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인의 길을 가며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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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인의 길을 가며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9.02 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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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복음 전하는 무술인

포항 카리스마명성합기도장 최진모 관장

그와 전화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쉰 목소리 때문에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포항에서 합기도장을 하며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한 ‘카리스마 명성 합기도장’ 최진모 관장(새벽이슬교회). 첫 통화는 그렇게 난감하게 끝났다. 매일 수련과 학생들 교육에, 학생보다 더 큰 ‘파이팅’으로 지도하다 보니, 목이 성할 리 없다. 수련도, 교육도 하기 전, 목상태가 가장 좋은 이른 아침에 그와 통화를 했다.

요즘 아이들이 도장을 선택하는 1순위가 아침 등하교라는 말도 있지만, 그는 고집스레 무도교육과 인성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도장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말 체험학습 캠프나 축구교실이 없다. 그 시간에 아이들을 장애인 시설로 데려가 봉사활동을 시킨다. 아이들이 축구하기 원하면, 그는 ‘쿨’하다. 다른 태권도장의 축구교실로 보낸다. 물론, 무술만은 그에게서 배우도록 한다.

 

▲ 최진모 관장은 합기도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이 바르게 변화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봉사에 열심인 ‘착한 제자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엔 시설에 가서 빨래해주고 청소해주는 걸 주로 했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자는 생각에, 운동이 부족한 장애우들과 함께 운동하고,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스포츠 마사지를 해주는 쪽으로 가게 됐습니다. 현재 엘림소망의 집, 향기마을, 예티쉼터, 명도특수학교 등을 매주 찾아가 봉사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우려도 있었다. 장애인들은 우리보다 못하다, 무섭다, 지저분하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봉사를 갔던 아이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그 시간을 기다린다. 연세 많은 장애인들은 도장 학생들을 아들처럼, 손주처럼, 도닥여주고 사랑해준다. 좀 어린 장애인들은 친구처럼, 오빠 누이처럼 다정다감하다. 무엇을 베풀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제는 더 큰 위로와 기쁨을 얻고 돌아온다.

“처음엔 사실 저도 흔들렸죠. 다른 도장들은 주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학습이나 축구 같은 걸 하는데, 저는 봉사활동을 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끼죠.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고 돕고 더욱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무도인으로 달라지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님들도 변화되고요. 처음엔 좀 걱정했던 부모님들도 계셨는데요, 이제는 자녀들과 함께 봉사활동하시는 부모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의 도장이 있는 곳은 흥애읍이라는 작은 동네다. 요즘 도장들이 대개 유치부와 초등부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비해서, 그의 도장은 중고등부와 일반부가 따로 있을 만큼 활성화돼 있다. 인근에 있는 한동대학교 교수 부부, 외국인 등 다양한 연령층이 합기도를 배우러 오고 있다.

▲ 제자들과 함께. 가운데 파란색 옷이 최진모 관장.

한국 합기도의 긍지

원래 경찰이 꿈이었던 최 관장은 대학도 경찰행정학과를 나왔다. 합기도 역시 어렸을 때부터 그런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 범죄자들을 모두 교화시켜 하나님께 인도하자는 소망을 품고 군대도 의무경찰을 지원했다. 그러나 ‘민중의 지팡이’로만 생각했던 경찰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민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꿈은 방향을 틀게 됐다.

“합기도를 통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말투, 생각, 행동을 변화시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성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무도교육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꿈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한동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합기도에 대한 오해도 그는 바로 잡고 싶어 한다. “너희는 왜 쪽발이 무술을 배우냐”는 친구들의 말에 의기소침해있는 제자들에게 자신감을 주곤 한다. 한국 합기도가 일본 합기도에게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그러나 그 후로 한국 합기도는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일본 것은 호신술 밖에 없지만 한국은 발차기, 낙법, 대련 등 여러 가지가 가미됐다. 일본이 ‘합기도(合氣道)’를 국제적으로 먼저 등록했지만 한자이기 때문에, 한국 합기도가 한글과 영어로 ‘합기도’를 사용하는 건 상관이 없다.

“한국 합기도는 자랑스러운 무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호인을 가장 많이 가진 무술이 합기도고요, 우리나라 경찰 특공무술 역시 합기도가 그 바탕에 있습니다. 해외로 무도 교류 차 나갑니다. 저번엔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한국 합기도 시범을 보였습니다. 그쪽 무도인들이 의심어린 눈으로 자기들을 제압해보라고 하면서, 잔뜩 몸에 힘을 주고 있더라고요. 저희가 기술을 걸어서 제압하니 그때서야 활짝 웃고 최고라고 합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못하면 대한민국 합기도가 욕먹는 것이라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정말 뻣뻣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최 관장. 꼭 수련생들에게 자기의 옛날 모습을 털어놓는다. 누구나 노력과 수련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른 무술을 배우다 그의 도장에 들어오면, 처음엔 이런 불평도 예사로 나온다. “한 달이 지났는데 띠가 안 바뀌느냐?”는 것. 그러나 그는 심사의 엄격함과 소중함을 가르친다. 나중엔 다들 공감한다고 한다.

▲ 도장 아이들이 시설을 방문해 스포츠마사지를 해드리며 함께 교제를 나누고 있다. 축구 등 재미있는 특별활동 대신 봉사를 하지만 그러나 더욱 큰 기쁨과 보람을 체험하고 있다.

시련 속에 더 깊어진 신앙

중학교 시절에 처음 교회를 나간 그는, ‘교회 누나’를 좋아했다. 존경할만큼 좋아했는데, 그 누나가 수련회에서 방언이 터지는 걸 보고, 하나님의 존재를 깊이 체험했다. 그때 불렀던 찬송,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한없이 불렀던 추억이 있다. 더욱 놀라운 체험도 했다. 남묘호랭교를 열심히 믿었던 그의 가정에서, 부모님이 아시면 교회 못가게 할까봐 몰래 교회를 다녔다. ‘주기도문’을 외울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 입을 꾹 다물었었다.

“어느날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신 거예요. 저는 야단맞을 줄 생각했는데, 어머니도 하나님을 알고 싶으셨대요. 그런데 집에 있는 불상이 두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목사님 모시고 와서 불상을 다 처리 했고요. 그때부터 가족이 교회를 나가게 됐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작년 겨울엔 큰 어려움도 겪었다. 폭설로 도장이 주저앉았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인근에 있는 다른 도장 관장들이 교육시간인데도 와서 전등이라든가 매트 등, 시설 일부라도 건지려고 도와주었다. 빚내서 차린 도장의 형편을 서로 이해한 까닭이다. 어려움은 컸지만 더 큰 사랑을 체험했다.

“사실 그때 제가 무척 힘들 때였습니다. 빚내서 시작한 도장이 폭설에 무너지고요. 또 아이가 유산된 지 얼마 안됐던 때였어요. 결혼한 지 오래 되도록 아이가 없다가 ‘형통’이가 임신됐는데 유산됐어요. 게다가 도장도 무너지고.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시련을 주시나, 괴로웠죠. 그런데 누가 ‘네가 교회에 잘 안 나가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한동안 그 말에 시험 들었어요. 몇 달을 교회에 안 나갔습니다. 다 싫더라고요. 그런데 목사님께서 교우들과 끊임없이 찾아오셔서 기도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다시 힘을 얻게 됐습니다.”

그가 ‘여신님’이라고 부르는 아내가 지금 임신 14주차다. 더욱 건강한 아이, 마음 짱, 몸 짱, 얼굴 짱이 되라고 태명 지어준 ‘짱짱이’가 지금 엄마 뱃속에서 힘차게 놀고 있다. 도장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전하며 참된 무도인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성실하게 운동하고 있는 그는 이런 소원이 하나있다.

“예전에 부흥사님께서 제게 찬양의 은사가 있다고 했거든요. 저는 그걸 믿습니다. 지금은 수련하고 또 제자들 가르치느라 목이 다 쉬었는데요, 언제 목이 다시 회복되면, 제가 좋아하는 찬양을 신나게 불러보고 싶어요. 제가 합기도 관장을 하면서 더욱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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