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번의 역사 왜곡 교과서의 근본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의 대중매체들이 보도하고 있는 기록된 사실들의 역사적 진위 논쟁보다도, 이 교과서가 지금까지 은밀하고 꾸준하게 진척해 온 ‘황국사관’, 즉 소위 천황이라 부르는 일왕(日王)을 신앙의 정점으로 하여 황국일본의 신성함과 영원성을 심으려는 신제국주의 운동의 한 발상이라는 점에 있다.
이것은 곧 신도주의(Shintoism)라는 일본종교와 황국일본이라는 일본정치의 통합운동을 가리킨다. 1994년 발족된 새역모의 모체(母體)인 ‘자유주의 사관연구회’가 처음부터 목표한 역사교과서 개정,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국기(國旗)·국가(國歌)로 하는 법제화 및 헌법개정이 바로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한일관계 측면에서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에서 표명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의 역사인식도 사실상 무효화한 셈이다. 국제관계 측면에서 일본 외무성 외곽단체인 국제교육정보센터가 지난 1958년 발족된 이래 집요하고 치밀하게 벌여온 전 세계의 교육자료 가운데 일본역사 바로잡기 운동은, 자신들의 역사 왜곡에 대한 냉담하고 뻔뻔한 야누스적 이율배반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 논고를 통하여, 부정적인 면에서 신도주의와 황국일본의 신앙고백인 ‘히노마루’배례와 ‘기미가요’ 합창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공립학교 교사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수난의 암울한 미래와 한국 교회사에 흐르고 있는 ‘친일파 전통’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더욱, 긍정적인 면에서 일본의 모든 영혼들이 그 무릎을 ‘예수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도록’(빌 2:10~11) 한국 교회가 마땅히 시위해야 할 선교사명을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한일 관계사의 관점에서 살펴 볼 것이다. 김진섭교수<천안대학교 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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