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역사 왜곡 교과서가 지향하는 신제국주의 운동과 한국교회의 서평(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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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역사 왜곡 교과서가 지향하는 신제국주의 운동과 한국교회의 서평(1)
  • 승인 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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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일본 우파 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의 중학교 역사 왜곡 교과서가 현재 사용 중인 7개 신청본에 덧붙여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공식 통과하여 내년 4월에 정식 교과서로 채택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므로 중국은 물론 특별히 한국의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역사적 날이 되었다.

이는 지난 1993년 8월 집권 자민당이 역사검토위원회를 설치한 이후로 자민당 의원들과 우파 세력들(학자, 언론인, 문인, 경제인, 정치인)이 한 목소리로 꾸준히 추진해 온 역사 재평가 운동이 승리한 날이기 때문이다.

한일합병, 태평양전쟁, 난징사건 등에서 드러난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적 침략과 식민지 수탈을 인정해 온 기존의 ‘자학사관’(自虐史觀)을 비판하고, 새 시대의 경제력과 국가위상에 걸맞고 차세대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자유주의 사관’(황국사관), ‘일본중심 역사관’을 주창해 온 새역모의 금번 작품은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와 정치공백에 기인한 정치대국과 군사대국에의 희망, 대륙침략을 주창하던 황국 관료들의 정계와 관계의 복귀 등의 호재에 힘입어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역사 재평가 운동의 결정판이 되었다.

혹자는 한국의 국정 단일 역사교과서 제도와는 달리, 8개 교과서 중의 하나요, 다가오는 7월 말 공립학교의 각 지방 자치단체 4백82개의 교육위원회와 사립학교 각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최종 채택 결정과정이 남아있기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자는 어느 민족에게나 비판적인 역사서술은 민족 정체성에 위기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민족사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민족의식의 긍지와 자부심의 함양이라면 새역모의 활동은 정당하다고 설득할 수 있다.

역사 왜곡이 보인 문제의 본질
그러나 금번의 역사 왜곡 교과서의 근본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의 대중매체들이 보도하고 있는 기록된 사실들의 역사적 진위 논쟁보다도, 이 교과서가 지금까지 은밀하고 꾸준하게 진척해 온 ‘황국사관’, 즉 소위 천황이라 부르는 일왕(日王)을 신앙의 정점으로 하여 황국일본의 신성함과 영원성을 심으려는 신제국주의 운동의 한 발상이라는 점에 있다.
이것은 곧 신도주의(Shintoism)라는 일본종교와 황국일본이라는 일본정치의 통합운동을 가리킨다.

1994년 발족된 새역모의 모체(母體)인 ‘자유주의 사관연구회’가 처음부터 목표한 역사교과서 개정,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국기(國旗)·국가(國歌)로 하는 법제화 및 헌법개정이 바로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한일관계 측면에서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에서 표명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의 역사인식도 사실상 무효화한 셈이다.

국제관계 측면에서 일본 외무성 외곽단체인 국제교육정보센터가 지난 1958년 발족된 이래 집요하고 치밀하게 벌여온 전 세계의 교육자료 가운데 일본역사 바로잡기 운동은, 자신들의 역사 왜곡에 대한 냉담하고 뻔뻔한 야누스적 이율배반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 논고를 통하여, 부정적인 면에서 신도주의와 황국일본의 신앙고백인 ‘히노마루’배례와 ‘기미가요’ 합창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공립학교 교사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수난의 암울한 미래와 한국 교회사에 흐르고 있는 ‘친일파 전통’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더욱, 긍정적인 면에서 일본의 모든 영혼들이 그 무릎을 ‘예수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도록’(빌 2:10~11) 한국 교회가 마땅히 시위해야 할 선교사명을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한일 관계사의 관점에서 살펴 볼 것이다.

김진섭교수<천안대학교 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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