요. 어떤 때는 정말 힘들어서 감사가 안 나올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는 진짜 감사함으로 감사하고요, 입술에 권세를 주셨으니, 억지로라도 감사하면, 정말 나중엔 마음이 바뀌어요. 아픈 후에 감사의 말이 무지 무지 계발됐네요.”

얼마 전에 병원에 검사하러 갔다. 검사마저 안하려고 했지만 가족들 성화로 주치의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무슨 배짱으로 항암치료도 하지 않고 있는 이 환자를,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치료를 위해 뭘 하고 있냐고 묻기도 했다. 상태는 좋았다. 그래도,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어느 날은 맑음, 어느 날은 흐림이 반복된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뚝 떨어질 때, 이때가 중요하다.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무슨 보약을 먹고 좋은 걸 먹는 것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제가 그 동안 암 환자들을 많이 봤는데요 다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이런 쪽으로만 관심이 쏠려있어요. 마음이 약해지니 뭘 먹으면 좋다더라, 하면 다 우르르 그쪽으로 쏠리고 그러죠. 그런데요, 그보다는 마음관리가 중요해요. 암 환자들을 많이 보아온 분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요. 딱 중심을 잡아 운동을 하고 무슨 음식이든지 먹고 감사하는 분들이 다 좋은 결과가 나오더랍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그랬어요. 하나님, 저 잘하고 있네요!”

아직 건강한 분들에게 박 집사는 이렇게 조언한다. 우리가 사는 삶의 현실이 스트레스를 피할 순 없다고. 그러나 믿는 분과 믿지 않는 분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하나님을 믿으면 한강에 풍덩하지 않고,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너무 힘들어 기도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입술로라도 기도하면, 상황은 바뀐다. 믿음으로 이길 수 없는 병은 없다. 전혀 암 환자 같지 않는 얼굴로, 그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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