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신나게 만드는 열정의 색소폰 전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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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신나게 만드는 열정의 색소폰 전도자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5.07.1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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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으로 사랑과 복음을 연주한다
▲ 헤만색소폰선교단을 통해 음악의 ‘생초보’들이 색소폰을 배우면서 교회에 정착하고 봉사의 지경을 넓혀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일에 열정적이다. 사진은 미자립교회인 덕소 한소망교회에 방문해 연주와 후원금으로 격려하고 있는 헤만색소폰선교단.

 

공능교회 헤만색소폰선교단

이갑봉 집사는 청춘 시절부터 색소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러나 배울 시간도, 장소도, 여유도 없어 잊고 살았다.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중년의 나이, 색소폰이 떠올랐다. 그때마침 교회에서 색소폰을 가르쳐주는 ‘달란트교실’을 보고 문을 두드렸다. 점점 재미가 들렸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성취감이 뿌듯했다.

번쩍거리는 색소폰을 꺼내 연주할 때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멋지다’는 감탄사들. 야, 이갑봉, 살아있네! 부부 금슬도 더 좋아졌다. 교회 문턱 넘은 지 어언 30년이 다됐지만 직분도 없이 만년 ‘성도’였던 그가 올핸 집사 직분까지 받았다. 색소폰을 통해 교회에서도 친분관계가 두터워지면서 그의 봉사도 점점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

색소폰 불면 이것이 좋다

색소폰이란 악기를 통해 교회에 갖가지 열매를 맺을 뿐 아니라 교회 담 너머로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선교단이 있다. 공능교회(담임목사:이도형) 헤만색소폰선교단 이야기다. 2006년 교회에서 색소폰을 좋아하는 몇몇 교인들이 함께 교회 안팎에서 연주하면서 모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초대 단장을 맡은 김광재 장로와 6명의 단원이 뜻을 모아 교회 선교위원회 조직으로 창단됐다.

그후 헤만색소폰선교단은 ‘약방의 감초’처럼 교회의 모든 행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멋진 단복을 입은 중년의 멋쟁이들이 나와 휘황찬란한 색소폰을 신나게 연주하면 분위기는 금세 후끈 달아오른다. 소문은 교회 밖까지 퍼졌다. 구청, 경찰서, 관공서, 각종 단체들의 발대식, 모임, 어버이 잔치와 같은 곳에 초청받아 자리를 빛냈다.

어렵고 힘든 곳들도 찾아갔다. 샘물의 집 호스피스 요양원, 은퇴 교역자들이 거주하는 광명의 집, 미자립교회, 정신병원, 군부대, 양로원, 고아원 등 이들의 발길은 오늘도 전국구다. 교단의 각종 전국대회와 축하 모임에도 단골손님이 됐다. 

“교회가 아닌 비신자들이 모인 곳에 가면 그분들이 좋아하는 가요나 동요들을 먼저 하죠. 반응이 무척 뜨겁습니다. 너무들 좋아하시죠. 그 가운데 꼭 찬송가나 복음성가를 넣어 연주합니다. 우리들의 연주를 통해서 복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죠.”

이들의 공연이 더욱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색소폰이 유행이다. 심지어 “요즘은 동네 개들도 색소폰을 불고 다닌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나올 정도. 그만큼 대중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 좋다는 말이다. 실제로 테너 색소폰은 남자, 알토 색소폰은 여자의 목소리와 가장 가깝다. 다른 악기들은 혼자 독주할 수 없거나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색소폰은 혼자서도, 여럿이도 얼마든지 독주와 합주가 가능하다.

색소폰은 게다가 건강에도 유익하다. 실제로 단원 나왕래 집사는 색소폰을 배우기 전까지 폐활량이 작아 낮은 산도 못 올라갔었다. 심호흡이 좋아진다는 추천을 받아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높은 산도 거뜬하다고. 관악기는 복식호흡을 하게 되기 때문에 기관지와 호흡운동에 좋다고 한다. 손가락과 머리를 써야 하니, 치매 예방에도 최고라고 한다.

▲ 달란트교실 수료식 기념 사진. 해마다 달란트교실을 통해서 색소폰 연주자들이 배출되어 활동하고 있다. 비신자는 물론 타 교회 교인들도 배울 수 있도록 문이 열려있다.

무료 ‘달란트 교실’ 운영

헤만색소폰선교단을 통해서 교회에도 많은 유익이 되고 있다. 단순히 음악을 통해 자리를 빛내는 정도가 아니다. 색소폰 때문에 교회에 등록하는 신자도 있다. 기존 신자 중에서도 교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교우들이 색소폰을 배우며 뿌리를 내리고 봉사의 열매까지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2대 단장인 신복균 집사에 이어 현재 3대 단장을 맡고 있는 김상진 권사 역시 같은 사례.

“2005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내가 색소폰을 사주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제가 주일만 지켰지 교회 일은 거의 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교회에서 김광재 장로님을 만나서 함께 열정적으로 색소폰을 불다 보니 지금은 교회에서 다른 일도 이것저것 많이 하게 됐습니다.”

색소폰선교단 활동을 통해 교제가 돈독해지고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재미를 알게 되고 알음알음 봉사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커져갔다. 성가대를 하게 되고, 남신도회 임원을 맡게 되고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더라는 것.

선교단이 이렇게 활성화되기까진 교회의 지원이 컸다. 특히 이도형 담임목사는 자신도 색소폰을 함께 배우며 성도들과 어울려 활동하면서 선교단이 자리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달란트 교실’의 효과가 컸다. 달란트교실은 색소폰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도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는 무료 강습소다.

1년 과정인 달란트 교실은 지난 3기까지 26명을 배출했고 현재 4기 강습생들이 배우고 있다. 단장 김상진 권사를 비롯한 단원들이 자기 시간과 물질을 쏟으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음악적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지금 선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 대다수가 다 생초보로 시작했다.

현재 단원들 중에는 “학교 다닐 적에 음악시간이면 선생님이 너는 나가서 공차고 놀라고 했을 정도로 음치였다”는 사람, “학교 다닐 적에 배웠던 콩나물 대가리가 하나도 기억이 안났다”는 사람, “도레미파도 모르고 시작했다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 김성주 아나운서 간증 때 특송을 맡은 헤만색소폰선교단. 가운데 김성주 아나운서 오른쪽 왼쪽으로 이도형 담임목사와 서상두 장로.

재능보다는 열정이다

중요한 건 재능보다도 열정이다. 전문 예술가 수준이 되려면 재능이 있어야겠지만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반복교육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정은 꼭 필요하다. 단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색소폰 배우는 과정에서 정말 열두 번은 더 색소폰을 패대기치고 싶었다”는 고백한다. 그 한계를 참아낼 만한 열정이 있을 때, ‘폼나게’ 연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 달란트교실에는 현재 타 교회 교인들도 와서 배우고 있고 함께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교회의 담을 뛰어넘어 타 교인들까지 가르쳐 그 교회에 새로운 색소폰선교단이 창단되는 것을 돕고 있다. 한번은 김광재 고문이 근처 큰 교회 저녁집회에 가서 색소폰을 불고 왔더니, 얼마나 보기 좋았던지, 당장 그 교회에 색소폰선교단이 창설됐더라는 일화도 있다.

김인석 집사, 안신애 장로 부부는 부부가 함께 달란트교실에서 색소폰을 배워 지금은 부부 연주자로 지방까지 다니며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개척교회나 부흥회에 나가 은혜로운 연주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물질적으로 후원하기도 한다. 노년에 사는 재미가 쏠쏠하고 부부사이도 더욱 즐거워졌다. 김복환 권사는 선교와 목회를 하고 있는 자녀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까 싶어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가 지금 총무까지 맡고 있다.

올해 74세인 곽동철 집사는 고령에 배우기 시작해서 틀니를 하고 있는 핸디캡에도 지금 전혀 문제가 없다. 이승수 장로는 교회에 색소폰 배우겠다고 나온 교우에게 색소폰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마음을 울리는 색소폰 소리처럼 이런 저런 포근한 사연들이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저희 교회가 희년 60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보조를 맞춰서 저희 선교단도 6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발전되자는 비전을 두고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윗 왕 시대에 나팔 부는 사람으로 또 선견자로 대를 거쳐 성전을 섬겼던 ‘헤만’처럼 저희들도 색소폰을 통해 교회와 세상을 잘 섬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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