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라도 감고 죽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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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라도 감고 죽을 수 있다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5.06.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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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발달장애 자녀 둔 엄마들의 교회와 세상을 향한 외침

발달장애는 인지발달, 사회적 관계와 의사소통 능력이 보통 연령대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의 장애 유형이다. 특히 자폐성 발달장애는 돌발적 행동 양상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문제는 자폐성 발달장애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심할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딜 가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교회는 어떨까? 교회는 다를까?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교인 중 한명이 예배 중 ‘목사님 파이팅’이라고 갑자기 소리친다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교인들은 얼마나 될까. 발달장애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이들 말이다.

그래서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세 명의 어머니를 만나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이분순 집사(인천순복음교회, 김창민 22세), 유미정 집사(처음교회, 김수훈 26세), 김민자 집사(성만교회, 유상준 26세), 세 어머니는 봇물 터지듯 그동안 겪어야 했던 설움과 현실적 문제와 소망을 쏟아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취업 지원을 위한 모임(이하 발자취)’의 어머니들과 함께한 좌담은 '발자취' 모임을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 예비사회적 기업 ‘렛츠’(대표:윤성수)에서 진행됐다.

▲ 자폐성 발달장애 자녀를 둔 세 어머니들. 자식들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이어가는 이들의 미소가 아름답다.

기자: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출석교회에서 발달장애자를 위한 부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가족들이 겪어야 할 상처가 적지 않았겠다고 새삼 깨닫게 됐는데요. 어떠십니까?

이분순 집사(이하 이): 교회 안에서 부모들이 받는 상처는 정말 많습니다. 한 어머니는 ‘저런 아이들이 왜 예배실에 있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것도 교회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분이라서 실망이 더 컸다고요.

시댁 식구들은 저희 아들과 제가 상처받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딱 한번, 가족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큰 생각을 못했는데 나중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얌전히 있으면 그건 장애가 아니잖아요. 그 자체들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교회 출입을 제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해요.

유미정 집사(이하 유): 우리 수훈이는 먹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사를 간 곳 슈퍼에서 ‘이런 아이는 안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천원을 주고 그 만큼의 과자를 집어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는 수훈이와 함께 있으면 소비자이면서도 왕이 될 수 없어요. 그저 편하게 받아만 줘도 감사하죠.

기자 : 크리스천 부모들은 교회 생활을 어떻게 하시나요? ‘발달장애’ 부서가 있는 교회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합니까?

이: 당연히 많은 부모들이 찾아다니고 있죠. 아이 때문에 예배를 드리기 힘들고, 더욱이 다른 교인들의 예배가 방해될까봐 ‘사랑부’가 있는 곳을 찾습니다(보통 교회 내 장애 관련 부서를 ‘사랑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거리가 멀어 다른 교회에 갔다가도 사랑부가 있는 교회로 다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자 집사(이하 김): 우리 교회에 사랑부가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조금씩 늘고, 주변의 장애학교가 문을 닫아 예배드릴 곳이 없어지면서 생긴 겁니다. 아는 엄마가 교회에 사랑부를 만들 계획이 없냐고 물어봤고, 제가 목사님께 여쭤보았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었습니다.

사랑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다양한 상태의 아이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목사님도 깜짝 놀라셨어요. 그 때부터 자폐아들의 현실을 보게 된 겁니다. 교인들도 마찬가지예요. 자폐아이들은 조용하고 순한 경우도 있고, 침을 뱉거나 때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가끔 예배도 같이 드리고 하면서 조금 시끄러워도 이해합니다. 교인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기자: ‘사랑부’를 운영하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사랑부가 만들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분순 집사(인천순복음교회) "여러 빛이 나오는 스펙트럼처럼 자폐아마다 행동 유형이 다릅니다. 사랑부 교사들이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담임목회자의 마인드입니다."

이: 훈련된 교사들이 있어야 하죠. 기술이 대단이 필요하다기보다 장애의 유형과 행동 등에 대한 약간의 이론이 있어야 교사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돌발행동을 하면 처음에는 무서울 수 있어요.

여러 빛이 나오는 스펙트럼처럼 자폐아마다 행동 유형이 전부 다릅니다. 그것을 고려하고 돌봐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담임목회자의 마인드라고 봐요.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장애 아이에게 관심을 나타내면 학생들이 돌보게 되는 것처럼, 목사님이 초점을 맞춰주시면 교인들도 달라집니다. 목사님이 사랑으로 품어주면 바뀝니다.

유: 통합예배도 필요합니다. 예배를 함께 드리면서 교인들이 장애아들의 행동패턴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교인들이 또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잖아요. 그분들이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교회 안에서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렇게 되면 장애아들이 부드럽게 우리 사회 품안에 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조금 현실적인 질문을 해보죠. 자페성 발달장애자 중 간혹 경기를 하거나 돌발행동을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도울 수 있을까요?

유: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아들이 경기를 했을 때 엄마인 저도 떨기만 하고 당황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죠. 그럴 때는 이물질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옆으로 누이고, 혀를 물지 않도록 조치를 해줘야 합니다. 손을 입에 넣으면 절대 안 되고, 수저나 나무젓가락 등 주변의 있는 것들을 활용해 아이의 이가 다치지 않도록 천으로 감싸서 혀를 눌러주면 좋습니다.

이: 저희 아이는 머리를 때리는 자해행동을 합니다. 때로는 그냥 모르는 체 하고 지나가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부모는 아이를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부모가 요청할 겁니다. 그 때 도와주시면 됩니다.

공룡 보듯이 지나가거나 동정의 눈빛을 보낼 때는 엄마뿐 아니라 아이도 모멸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기자: 세 분 모두 나이로는 성인이 된 자녀들을 두고 있습니다. 국가 제도적으로 자폐성 발달장애에 대한 지원에 만족하십니까?

▲ 유미정 집사(부천 처음교회) "학교 밖 자폐성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바우처'제도를 적용해 운동치료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 부분에는 할 말이 많습니다. 자녀들이 학교 안에 있으면 보호를 받지만 학교 밖으로 나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고지원을 받는 민간 주간보호시설은 상태가 좋은 아이들만 받습니다. 우리는 상위 1%만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예요.

집에서 돌볼 때 활동보조 인력이 가끔 와서 돕지만 어렵습니다. 부모와 자녀 모두 삶의 질과 리듬이 완전히 떨어지게 됩니다. 중중 자폐아들이 갈 수 있는 기관들이 있어야 합니다.

유: 모든 제도는 학령기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나오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바우처’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 있는 아이들보다 어쩌면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에게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치료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자녀분 중에 취업을 한 경우도 있습니까?

▲ 김민자 집사(부천 성만교회) "가정에서도 사회에 나가 쓸 수 있는 언어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자폐아들은 꼼꼼해서 직장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도 많습니다. 자폐아들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아지길 바라요."

김: 저희 아들이 얼마 전부터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인데, 자폐아는 우리 상준이가 처음입니다. 3개월 실습을 통과해 채용이 됐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우리는 상준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하지만, 회사에는 다르죠. 조금 싫은 소리라도 들으면 아이가 당황해 성질을 부리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회사와 아이가 서로 적응했다고 봐요.

그래서 드는 생각이 가정에서도 사회에 나가 쓸 수 있는 언어로 대해야겠다는 것이죠. 아기처럼 칭찬만 해서는 안됩니다. 장점도 있어요. 자폐아들은 꼼꼼해서 불량을 제일 잘 찾아내기도 한답니다.

기자 : 자폐성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합니까?

김: 다행히 저희는 모임을 하면서 대화를 합니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발자취’에서 제과제빵 모임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술에 빠지기도 하죠.

이: 안타깝게도 제 주위에 아이 때문에 자살한 엄마가 3명이나 됩니다. 엄마들이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환경적인 요건이 필요한데 그것이 안 되는 거죠. 일정시간 엄마가 자녀하고 분리될 수 있어야 서로에게 좋습니다.

기자: 자녀들을 생각하면 미래를 위한 준비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이: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눈이라고 감고 죽고 싶어요. 어떤 시설이든 내 아이가 편안하게 있을 공간이 있어야 죽을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제발 내 아이가 사회 안전망 안에서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 장애아들을 가둬놓고 일을 시켰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날은 잠을 못자요. 염전에 팔려갔다는 이야기가 정말 무섭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제대로 된 제도가 만들어져 국가가 점검해주고 아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김: 다행히 저희 자녀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 대표도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같이 가겠다고 해주셨어요. 이런 회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방치한다면 사회적 손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자페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자신들의 미래를 갖도록 도와주시길 소망합니다.

이날 대화에서 엄마들은 솔직한 심정이라며 아들들이 군대에라도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훈련소에라도 다녀왔으면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얼마나 고단하면 그럴까.

20대 청년으로 성장하도록 돌봐온 엄마들이 군대에 간들 마음이 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곁에 붙어서 품어온 목숨 같은 자식들 눈 밖에 내놓고 얼마나 또 마음 졸이려고…. 그래서 더욱 엄마들의 짐을 함께 들어주는 우리 사회, 교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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